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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SHK Mar 26. 2023

우주에서 우리는 혼자일까

도서 <오무아무아 - 하버드가 밝혀낸 외계의 첫 번째 신호>


밤하늘의 별을 보거나 무한한 우주를 생각하면 겸손해집니다. '창백한 푸른 점'일뿐인 이 지구에서 우리 각자는 찰나의 순간을 살다가는 티끌과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의 고민과 근심은 우주적 관점에서는 하찮은 일일 뿐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걱정이 조금 덜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장대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도서  <오무아무아 - 하버드가 밝혀낸 외계의 첫 번째 신호>

이 책은 하버드대 천문학 교수이자, 하버드대 천문학과장 자리를 10년 가까이 유지한 아비 로브가 쓴 책입니다.


2017년 10월에 낯선 천체가 하와이에 있는 천체망원경에 포착됩니다. 독특한 특징을 보이면서 태양계를 빠르게 지나간 이 천체에 대해 국제천문연맹(IAU,천체에 명칭을 부여하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기관)은 "먼 곳에서 온 첫 번째 전령사"라는 의미의 하와이 방언으로 '오무아무아'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이름이 내포하는 의미만큼이나 이 천체는 독특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이 오무아무아는 최초로 발견된 '성간천체(Interstella Object)'입니다. 성간천체는 태양계에서 존재하는 천체가 아닌 태양계 바깥에서 우리 태양계 쪽으로 지나간 천체를 말합니다.


공룡을 멸종시킨 운석은 '소행성'이고, 약 76년마다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한 핼리혜성은 '혜성'입니다.

소행성은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져 있고 혜성은 얼음,먼지,가스로 구성되어 긴 꼬리를 남긴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둘 다 태양계에 존재하며 태양계 안에서 공전하는 천체들입니다.


하지만 오무아무아는 소행성이나 혜성과는 달리 태양계 바깥에서 온 손님입니다. 오무아무아 이후 또 다른 성간천체가 발견되긴 했지만 오무아무아는 최초로 기록에 남겨진 성간천체입니다.


오무아무아의 특징 : (1) 특이한 모양

오무아무아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특징을 보입니다.

하나는 그 모양이 매우 독특하다는 점입니다. 태양계에 있는 천체는 태양빛을 반사합니다. 만약 '구' 모양의 천체라면 반사율이 비교적 일정하게 나타나게 되고 '럭비공' 모양의 천체라면 넓은 면을 비출 때와 좁은 면을 비출 때의 반사율 차이가 크게 나게 됩니다.


오무아무아는 매 8시간마다 밝기가 10배가 변화합니다. 이렇게 극적인 반사율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오무아무아는 시가(담배) 모양의 좁고 긴 형태를 띠고 있다는 추론이 나오게 됩니다. 우주에 수많은 천체가 있지만 이토록 극적으로 특이한 모양을 가지고 있는 천체는 아직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성간천체가 최초로 발견되었는데 하필이면 그 모양마저 너무나 특이하고 이상한 모양인 셈입니다.


오무아무아의 특징 : (2) 특이한 이동

또 다른 특징은 오무아무아가 특이한 가속도를 보이면서 태양계를 이탈해 나갔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천체는 중력의 영향을 받으면서 이동하기 때문에 대략적인 경로와 속도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무아무아는 예상과는 다른 가속도를 보이면서 빠르게 태양계를 벗어났습니다.


물론 태양계에 있는 천체 중 '혜성'의 경우 이런 경로를 보이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혜성은 얼음, 먼지, 가스의 휘발성 물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태양풍에 따라 생기는 긴 꼬리에 의해 독특한 경로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무아무아는 혜성과 같은 꼬리가 없었습니다. 특이한 가속도를 일으킨 요인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무아무아는 독특한 가속도로 태양계를 벗어났습니다.


오무아무아의 특징을 조합해 보면, 최초로 태양계에서 바깥에서 온 것으로 확인된 천체가 있는데

이 천체는 우연히도 매우 길고 얇은 막대기 모양을 하고 역시나 매우 이례적으로 독특한 가속도를 보이면서 이동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계 문명의 인공물체?

