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로 당당하게> 김치승
애주의 시작은 술 한 잔의 소중함을 깨달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많은 양조사의 땀방울 끝에서 마침내 탄생하는 술 한잔이 주는 감동을 더욱 많은 사람이 경험한다면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는 다양한 술에 관한 사회문제들의 실타래를 조금은 풀어나갈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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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애주가라 생각하게 된 시초는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 앞에서 무릎 꿇고 앉아 술을 배우게 된 때였던 것 같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와 시원한 소주 한 잔, 두 잔으로 아버지의 "이제 그만됐다."라는 말씀이 나올 때까지. 아마도 아버지 앞에서 배운 술 덕분에 술맛보다는 주도를 먼저 배우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남들에게 지지 않는 주량을 덤으로 얻기도 했지요. 80년대 후반 데모가 한창이던 시절 대학생이 되면서 막걸리를 처음 경험했습니다. 날카로운 맛의 소주와는 달리 구수한 맛과 달큼한 정겨운 향이 한 사발 가득했습니다. 기름진 김치전과의 달달한 조합이라니!
2024년 말경, 미국에서 막걸리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이제 세계마저도 막걸리의 달달함에 취하는 시대가 시작되겠다는 설레는 위기의식(삼겹살처럼 귀한 몸이 될지도 모르겠다는)을 느끼기도 했어요. 한편으로는 막걸리라는 상당히 거칠게 빚어지는 술이 어떻게 세계화가 가능하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일더군요. 세계적인 술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소비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와인처럼 나라에서 관리하고 전폭적인 마케팅 지원을 하지도 않는데 말이지요. 궁금증은 김치승대표의 <우리 술로 당당하게>를 읽으며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저 마시고 맛보는 소극적 애주가로 살았던 나와는 달리, 그 맛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노력하는 진정한 애주가, 김치승 대표 같은 분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술로 당당하게>는 창업과정과 김치승 대표만의 신념을 찾는 과정으로 시작하여 서울숲 지하 1층에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에게 전통주 빚는 방법을 전수하고 알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다다르면 정기 시음회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MBTI에 맞는 참신한 전통주 추천과 안주까지, 풍성하고 다채로운 술한상차림으로 마무리됩니다. 읽고 나니 달큼하게 취기가 오른 듯 배부른 느낌이 들었답니다. 덕분에 전국 곳곳에서 개인 양조장을 통해 연구하고 만들어 내는 막걸리를 비롯한 다양한 전통주가 아름다울 정도로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양조장 찾아 삼천리' 전국일주를 기획하고 있답니다. 술아일체의 삶을 살아가는 김치승 대표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치열하게 전통주를 연구하고 지켜내는 많은 양조장 지킴이들을 응원합니다.
살다 보면 삶이 나를 시련으로 내몰고, 그 끝에서 결국 내 자아를 잃어버린 채 발 디딜 틈 없는 벼랑 끝에 내몰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나를 찾아주었던 운명의 한 잔이 당신에게도 나타나길 바란다. 그리고 그 한 잔에 온몸을 맡겨보길. 나아가 그 한 잔에 취해 오늘도 내일도 더 나답게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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