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시와 산책> 한정원
‘변용’이라는 딱딱한 어휘에는 번역자의 주석이 달려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옮기는 것.” 바로 저녁이 하는 일, 저녁에 벌어지는 일이다. 세상과의 결속에서 틈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나의 내면이 나의 존재와 끊어지지 않으려 분투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p.125)
그녀는 혼자 살고 싶어서 혼자 살았다. 바깥세상에 나가봤는데 별 마음을 끄는 게 없길래 은둔했고, 흰옷을 입은 자신이 가장 멋져 보이길래 흰옷만 입었다. 그것뿐이다.
(p.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