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런던 - 행운을 대하는 태도

좌석 업그레이드

by Shaun SHK
축하해요.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 되었어요.
네?! 비즈니스요?
네, 운이 좋은 하루네요. 즐거운 비행 하세요.


아침에 귀국 편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오전 6시쯤 숙소에서 체크아웃했습니다.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지만 출근시간의 혼잡함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마음을 졸이며 공항에 도착하니 비행기 출발까지는 약 1시간 20분 정도 남아있었습니다.


카운터가 붐벼 한참을 기다린 끝에 체크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행기 시간을 놓칠까 봐 조바심을 냈는데 다행입니다.

이제 안도하는 마음으로 항공사 직원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치는 줄 알았어요.
탑승게이트까지 가는데 시간은 충분하겠죠?

선택할 수 있는 좌석이 있다면 통로 쪽으로 하고 싶은데, 지금 저한테 선택지가 있을리 없겠네요!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평소와는 달리 신나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짧은 대화와 농담을 주고받던 중 직원 분이 갑자기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비즈니스 티켓을 발급해 줬습니다.


특가로 굉장히 싸게 산 표였던 데, 처음으로 이용해 보는 항공사라 누적된 마일리지도 전혀 없었습니다.

오버부킹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주더라도 굳이 나의 티켓을 해줄 이유는 없어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표를 더 비싸게 샀을수록, 탑승 횟수가 많을수록, 누적 마일리지가 높을수록,

좌석 업그레이드에 대한 우선순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항공사마다 내부적인 규정이 다르겠지만,

마일리지도 없고 특가로 구매한 티켓을 업그레이드 해준다니 더 예상치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운 좋게 업그레이드된 좌석으로 비행기 탑승을 시작했습니다. 기내 수하물 검사 때부터 패스트트랙으로 통과해서 좋았습니다.

이코노미석에 비해 쾌적하고 혼잡하지 않은 기내 공간에 도착하니 마음이 더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구경을 하며 사진을 찍다가 자리에 앉아 찬찬히 메뉴판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와인을 포함한 각종 주류, 전채요리, 메인요리, 디저트가 구분되어 적혀있는 메뉴판이었습니다. 분위기 있는 어느 유럽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고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따뜻한 토마토 스프로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살짝 데워진 식기에 뜨끈하게 담긴 스프를 먹다보니 런던 시내에 남아 한 끼 식사를 더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오리고기를 다져 만든 전채요리, 메인인 구운 닭요리를 먹었습니다. 비행시간이 더 길었다면 아마 메뉴판에 있는 모든 요리들을 맛봤을 것 같습니다. 일회용 용기가 아닌 달그락 소리 나는 식기로 요리를 먹는다는 점이 기분 좋았습니다.

디저트로 제공되는 신선한 과일은 여러 번 요청해서 먹었습니다. 평소 잘 못 챙겨 먹던 과일을 기내에서 양껏 챙겨 먹었습니다.


식사 외에 또 좋은 점은 널찍한 자리에서 180도로 누워서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졸릴 때는 그냥 편하게 누워서 가면 됩니다.

이렇게 불편함 없이 비행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목적지까지 시간이 줄어드는 게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삼 시간의 체감속도는 상대적임을 느낍니다. 이코노미석에서의 비행은 자다 깨다를 반복하 지루함에 몸을 꼬게 니다. 반면 번엔 2시간 정도 지 느낌인데 벌써 환승공항에 도착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옵니다. 다른 요리를 더 먹어보지 못해 내리기 아쉽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똑같은 비행시간이라도 이코노미에서는 한없이 고여있는 시간인데, 비즈니스에서는 순식간에 흘러갑니다. 경험의 내용에 따라 체감시간은 크게 변화합니다. 뜻밖의 행운 덕분에 런던에서 아부다비까지의 7시간 비행은 편안하고 쾌적한 여정이었습니다.


행운의 이유


예상치 못한 행운을 얻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뜻밖의 큰 행운이라면 기쁨의 감정이 솟구치고 희열을 느낍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 마음이 가라앉으면 이유를 찾고 싶어 집니다. 내가 이런 운을 얻게 된 이유가 뭘까.


귀국길에 좌석이 업그레이드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티켓팅하는 직원에게 밝게 인사하고 여러 가지 말들을 건넨 덕분일 거야.
그래서 수많은 업그레이드 후보군들 중 망설임 없이 나에게 혜택을 준 걸 거야.
내가 무뚝뚝하게 서 있었다면, 혹은 인상을 찌푸린 채 카운터에 있었다면 굳이 나의 티켓을 업그레이드해 주지는 않았을 거야.

단순히 내가 체크인 끝무렵의 탑승객이라 업그레이드를 해준 것일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가장 결정적일 듯합니다.


하지만 밝은 미소와 친절한 대화 덕분에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최소한 앞으로도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밝게 인사하 대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런 행동이 언젠가는 또 다른 운을 불러오지 않을까요.



갑작스러운 운을 대하는 태도


갑작스러운 운에는 어떻게든 그 이유를 찾으려는 습관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학교 시험에서 찍은 문제가 맞았다면, 그 과목 공부를 열심히 해놓은 덕분에 운이 따라와 줬다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경품에 당첨이 되었다면 내가 응모 내용을 신경 써서 작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진된 열차표 중에 운 좋게 취소표를 얻게 되어도, 내가 수시로 어플을 확인한 부지런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우연한 행운을 얻게 되면 내가 그 행운을 얻을만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오래된 믿음니다.


한 개인이 어떤 행동을 하든 행운이 무작위로 간다고 생각하면 불공평하게 느껴집니다. 올바른 행동이나 합당한 행동들이 있었을 때 그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행운이 간다고 믿고 싶습니다.


행운이 정말 무작위 하게 배분된다면 상당히 불공평해 보이는 일들도 일어납니다.

온갖 악한 행동만을 하는 사람이 복권에 연달아 당첨되고, 부하 직원들에게 폭언을 일삼은 사람이 운 좋게 승진하고, 탈세와 횡령을 일삼는 사업가가 매번 운 좋게 수사망을 피해 간다면 불합리합니다.


선한 행동을 하거나 올바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뜻밖의 행운과 예상치 못한 기쁨이 발생했으면 합니다. 친절과 호의를 베풀고 바르게 사는 누군가에게 그에 합당하는 운과 보상이 따라가 줬으면 합니다.



세상을 알아갈수록 불공평과 불공정이 많은 사회임을 느끼지만

세상의 공평함과 공정함에 대한 동화 같은 믿음을 계속 남기고 싶습니다.


우연한 행운은 선하게 행동하고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받아가고, 불운은 악하게 살아온 사람의 몫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착한 행동을 하면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는 믿음은 초등학생 때 사라졌지만,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행운이 간다는 믿음은 아직 있습니다.

실제론 아닐지라도 최소한 그런 믿음은 남겨 놓고 싶습니다. 그래야 세상사는 보람, 세상사는 즐거움이 더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