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며 가장 기분 좋은 일이 무엇일까. 역시 금융치료 아닐까.
얼떨결에 받은 성과금
3년 전, 회사의 매출은 좋았지만 경쟁사가 생기고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사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개인 성과금을 꺼내 들었다. 부장급들을 붙잡기 위한 큰돈이었는데, 그 흐름에 얼떨결에 섞인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나다.
전임 연구원은 회사가 전력으로 붙잡을 인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성과금을 받은 순간, 마음은 달랐다. ‘회사가 나를 인정하는구나.’ 액수는 당시 연봉의 30%. 3월과 9월, 두 번으로 나뉘어 들어오는 돈을 확인할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이 회사에서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확신도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
다음 연도 매출이 줄어들 것이 예상되자 회사는 허리를 조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없어진 건 개인 성과금이었다. 계약서도 없던 비정기 성과금이었기에 이의를 제기할 틈도 없었다.
3년 동안 받아온 돈이 사라졌다.
설렘과 긴장으로 즐거웠던 감정과 정반대의 감정이 밀려왔다. 배신감이라 해야 할까, 서운함이라 해야 할까.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새벽잠까지 깨워댔다. 한 푼이 아쉬운 판국에 줄어든 수입이라니. 아이의 얼굴을 보면 답답함도 밀려들었다.
차분하게 돌아보니
깊게 숨을 들이켜고 상황을 돌아봤다.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으니 두 가지가 보였다.
첫째, 회사만 믿고 올인하는 건 위험하다. 회사는 사정에 따라 판단을 바꾼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회사 상황이 달라지면 나의 대우도 달라진다. 당연한 말 같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깨달음은 다르다. 투자에서 위험을 분산하라고 하듯, 수입도 한 곳에만 묶어두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둘째, 그래도 잘한 결정들이 있었다.
성과금을 받던 시절, 나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동차를 현금으로 샀다. 만약 성과금이 계속 들어올 거라 믿고 무리하게 할부를 당겼다면 어땠을까. 지금쯤 매달 빠져나가는 할부금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거다.
아파트도 그렇다. 연봉이 높게 잡힐 때 레버리지를 활용해 미리 투자해 뒀다. 그 결정이 부동산 시세차익이 되었고, 지금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와 여유가 되어주고 있다.
원칙이 우리 가족을 지켰다
성과금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에 기대지 않았기에 생활은 흔들리지 않았다. 소비는 기본 월급 안에서, 성과금은 자산을 늘리는 데. 그 원칙 하나가 오늘의 나를 버텨주고 있다.
이제는 수입 분산을 공부해 볼 생각이다. 월급 외에 적은 수입이라도 만드는 것. 회사 하나에 기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 성과금이 사라진 오늘이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뒤통수인 줄 알았는데, 경종을 때려 맞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