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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Aug 25. 2020

X, Y, Z 세대, 다음은?

"X, Y, Z 세대를 이해해야 세상이 보입니다."

"정말요?"

"그럼 그 이전의 세대들은 이해했나요? 그래서 세상을 보았나요?"





세대를 나눈다는 것




X세대의 탄생

내가 X세대라는 명칭을 처음 접한 건 아마 90년대 이병헌을 모델로 한 아모레의 트윈엑스 로션 CF를 접하면 서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 X세대가 의미하는 것은 매우 반항적이면서 자기 개성이 강한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당시 그 CF는 트윈엑스 로션의 판매를 성공적으로 주도했다. 나 또한 구매하고 사용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3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X세대라는 명칭은 아직까지 건재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X세대라는 명칭의 탄생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X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며 왜 90년대 젊은 세대들에게 그 명칭을 사용했을까? X세대의 X는 X-ray의 X에서 왔다. X-ray는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1895년에 발견한 것으로,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01년 최초의 노벨 물리학 상을 받았다. 그런데 왜 X-ray 인가? 그는 발견 당시 X-ray의 정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수학에서 미지의 것을 X(미지수)라 하는 걸 원용하여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이다. X세대라는 말은 캐나다 작가인 더글러스 쿠플랜드가 1991년 뉴욕에서 출간한 팝아트 스타일의 소설 『X세대(Generation-X: Tales for an Accelerated Culture)』에서 처음 사용하였고, 베이비붐 세대들과는 분명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마땅히 한마디로 정의할 용어가 없다는 뜻으로 미지수 X를 붙여 새로운 세대를 지칭하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종식되고 본국으로 금의환향한 미군들은 전쟁으로 미뤄둔 로맨스에 빠져 출산율이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 칭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가정환경에서 자란다.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어머니는 헌신적으로 가족을 보살핀다. 하지만 산업이 발달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고 빈부격차가 벌어지면서 베이비붐 세대가 부모세대가 됐을 때 맞벌이 가정이 점점 증가한다. 한창 90년대에 뉴스와 신문에서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접했다. 맞벌이 부모들이 증가하면서 가족 간 대화가 끊기고 유대관계가 소홀해지면서 그 무렵 비행청소년이 탄생했다. 부보의 맞벌이 또는 이혼가정의 증가로 가정에서 통제받지 못하는 일부 철없는 청소년들의 일탈을 주로 다룬 기사였는데 그들이 일탈하는 이유를 가정이 무너지기 때문이라며 결론지어 얘기했다. 그렇게 비행청소년으로 낙인찍힌 세대는 성인이 되어 X세대가 됐다. X세대의 특징은 베이비붐 세대와는 달리 노력과 열정이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부보 세대들은 자식 세대의 이해할 수 없는 점을 꼬집어 X라 칭한 것이다.




세대가 의미하는 것은?

과연 세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흔히 나이차가 많이 나면 세대차이를 느낀다고 말한다. 세대차이가 느껴 친해지기 어렵고 무언가를 같이 즐기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자신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그렇다면 세대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그전에 세대에 대해 알아보자. 세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정의하는 세대의 의미는 서로 비슷한 성장 시기에 긴밀하게 공유한 그들만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20살의 여자 민지와 40살의 여자 민지는 이름과 성별은 같지만 그들은 긴밀하게 공유한 문화가 다르다. 20살의 민지는 BTS와 스마트폰 그리고 SNS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공유했지만, 40살의 민지는 HOT와 IMF 2008 금융 위기를 겪으며 2020년을 살고 있다. 그들의 관심사와 가치관은 같을 수 없으며 또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다. 각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라는 것은 매우 상투적인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 세대들은 다른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기 매우 어렵다. 우리가 접하는 경험과 가치관들은 문화를 조성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밑거름이다. 그런데 이 경험과 가치관들은 시간에 따라 정의되는 것이 다르다. 보통 한 세대가 성장하는 시간을 30년으로 본다. 세대차이는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경험과 가치관의 차이를 말한다. 그것은 다시 문화의 차이로 이어진다. 그럼 30년 동안의 경험과 가치관이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자. 그것은 산업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산업이 팽창할 때, 산업이 수축할 때.

