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타워브릿지 갈 거예요. 어제도 갔는데, 오늘 또 보러 갈 거고, 그냥 매일 보러 가고 싶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밥을 먹다가 한국인 여행자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타워브릿지의 야경이 너무 좋아서 거의 매일 보러 간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런던에 도착한지 며칠 지났는데 야경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그 친구가 예쁘다고 하는 타워브릿지 야경도 보지 못했습니다.
매일 일찍부터 시내를 구경하고 꽤 많은 거리를 걷다 보니 야경을 볼 시간엔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더 큰 이유는 여름의 런던은 해가 대단히 늦게 진다는 점 때문입니다. 밤 9시가 되어도 주위가 환한 풍경을 보다 보면 대체 몇 시까지 있어야 야경을 볼 수 있는지 가늠이 안됩니다.
아침을 먹고 난 후, 이 날은 꼭 야경을 보고 숙소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부러 낮 동안에는 크게 무리하지 않고 체력을 비축해두었습니다.
런던 시내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저물기 시작합니다.
분주한 한낮이 귀가 준비를 하고 교대자인 어두운 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테이트 모던에서 전시를 본 후 템스강변을 따라 여유롭게 야경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최종 도착지는 타워브릿지로 잡았습니다.
테이트모던에서 건너다 본 세인트폴대성당
해질녘에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이제 어둠이 스며들고 있지만 대도시의 밤은 고요하기보다는 꽤나 시끌벅적합니다.
한낮 동안 분주한 하루를 보냈던 사람들이 이제 일을 마치고 편안하게 저녁시간을 보낼 때입니다.
런던은 밤과 함께 새로 깨어나는 기분입니다. 날카롭고 분석적인 모습들의 사람들은 사라지고 약간의 피로감은 있지만 평온하고 즐거워 보이는 얼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템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흥겨운 펍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바쁜 일상을 보낸 시민들이 긴장을 풀고 한잔씩 하기에 적당해 보입니다. 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왁자지껄함이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밤과 함께 펍들이 본격적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입니다. 엘리자베스 시대 때 셰익스피어의 극을 공연하던 극장을 다시 재현해 놓았습니다. 단순히 외관만 꾸며놓은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는 실제 많은 공연이 펼쳐집니다.
골목의 가로등이 런던의 밤을 보다 운치 있게 만들어 줍니다.
템스강변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최종 목적지인 타워브릿지가 보입니다.
런던 야경의 하이라이트인 타워브릿지입니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다리인데, 야경을 보기 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특히 타워브릿지의 모습이 한눈에 잘 보이는 장소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꺼내 연신 사진을 찍습니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우정 가득한 모습을 남기기도 하고, 다정한 연인끼리 모여 낭만적인 한때를 간직하기도 합니다.
타워브릿지 위를 직접 건너며 런던 야경 산책을 마쳤습니다. 템스 강변을 따라 꽤 긴 거리를 걸었는데,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런던 여행의 다른 날들과 마찬가지로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였다면 야경은 한 번도 못 보고 돌아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지에서는 아침의 한가로움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새벽에 광장을 걷다가 하나둘씩 세상이 깨어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모든 번잡함과 소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느낌입니다.
하지만 하루를 너무 일찍 시작하게 되면 여행지의 야경을 보기 힘듭니다. 특히 고위도 지역에 위치한 나라를 여름에 여행한다면 늦게까지 해가 지지 않는 풍경에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의 고요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밤의 낭만을 잘 알지 못합니다.
반면 밤의 흥겨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침의 한가로움을 잘 알지 못합니다.
같은 도시, 같은 공간을 함께 쓰면서도 우리는 각자의 리듬에 따라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리고 각자의 생활패턴과 습관에 따라 우리는 각자의 도시를 만납니다.
같은 공간의 도시지만 생활패턴에 따라 우리 눈에는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의 생활패턴을 벗어나 걷는다면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의 여행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을 좋아하든 밤을 좋아하든, 한 번씩은 패턴을 살짝 바꿔보는 것도 즐거운 시도일 것 같습니다.
동일한 공간이더라도 평소의 습관을 살짝 바꿔보는 것만으로 경험은 더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