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화장실 천장에서 누런색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물이 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난 2년 동안 내 무의식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악몽의 찌꺼기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소리였다. 물방울이 떨어진 자리에는 마치 오래된 흉터처럼 얼룩진 자국이 남았다. 나는 그 얼룩을 바라보며 애써 떨리는 손을 진정시켰다.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3층으로 향했다.
철문은 차갑고 단단했다. 그 너머에 누가 있는지 알기에 초인종을 누르는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딩동. 정막을 깨는 벨 소리가 복도에 공허하게 퍼졌다. 잠시 후, 끼익 하는 소름 끼치는 금속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문틈 사이로 노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빛바랜 셔츠만큼이나 깊게 패인 노인의 주름 위로 긴장감이 서렸다. 문손잡이를 움켜쥔 그의 손은 마디가 굵고 투박했다. 마치 절대로 자기 영역을 내주지 않겠다는 맹수의 발톱처럼 힘이 들어가 있었다.
"우리 집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는데 확인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최대한 예의를 갖춰 물었지만, 내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노인은 문틈 사이로 껌뻑거리는 눈만 내민 채 벼락 맞은 대추나무처럼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건물이 낡아 어디서 새는지 알 수 있나. 정 궁금하면 직접 들어와서 확인해 보던가!"
황당한 태도에 숨이 턱 막혔다. 이성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위층인 3층에서 누수 업체에 연락해 확인해 주는 게 상식 아닌가요? 전문가도 아닌 제가 3층에 들어간다고 원인을 어떻게 찾겠어요."
노인의 미간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는 아예 문을 닫으려는 듯 귀찮다는 표정으로 독설을 내뱉었다.
"난 몰라. 그리고 난 화장실 쓰지도 않아."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넘어, 화장실을 쓰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 노인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 뻔뻔한 문장이 내 귀를 파고드는 순간, 머릿속에서 전구가 터지는 듯한 분노가 일었다.
이것은 단순한 이웃 간의 갈등이 아니었다. 내 삶이라는 평온한 프로그램에 치명적인 버그가 침입한 것이었다. 노인의 눈빛은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날카로웠고,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내 가슴에 독화살이 되어 박혔다.
나는 이 악연의 서막이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의 태엽을 되감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 그 찬란한 빛의 그림자 뒤에서 조용히 자라나고 있었다.
2010년, 나는 서울 구로구의 조용한 주택가에 내 인생 첫 집을 마련했다. 4층짜리 빌라의 2층. 낡고 투박한 건물이었지만 내 명의로 된 등기부등본을 손에 쥔 날,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쪽쪽 갈라진 낡은 외벽조차 훈장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기쁨은 유통기한이 짧은 우유처럼 금세 상해버렸다. 건물 곳곳의 낡은 구조물들이 하나둘씩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세탁실 천장 한쪽이 조금씩 젖어 드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나는 그것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거대한 파도의 시작임을 알지 못했다.
나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극내향인이다. 모르는 사람의 눈을 3초 이상 마주치는 것조차 버거운 내게, 3층 노인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것만큼이나 가혹한 일이었다. 하지만 천장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
당시 노인의 반응은 지금과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았다. "그냥 지켜보든가 마음대로 해라."
무책임의 끝판왕이었다. 결국 사건은 터졌다. 며칠 뒤, 천장의 한쪽 모서리 합판이 고여 있던 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쩍 갈라지며 무너져 내렸다. 폭삭 내려앉은 천장 사이로 쏟아진 것은 비단 썩은 나무 조각뿐만이 아니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