요즘 디자이너 사이에서 토스페이스가 장안의 화제다. 어떻게 이러한 방대한 작업을 할 수 있는지 부럽고 또 부럽다. 디자이너가 바라보는 토스 디자인팀의 열정은 부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이 방대한 작업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의식들이 교환되었을까? 그 과정이 실로 경이롭고 부럽다. 또 이모지를 활용해 쉬운 금융의 이미지를 선도하는 것도 좋은 비즈니스 전략이라 생각한다. 모두에게 쉬운 금융을 위해 모두에게 쉬운 언어를 제공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하지만 디테일에 대한 부분이 다소 그 취지를 흐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말해두지만 그들의 히스토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판단하는 생각이니 만큼 감안해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리고 절대로 디자이너들의 노력을 평가 절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둔다.
쉬운 금융을 위해
모두에게 쉬운 언어를
-토스페이스-
이모지는 전 세계 동일한 규약이며 약속이다. 이모지에는 고유한 유니코드가 적용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의미 또한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 이 규약을 옛것이라며 새롭게 의미를 바꾸는 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새로운 의미는 새로운 유니코드를 부여받아 등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래 이미지를 보자.
저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이모지가 아닌 floppy disk를 의미하는 이모지다. 토스는 이것이 옛것이라 판단하고 클라우드 형태로 이모지를 변경했다. floppy disk는 클라우드가 아니다. U+1F4BE = floppy disk로 합의된 규약이다. 클라우드를 추가하고 싶다면 새롭게 유니코드를 부여받아 등록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여러 개 발견된다. 이 부분은 어떻게 이해하고 진행했는지 모르지만 클라우드 메타포를 floppy disk 이모지로서 이해하긴 어려울 거 같다.
문자는 좌에서 우로 읽어가는 패턴이다. 대부분 전 세계의 패턴이 동일하고 문자 하나하나가 조합되어 의미가 완성된다. 문자는 단어가 되고 단어와 단어들이 조합되어 문장이 된다. 문자는 좌에서 우로 순차적으로 인지해야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자의 흐름이 좌에서 우로 흐르기 때문에 이미지도 좌에서 우로 표현되는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가독성이 더 떨어져 보이는 건 나뿐만일까?
문자는 조합으로 의미가 형성되지만 이미지는 형태를 보고 의미를 인지한다. 형태의 특징을 더 빨리 인지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면, 특징이 명확하게 인지되는 부분을 먼저 보여줘야 더 유리하지 않을까? 아래 이미지를 보면 동물들의 꼬리 부분이 먼저 인지되고 얼굴 부분이 인지된다.
이는 우리가 흔히 머리에서 꼬리로 인지하는 패턴의 반대로 시점이 표현이 된 거 같다. 머리에 더 특징적인 형태가 있기 때문에 머리 형태를 먼저 인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가독성이 있지 않을까?
통일된 이미지 각도가 디자인 가이드상으로는 일관되고 뭔가 정리되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모지는 사물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사물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사물의 본질이 표현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각도를 일관되게 맞춰 본질이 약해진다면 일관되게 각도를 맞추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다. 아래 이미지를 보자. 토스페이스는 모든 이모지의 각도를 45도로 통일했다.
각도가 통일되면서 사물의 쓰임이 일상에서 쓰는 일반적인 각도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젓가락 같은 경우 토스페이스는 왼손잡이가 음식을 들고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하지만, 그 외 다른 기업의 젓가락은 오른손잡이가 음식을 집는 형상을 하고 있다. 집어 올리기 전에 집는 것이 먼저니까. 모든 사물을 일관되게 각도를 맞추는 것보다 사물이 일상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각도를 찾아 표현하는게 사물의 본질을 표현하기에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또 젓가락은 동양의 문화다. 서양 문화의 기업들이 동양의 문화를 이해하고 일상에서 가장 어울리는 형태로 각도를 설정한 걸로 보인다. 토스페이스는 칼각 45도를 모든 사물에 일관되게 적용하면서 이런 문화를 반영하지 못한 듯하다. 토스페이스의 젓가락의 각도는 뭔가 어색하다.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건 일본이 먼저 선점했다는 것이다. 처음 선점하면서 자신들의 의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 것이다. 디자인에 문화가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유니코드 U+1F376은 Sake Bottle and Cup으로 2010년 유니코드 6.0의 일부로 승인되었고 2015년 Emoji 1.0에 추가되었다.
일본 사람이 디자인했는데 당연히 사케를 디자인 하지 막걸리를 디자인하겠는가? 또 아이디어를 먼저 선점할 때 최고의 베네핏은 내 생각을 최초로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디어를 처음 시작한 사람의 권리다. 이모지는 문화 전쟁이 아니다. 이미 코드화 되어 합의된 이미지를 바꿀 이유가 단순히 문화의 우월성을 강조한다는 생각이면 이해할 수 없다. “왜 너희들 것이 세계를 대표를 하는데?”라는 반박은 처음 아이디어를 실행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것도 3.1절에 맞춰서 말이다. “햄버거를 한국의 전통 빵으로 바꾸자!”라는 반박은 왜 없을까? 왜 일본과의 관계에서만 이런 개념이 성립되는지 모르겠다. 한일 감정은 민족을 집결시키는 치트키가 아니다. 한일 양국이 해결해야 할 복잡하고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과거의 생존 키워드가 대립이었다면, 미래의 생존 키워드는 화합이다. 이모지에서까지 한일 대립을 봐야 하는가? 이건 재해석이 아니라 해킹 수준이다.
2017년 10월 29일, 토마스 백달은 패티 위에 치즈를 올린 애플의 햄버거 이모지와 반대로 치즈를 패티 밑에 넣은 구글의 이모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트윗을 올린다.
한 달 만에 5만여 명 이상이 글을 남기고 3만여 명 이상이 리트윗을 하면서 햄버거 이모지 대란이 일어났다. 이에 구글 CEO 순다 피차이는 만사를 제치고 이 문제부터 해결하겠다고 밝혔고 한 달 만에 구글의 이모지가 변경되었다. 이모지는 문화를 대변한다. 치즈버거 레시피에서 치즈를 패티 아래 넣는 경우는 없다.
또 이모지는 사회의 통념을 반영한다. 이모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함에 앞서 필요한 건 '사회의 통념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가? 아닌가?'에 대한 질문도 필요하다.
토스는 여러 사람들이 제기한 의견을 바탕으로 빠르게 수정을 진행한다고 하니 더 완성도 있는 이모지가 탄생될 듯하다. 처음부터 완벽하면 좋겠지만 점진적으로 개선하면서 완성도를 올려가는 것도 방법이다. 개인적인 뇌피셜이지만 아마도 새로운 유니코드를 등록하는 방향보다 기존 유니코드를 활용해 자체 해석으로 커스텀마이징하는 방향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작자가 생각하는 것과 사용자가 생각하는 것에는 항상 갭이 존재한다. 그 갭이 크면 반발이 일어나고 그 갭이 적을수록 공감이 이루어진다. 아무래도 이번 해프닝은 전자인 거 같다. 이모지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으나, 이번 토스페이스의 사례를 보며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많은 디자이너들과 토론의 장이 열리기도 했다.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 다시 한번 생각의 틀을 열어준 계기가 되어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어쨌든 토스의 도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