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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Aug 17. 2019

남아공 케이프타운, 드디어!

생각보다 덜 위험하고, 더더 아름다운 도시!

@ 테이블마운틴에서 내려다본 케이프타운 시내와 베이 전경

드디어 내 버킷리스트에 올라있던 여행지 하나를 지웠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이다!


뚜르드몽블랑 트레킹을 마치고 프랑스 샤모니에서 잠시 여독을 푼 다음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서 터키 이스탄불 공항을 경유해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도착했다.


지난 일요일에 도착했으니 벌써 케이프타운도 일주일이 다 돼 간다.

케이프타운에서도 에어비엔비도 아파트를 한 달간 빌려 천천히 여행을 즐길 예정이다.


@ 테이블마운틴에서 바다본 탁 트인 대서양 수평선.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거!

케이프타운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아프리카가 내겐 아직 미지의 세계여서였고,

탁 트인 대서양과 묘하게 아름다운 산 테이블마운틴을 끼고 있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산과 바다가 모두 지척에 있는 아프리카 최고의 도시라니...!


숙소도 내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적합한 위치에 잡았다ㅎㅎ

케이프타운 다운타운이 아니라 Sea Point 라는 Water Front에서도 좀 더 떨어진 동네다.


아침에 일어나서 테라스로 나가면 바로 뒤편에 Lion's Head 언덕과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다.

언덕에서 바다를 향해 매일같이 패러글라이더들이 비행을 한다.


집을 나서 도로 하나만 건너면 바닷가를 끼고 길게 조성돼 있는 산책로를 따라 조깅을 할 수 있다.

케이프타운에선 굳이 헬스장을 끊어서 실내에서 운동을 할 필요 없이 아침에 바닷가를 뛰고, 오후에 뒷산을 오르거나 테이블마운틴을 산행하면 된다. Wow..!


밤엔 이 테라스에 앉아 하늘에 별을 올려다볼 수 있다. 티없이 맑고 선명한 하늘이 펼쳐진다. 선선한 공기를 쬐며 밤바다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꿈이야 생시야 ㅎ


오자마자 동네 마트에 들러서 남아공 와인과 맥주, 치즈, 과일을 종류별로 그득그득 사서 냉장고를 채웠다.

남아공은 따뜻하고 일교차가 커서 섬세한 포도들도 잘 자란다. 화이트와인이 주력이지만 레드와인도 오랫동안 숙성 가능한 좋은 와인들이 많다. 프랑스 와인의 3~4분의 1 정도밖에 안되는 가격에 고품질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여기다.


샤르도네, 슈냉블랑, 쇼비뇽 블랑, 까베르네 쇼비뇽, 멜롯, 쉬라, 피노타지, 카베르네 프랑... 뭐 없는 포도가 없다. 심지어 노블롯으로 뒤늦게 수확한 와인까지 있다. 대규모 와이너리에서부터 가족끼리 운영하는 소규모 부띠끄 와이너리까지 취향에 맞게 둘러보고 시음할 수 있고, 가격도 정말이지 너무나 저렴하다. 맥주는 물론 진 만드는 곳도 많다.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 술에 있어서는 '가성비' 정말 끝내준다.


@ 알콜부자 ㅎㅎ

음식도 정말 값싸고 맛있다. 시내나 동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3코스 런치를 우리 돈으로 1만5000원도 안하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왠만한 로컬 식당은 둘이서 2만원이면 풍성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이것도 남아공 GDP 대비 절대 싼 물가는 아니지만, 케이프타운이 입법수도인데다 뭔가 힙한 곳들은 대부분 백인들이 운영하거나 중산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틈나면 동네를 돌면서 맛집이 어디있나 살펴보고, 한식당에도 들러 밥도 먹고 현지 정보도 얻는다.

Sea Point 인근은 백인이나 흑인 중산층들이 주로 사는 곳이라 아늑하고 안전한 편이다.


아침엔 커피 한잔하고 바닷가에서 조깅을 하며 운동을 하고 점심은 케이프타운 시내나 근교 여행을 하고 맛집에도 가보는 일상을 보낸다. 저녁은 장봐서 집에서 해먹고 어둑해지면 잠들기 전까지 논문을 쓰고 공부를 한다.


케이프타운은 지금 겨울 막바지다. 겨울이라고 해봐야 영국의 여름날씨 정도지만ㅎ

한낮에는 반팔, 아침 저녁에는 얇은 니트를 입거나 도톰한 가디건을 걸치고 다니면 딱 좋은 정도다.

