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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n Mar 17. 2017

포트와인을 배우다

vol. 4 Color story





포트와인을 배우다






하늘에 닿을 듯 높다









회색빛 철골로 형성된 이 아치형의 구조물은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디자인한 귀스타브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 리그의 작품(1875)이다. 언뜻 봐도 많이 닮아 있는 둘. 꽤 근사하다. 포르투에서 맞이한 첫 아침부터 이 다리가 무척 궁금했었다. 커피 한잔에 잠을 깨고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역시 도우로.










다리의 1층. 양쪽으로 일방통행이라 정체가 심할 땐 꼼짝을 않는다. 모처럼 한산한 돔루이스.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손. 흔들어준다. 좋은 여행 되시라고.. 타지에서만 느끼는 이방인들의 친밀감이랄까







돔 루이스는  호텔이 있던 구시가지와 달달한 포트와인향 가득한 신시가지 빌라 노바 데 가이아를 잇는다. 1층에는 자동차가, 2층에는 전철 같은 트램이 다니는데 두 층 모두 인도가 있어 편리하게 두 지점을 오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다리를 건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강의 중간 지점 난간에 몸을 기대어 본다. 저 멀리 다른 세상으로 연결될 것 같은 희미한 도우로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든 근심 걱정이 아무렇지도 않은냥 배포가 두둑해지는 느낌이다.

포르투에 머무르는 동안 얼마나 자주 이 다리를 오갔는지..  

신시가지에서 오는 길엔 늘 코끝에서 포트와인향이 맴돌았다. 목구멍에서 퍼지는 강한 알코올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입안 가득 달콤한 호사에 해죽거리며 촉촉한 강바람 안에 서있던 그때가 이따금씩 몹시 그립다.













신시가지 강변은 바로 맞은편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다른 느낌이다.








여기 배들은 18세기 영국 상인들이 포트와인을 선적하던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정박시켜 놓은것 같았다. 데코레이션?!








각 배에는 마치 광고라도 하듯 포트와인 제조사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몇 년 전 참여했던 회사 교육 프로그램 중에 와인 수업이 있었다. 지금은 회사 내 소믈리에도 있고 와인 테이스팅을 겸하는 강의실도 있지만 그때만 해도 화이트보드에 적힌 내용을 열심히 노트에 옮기고 책장을 넘기며 그냥 달달달 외워 시험에 대비했던 기억이 난다.

견과류, 치즈 등과 어울리는 아주 고급스러운 디저트  와인. 여느 와인과 마찬가지로 오래 숙성될수록 값이 비싸다. 특히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 세배 이상으로 가격이 뛴다. 비교적 쉽게 접하는 와인이 아니어선지 유명한 포트와인 공장의 첫 경험은 말 그대로 특별함이었다.





빌라 노바 데 가이아에는 거의 다가 포트와인 공장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제조사들이 있다. 테일러(TAYLOR), 쌍드망(SANDMAN), 크로프트( CROFT), 도우(DOW), 칼렘(CALEM), 오플리(OFFLEY) 등등.. 그중 하나를 고르는 것도 작은 고민이었는데 결국 우리는 400년이라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테일러를 선택했다. 엄청난 스케일에 반해 투어 스타일은 간단명료했다. 디저트가 생각나지 않는 메인 요리 같았다. 정해진 시간에 무리 지어 다니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포인트에서 해당 번호만 플레이하면 나눠 받은 휴대용 개인 스피커로 원하는 만큼 들었다 멈췄다를 자유롭게 조절하며 관람할 수 있었다. 섹션별 정리도 깔끔하고 적당한 영상물도 있었으며 최첨단 기술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입장료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다.







 

단, TAYLOR'S는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 했다. 거기에 대한 보상이 어마어마했다









엄청난 사이즈의 오크통. 인근 포도산지에서 와인을 가져와 이곳에서는 브랜디만 첨가한다고 한다









남편, 심각하다. 좀 더 집중을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한국어 지원은 안됨.














포트와인은 포르투갈어로 포르투(항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8세기 백년전쟁 이후 프랑스와의 교역이 중단되고 보르도 와인의 수입이 힘들어지자 영국은 적당한 와인 산지를 물색하게 된다. 그러다 찾은 곳이 포르투갈, 포르투의 도우로 강 인근 와인 산지였다. 런던에서 가깝기도 했고 해상 운송에 적합한 레드와인을 생산하고 있었기에 옳다구나 했었는데 더운 날씨와 한 달여간의 험한 뱃길로 인해 와인들의 변질이 속출한다.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던 중 영국 상인들은 선적 전 오크통 안에 브랜디를 첨가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알코올 함유량이 높아져 장거리 운반에도 끄떡없었을 뿐 아니라, 당분의 발효가 중단되면서 보다 달콤한 맛을 내는 포트와인이 탄생하게 된다. 답답한 강의실에서 종이 냄새 맡으며 포트와인을 배우는 것보단 확실이 이해가 쉽고 재미가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오크통에서 세어 나오는 향을 맡고 있자니 슬슬 맛이 궁금하다. 이런저런 포트와인에 대한 얕은 지식을 익히고 가느다란 가지들이 뒤엉킨 낮은 벽을 따라 시음 장소로 이동했다.








시음 할당량은 화이트와인 한잔, 레드와인 한잔.








커다란 공작새가 있고 예쁜 정원이 돋보이는 정겨운 곳이었다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 포트와인은 처음였는데 레드와인보다 묵직하진 못한 느낌이었다. 초콜릿과 견과류를 곁들여 테이스팅!! 내려가는길 우리의 양손은 무거웠다. 아주..








알코올 함유량이 20%로 아주 높은 편이지만 치명적으로 달콤하기에 계속 입술이 닿게 되는 신비로움 가득한 포트와인. 술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경험자는 알다시피- 기분 좋은 한잔은 현실세계의 나를 멈추고 온 세상을 마냥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묘한 기분을 선물한다. 포트와인 한잔 두 잔, 핑크빛으로 물드는 저녁 하늘.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입이 자꾸 귀에 걸린다.







photo & journey essay

내 마음속 포르투갈

흑백으로 기억하는 남자 X 컬러로 기억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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