여기서 저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소행성이나 혜성과는 전혀 다른, 확률적으로 극히 이례적인 이 천체에 대해 우리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기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제시한 가설은 이 천체가 외계에서 온 인공물이라는 것입니다. 먼 곳에서 외계의 지적생명체가 쏘아 올린 인공적인 물체(또는 그 부산물)이 우주를 탐험 혹은 표류하다 태양계까지 오게 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과학의 기본자세로 돌아가서 얘기하면, 과학자는 관측을 바탕으로 이론을 검증하고 기존 이론이 맞지 않으면 새로운 가설을 세워서 입증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무아무아에 대해서는 과학계가 지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점을 아쉬워합니다. 소행성이나 혜성이나 그 외 다른 어떤 이론으로도 오무아무아는 명쾌한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아주 이례적이고 극히 낮은 확률의 천체였다는 설명만으로 부족하고 우리는 또 다른 가설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바로 이 천체가 외계의 지적생명체가 쏘아 올린 인공 구조물이라는 가설입니다. 이 가설을 지지하면 오무아무아의 지극히 이례적인 확률을 한 번에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독특한 모양과 특이한 가속도를 보인 것은 모두 외계의 인공 구조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기존 과학계가 일종의 '게이트키퍼'가 되어 새로운 가설과 급진적인 이론을 배척하려는 보수성을 띤다고 봅니다.

젊은 과학자들은 대학의 종신교수직(tenure)을 따기 위해 주류 과학계가 선호하는 연구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주류 과학계는 지극히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기 때문에 과학계가 외계 지적생명체의 흔적을 탐색하고 연구하는 일에는 관심을 줄 수 없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오무아무아의 이례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이 천체가 외계 지적생명체의 흔적일 가능성 진지하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가설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는 기존 과학계의 잘못된 태도도 함께 비판합니다. 과학자로서 외계 구조물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는 것은 과학에 대한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오무아무아는 무엇이었을까

실제 오무아무아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주 짧은 기간 태양계를 스쳐 지나갔을 뿐이고 남아있는 것은 천체망원경에 남은 약간의 관측자료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태양계 바깥의 손님은 저자가 생각하는 외계 지적생명체의 흔적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보이는 논리적 전개와 이를 바탕으로 한 화두분명 시사점이 있습니다. 과학의 기본 태도는 관측 증거를 바탕으로 기존 이론을 검증하고, 이론이 맞지 않으면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해내가야 합니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외계 지적생명체에 대한 주류 과학계의 지극히 보수적인 태도가 인류 최고의 발견이 될 순간을 늦추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주에서 우리는 혼자일까

우주에 외계 지적생명체가 존재할까요?

저는 단연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 유명한 '우주에 우리 밖에 없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가 아닐까'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 무한한 우주에서 지적생명체가 있는 곳은 지구만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그 지적생명체 간에 서로 만남이나 교신이 가능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영화 콘택트 (1997, 로버트 저멕키스 연출)를 보면 주인공 앨리 박사(조디 포스터)가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외계에서 오는 신호를 포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과 그 지인들은 외계 지적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인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활동가들입니다.


영화 속 SETI 프로젝트에 실제 참여했던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가 1960년대 외계 문명과 교신할 가능성을 방정식으로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정교한 방정식도 아니고 지나치게 낙관적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다만 외계 지적생명체를 찾는 과정에서 유용한 사고 틀이 될 수 있습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에서 가장 의미 있게 살펴볼 부분은 방정식의 마지막 '문명이 존속할 '입니다. 어떤 고등의 문명이 외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멸망의 길을 걸었다면 우리와 교신할 수 없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외계 지적생명체를 찾는 우리 문명도 오랜 기간 존속하지 못하고 멸망하게 된다면, 외계 지적생명체의 신호가 오더라도 알아차릴 수 없게 됩니다.


외계의 지적생명체를 만나려면, 혹은 영화 콘택트에서처럼 전파 교신이라도 주고받으려면 최소한 우리 지구 문명이 건강하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야 합니다. 외계 생명체의 발견이라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견은 우리 지구 문명 스스로가 절멸의 길을 피하고 오래오래 지속할 때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니다.


고등 문명일수록 스스로를 자멸시킬 발명품(핵무기, 생화학무기, 대규모 환경오염 등)을 많이 만들어낸다는 점은 아이러니입니다.

 

외계 지적생명체를 만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지구를 아끼고 미래 세대에게 그 유산을 남겨줘야 하는 숙제를 계속 풀어가야 합니다.

그 숙제들을 하다 보면 가까운 미래는 아니더라도 언젠간 우리가 기대하는 역사적 발견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때가 되면 우주의 신비는 한 꺼풀 더 벗겨지고 인류는 한걸음 더 도약하게  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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