9월부턴 봄이고 슬슬 여름으로 접어들어 4월까지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가 이어진다.


특이한 점은 바닷물이 여름에 오히려 더 차가워져서 겨울에 서핑이나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가 더 좋다고 한다. 세계 각지의 서퍼들이 몰려드는 아름다운 바다에서 나도 서핑을 배워볼 생각이다.


아프리카 각국의 주요 사파리나 여행지를 묶어서 40~50일간 여행하는 투어도 있지만

나는 케이프타운에만 한 달 있어도 할 게 너무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 케이프타운 근교 스텔렌보스에서 커피 맛있기로 유명하다는 카페 ㅎ

일단, 우린 지난 일주일간 해변가를 걷고 뛰면서 아름다운 대서양을 감상했고, 활기찬 분위기의 워터프론트에서 쇼핑도 했다. 케이프타운 시내의 롱 스트리트 일대를 걸으며 맛집도 가고 레코드샵도 몇 군데 들러 LP도 구입했다.


케이프타운 대학 캠퍼스도 아무 이유없이 거닐었다. Lion's Head와 Table Mountain에서 등산도 했고, 하루를 통째로 할애해 근교 스텔렌보스로 가서 규모가 큰 곳부터 부띠끄까지 다양한 와이너리를 투어하기도 했다. 주말에는 케이프타운 시내 극장에서 공연 중인 '킹키부츠' 뮤지컬도 보러가려고 예약해뒀다.


@ 포도밭을 바라보며 와인 테이스팅을 할 수 있다.
@ 한낮의 와인 테이스팅


요하네스버그 여행과 크루거 국립공원 사파리 투어도 해야 하고, 케이프타운 바닷가에서 서핑을 배우고 돌고래와 펭귄을 보러가는 투어에도 참여할 생각이다. 보캅에서 남아공 전통 음식을 배우는 쿠킹클래스도 들어보고 Braai라고 부르는 바베큐도 해보고 싶다. 수백개 등산 루트가 있다는 케이블마운틴에도 여러번 다시 가볼 생각이다. 험하다는 데블스피크까지도 올라가봐야지ㅎ


한달이 짧을 것 같아서 혹시 체류 연장이 가능한지를 알아봤지만 그건 어려워보였다. 아쉽지만 아프리카는 다음에 다시 오면 되니 이번엔 할 수 있는 것만 최대한 즐기기로 ㅎㅎ

@ 맛있는 와인과 포도밭 전경


케이프타운에 있다고 하니 치안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내가 언제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 숙소가 있는 Sea Point나 인근 Bay 지역 혹은 테이블마운틴 바로 아래쪽 언덕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주택가 밀집지라 낮이라면 그리 위험해보이진 않는다.


케이프타운 시내는 이런 주택가보단 조금 더 리스크가 있어 보이지만 골목 모퉁이마다 경찰은 아닌데 가드라고 해야하나, 관광객 안내 겸 안전을 살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상식적인 선에서 행동하면 그리 위험해보이진 않는다.


다만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빈민층 거주지 가까운 곳 등을 혼자 걷거나 해지고 너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소매치기나 강도를 당할 수 있다. 되도록이면 현금을 소지하지 말고, 핸드폰을 보면서 걷지 말고, 카메라나 손목시계 등 값비싼 물품을 드러내놓고 다니지 않는 게 좋다.


@ 스텔렌보스 부띠끄 와이너리

길거리에 부랑자들이나 구걸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사람들은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기보단 그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다. 아파르트헤이트라고 하는 인종차별정책은 폐지됐지만 여전히 백인과 흑인 간 빈부격차는 엄청나고 남아공이 경제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프리카 각국에서 몰려드는 흑인들에게 일자리를 충분히 공급할 정도는 아닌지라 치안이 아주 좋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차를 타고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10분여만 나가도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이 밀집해 있는 빈민 주거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천혜의 환경을 가진 남아공이지만 오랜 식민지로 백인에게 핍박당하고 이제 흑인들이 정권을 잡았지만 여전히 소수의 부정부패로 다수의 가난한 이들이 고통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남아공의 이런 현실을 이해하고, 상식적으로 행동하고 조심한다면 케이프타운은 저렴하고, 아름답고, 독특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다. 걱정했던 것에 비해 케이프타운은 훨씬 더 아름답고, 덜 위험했다.


안전하게, 그리고 천천히, 이 아름다운 도시를 즐기다 가야겠다.

그리고 아마도, 다시 꼭 돌아올 것 같다 ㅎㅎ

아직 나에겐 3주가 더 남았으므로! 좋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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