먼저 베이비붐 세대는 산업이 발달하는 시대에 태어나고 성장했다. 그 시기에는 모든 사회적 시설과 인적자원이 성장하는 시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는 확장하는 사회 속에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흔히 말해 착실하게 본인의 일만 성실하게 꾸준히 하면 기회가 오는 시대에 성장한 것이다. 물론 개인이 노력도 있어야 기회를 잡는 법이다. 하지만 산업의 폭발적 발달은 일자리의 팽창과 그로 인해 생기는 많은 기회들을 선사했다. 그렇게 팽창된 사회는 저출산이라는 복병을 만나 다시 수축하기 시작한다. 팽창됐던 사회적 시설과 일자리들은 인구가 점점 감소함에 따라 기존의 시설들과 일자리 또한 수축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기회 역시 수축한 것이다. 부모세대들은 산업이 발달하던 시기에 보유했던 부동산과 10% 이상의 예금이자를 바탕으로 부를 축척했지만, 이미 잔치가 끝난 뒤 자식 세대들은 그만큼 부를 축적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욜로, 플렉스, 소확행의 문화가 자식 세대들에서 나타는 현상은 당연하다. 부모세대들은 자식 세대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하던 시대를 살아온 부모세대는 열심히 일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자식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 눈에는 자식들이 나태하고 꿈과 희망이 없어 보인다. 반대로 자식 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이 불투명하다. 열심히 해서 성공한 부모세대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월급을 모아 집을 산다는 것은 평생을 투자해야 가능한 일이다. 아니 누구는 평생을 투자해도 불가능하다. 그럴 바에는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기보다는 내가 버는 대로 만족하며 오늘을 누리며 사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인생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렇게 세대는 서로 공유하는 경험과 가치관이 다르다. 자신 세대의 경험과 가치관으로 다른 세대를 해석하니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영어 사전을 가지고 독일어를 해석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 세대차이는 아주 예전에도 또 앞으로도 존재한다. 인류의 산업 환경은 계속 바뀌는 중이니까.




지금 우리가 세대를 구별하는 것의 의미.

나는 이글에서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부모세대, 자식 세대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 사회에서 사용하는 세대의 명칭은 더 다양하다. 밀레니얼 세대, Y세대, Z세대 굉장히 많은 세대들을 나열한다. X세대의 출현 이후  Y세대 Z세대까지 알파벳순으로 세대를 정의하기 시작했다. X세대 이후 Y, Z세대는 일부 미국 언론이 알파벳 순으로 세대를 정의하면서 생겨난 명칭이지만, 알파벳 순으로 세대를 정의하는 것은 오류라는 것을 인지해 쓰지 않는 표현이며 한국에서 아직 오인해서 쓰는 표현이다. 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라는 표현을 주로 쓴다. X세대의 시작은 세대의 변화를 사회 문제로 인식하면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언론과 기업들은 세대의 구분을 상업적인 광고 요소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정의하는 글을 보면 할 말을 잊는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으로 인터넷에 의존적이며 다른 세대에 비해 환경을 더 생각하고 불공정한 것을 반대하며 자기주장이 강하다 등 많은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인터넷에 의존적이라는 것은 인터넷이 주류 기술인데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불공정한 것에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부분이며, 옳은 일에는 자기주장이 강해도 상관없다. 이는 한국 사회의 의식이 그만큼 성숙되고 있는 것이다. 부모세대들은 국가의 통제를 받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나는 그나마 민주주의가 실행된 것이 김영삼 정권 후부터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 부모세대들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고 문화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은 더 좋게 변했고, 민주주의는 정착되었다. 2016년 촛불 집회만 보더라도 외신들이 그렇게 의미 있게 보도한 이유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국가가 군대를 동원해 국민을 학살하던 나라가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탄핵을 이뤄가는 것을 대견하게 본 것이다. 이런 역사의 흐름이 세대의 정체성이 된 것이지 특정 세대에게만 부여된 특징이 아니다. 그럼 다시 90년대 아모레의 CF를 예를 들어보자. X세대와 로션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겠는가? 미국에서 생겨난 X세대의 새롭고 생소한 명칭을 한국에 들여와 선점하면서 세련되게 포장해 로션을 판매하는 것에 이용한 것이다. 세대는 부모와 자식 세대로만 정의해도 충분하다. 어느 특정 시점에 태어난 세대에 특별함을 부여하고 그 세대들의 이해하고 잡지 못하면 사업에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것은 매우 확대 해석된 부분이다. 기업은 소비자를 잡아야지 세대를 잡는 것이 아니다. MZ세대 Y세대 Z세대 등의 세대의 표현은 기업과 언론의 상업활동을 위해 만들어낸 버즈워드다. 언론은 기사를 팔아야 하고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 그것들을 팔기 위해 세대를 이용하는 것이다. 결국 세대는 소비자다. 최근 방영되는 자동차 CF만 보더라도 'X, Y, Z 세다가 타고 있다'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부모와 자식이 타고 있는 패밀리 카일뿐이다. 단순한 로션은 주목을 받지 못한다. X세대가 바르는 로션은 좀 더 주목받기 쉽다. 단순한 패밀리카는 주목받지 못한다. X, Y, Z 세대가 타고 있는 차는 좀 더 주목받기 쉽다. 무수히 많은 세대의 명칭은 언론과 기업이 만들어낸 것이지 스스로 탄생한 문화가 아니다. 





참고서적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시민의 교양, 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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