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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으로부터 배우는 거래의 기술

-협상을 윈윈으로 만드는 대표적 방법 중에 ‘파이 키우기’가 있다. 현재 있는 조건만 가지고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때 다른 자원을 더함으로써 윈윈 해법을 찾는 방식이다. 

-1000원 제품으로 유명한 D사는 구매단가를 낮추는 것이 생명이다. 문제는 납품처가 난색을 표한다는 것이다. 이때 가격 문제만 가지고 협상을 한다면 거래가 성사되기 힘들다. 어느 한쪽도 양보할 의향이 없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 D사는 낮은 구매단가를 고수하는 대신 거래조건 개선이라는 당근책을 추가한다.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주문량도 늘려주고 포장비 같은 원가상승 요인을 제거해 준다. 상대에게 가격을 양보한 만큼 보상받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가격이란 파이에 거래조건이란 파이를 더함으로써 파이를 키웠다. 결과적으로 서로가 큰 불만 없는 윈윈이 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위와 유사한 시도를 자주 한다. 그런데 의도는 윈윈이라기보다는 정적에 대한 공격 또는 방어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명 ‘물타기’다. 골치 아픈 사안에 다른 것을 첨가해 본질을 흐리거나 왜곡시키는 방법이다. 

-상대가 물타기를 해올 때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 사건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스라는 회사의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복잡한 설명들이 난무하자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명쾌하게 드러낸 것처럼.. 

-최근, 조국 사태, 한일 무역전쟁, 자녀들 특혜 시비 등 다양한 이슈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당사자들이 어떤 식으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물타기 1; 조건 붙이기>

-나경원 의원은 자식과 관련된 의혹이 계속되자 회심의 한 수를 꺼내 들었다. 동시 특검이란 조건 붙이기다. 문 대통령, 황교안 대표, 조국 장관 그리고 자신까지 모두 특검을 하자는 제안이다. 자신에 대한 의혹을 밝히려면 다른 세 사람에 대한 의혹도 함께 밝혀야 가능하다는 전제 조건을 붙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패스트 트랙 수사에 응하라는 압박을 받을 때도 문희상 국회의장 등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교체 관계자를 먼저 수사하면 그때 수사를 받겠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운 조건을 붙임으로써 자신을 향한 공세들을 비켜가는 효과를 노렸다.

-일종의 물귀신 작전이다. 약간의 허점이 있는 상대를 만났을 때 효과적인 전술이다.   


<물타기 2; 이슈 끼워 넣기>

-운전 중 접촉 사고가 났을 때 차주끼리 잘잘못을 따지다가 느닷없이 나이 논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당신이 먼저 끼어들었잖아”, “뭐 당신? 당신 나이가 몇이야?”, “먹을 만큼 먹었다. 왜?”그때부터 사고 원인은 중요치 않다. 누가 예의 없이 행동했는지가 주 논쟁거리가 된다. 새로운 이슈가 끼어듦으로써 국면이 전환된 것이다.   

-지난 23일 나경원 의원은 아들의 이중국적과 원정출산 의혹과 관련하여 아들은 서울서 출생했고 이중국적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의혹 중 하나인 라치몬트 산후 조리원은 아들이 출생한 후에 생긴 것이다. 이것만 봐도 자신에 대한 의혹이 모두 가짜 뉴스다 라고 했다. 그동안 사실을 밝히라고 압박하던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늦었지만 진실을 밝혔으니 다행"이라며 "이제 원정출산 의혹을 말끔히 씻었으니 지금부터라도 머뭇거리지 말고 자신 있게 밀어붙여라."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권의 압박은 멈추지 않고 있다. 라치몬트 산후 조리원은 결정적 증거가 아니다. 출생증명서 또는 아들의 F1 비자만 보여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놔두고 왜 자꾸 딴 소리 하냐고..... 

-여권의 확실한 증거 압력에 대해 나 의원 측은 다른 이슈를 꺼내 들었다. 가짜 뉴스다. 가짜 뉴스에 대응하면 또 다른 가짜 뉴스를 양산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증거 제출은 안 하기로 했다고... 자신에 대한 의혹을 부정하는 자리에서 라치몬트 산후 조리원을 예로 들어 가짜 뉴스가 퍼져 나가는 과정을 자세히 언급했던 것은 결국 증거를 못 내는(?) 대신 그를 대체할 다른 이슈를 제기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설득력 있는 조치인지는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한편 여권 입장에선 그래서 출생증명서는? F1 비자는? 과 같은 질문을 통해 의혹 규명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지난 7월 반도체 관련 제품 3개에 대한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으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표면적 이유는 이들 제품이 북한으로 넘어가 안보에 위협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진짜 속셈은 한국 경제를 견제하고, 문재인 정권 길들이기였음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 

-한국 견제 및 길들이기란 진짜 이슈를 숨긴 채 전 세계가 민감해하는 북한 이슈를 끼워 넣음으로써 그들의 제재를 정당화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전략 물자를 밀수출한 것은 오히려 일본이라는 사실과 그들의 속셈은 따로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의 반발심만 키웠다. 무리한 끼워 넣기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기정 청와대 수석은 페이스북 글에 화성 살인사건을 언급하면서 “장기 미제사건의 해소라는 점도 있지만, 공소시효가 소멸했어도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자 애쓴 소명의식과 노력에 대해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발표를 보면서 장자연 사건이 생각난다”면서 두 사건을 비교했다. 그는 “우리 사회 고위층이 관련됐고, 수사기관의 증거인멸 의혹까지 보였던 장자연 사건이 유야무야 된 점은 정말로 아쉽기 그지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화성’은 되고 ‘장자연’은 안 된단 말인가? 무엇이 문제였나?”라고 반문했다. 

-화성 살인 사건이 공소시효와 무관하게 해결됐다는 점을 고리 삼아 새로운 이슈를 끼워 넣었다. 바로 장자연 사건에 대한 환기 및 수사 촉구에 대한 암시다. 일본의 무리수와 달리 자연스러운 끼워 넣기라는 평가다.  


<물타기 3; 이슈를 이슈로 덮기>

-인터넷 매체 <디스패치>를 정부가 밀어주고 있다는 소문이 떠돈 적이 있다. 정권에 불리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연예계의 대형 스캔들을 터트려 국민들 관심사를 돌렸다는 이유다. 그러나 '대한민국=사건 공화국'이 현실이다 보니 디스패치가 특종을 터트려야 할 시기에는 항상 주요 이슈들이 함께 있었다. 공교롭게도 시기가 맞아떨어진 것인데 디스패치 기사가 국민들의 관심사를 물타기 한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연예계 뉴스와 정치권 핫이슈는 별개의 사안이지만 두 사건이 동시에 터지면 언론의 지면 배분이나 국민 관심사 등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뭔가 불리한 이슈가 생기면 다른 이슈를 통해 이를 덮으려는 시도가 빈번해지는 것이다. 

-당장만 하더라도 조국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몇 가지 이슈들이 덮이고 있다. 일본의 무역제재에 대한 관심도나 패스트 트랙 수사 압박 같은 것들이다.    


요약하겠다. 물타기는 약간의 꼼수 같은 느낌이 있는 전술이다. 그러나 꼼수를 부리는 상대를 만난다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기에 대표적인 물타기 전술 -조건 붙이기, 이슈 끼워 넣기, 이슈를 이슈로 덮기-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상대가 물타기를 시도한다면 다스는 누구 겁니까? 와 같은 화두를 통해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물타기 #나경원 #강기정 #협상 #협상 공식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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