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다. 도전!
*1편 을 보고 이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우리가 이렇게 맨땅에 헤딩하는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었는데 이 세가지 사유가 곧 우리가 누적 400억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고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와 굉장히 맞닿아있다.
첫 번째, 여성용품 시장은
정말 많은 개척과
계몽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여성용품 시장은 그 해석이 매우 편파적인데
누가 맛있어하면 대부분 맛있고 누가 맛없다고 하면 대개는 맛없게 느끼는 그런 일반적 해석이 존재하는 음식과는 달리 속옷은 누가 인생 속옷이라고 말하는 제품임에도 같은 제품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별로라고 해석되기도 하는 그런 제품이었다. 또 비주얼적으로 선택지가 존재하는 패션 비즈니스와 달리 속옷뿐만 아니라 생리대, 이너웨어, 러브 케어 제품들까지 대개 ‘체형’과 ‘취향’과 ‘생활 패턴’ ‘디자인’ 등 다양한 것들이 삼박자, 사박자가 맞아야 만족도가 생기는 제품이고 동일 제품의 리뷰에 항상 100점과 0점이 공존한다.
그럴 때마다 받은 쓰디쓴 피드백이 상처가 아니었냐고 하면 그것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이 상처받을 시간이 어디 있나. 우리는 피드백을 받아 빠르게 고쳐야 하고 생존해야 했다. 문제는 ‘어떻게 고쳐야 할까’인데 같은 제품이 100점이라고 하는 소비자가 많음에도 0점인 사람을 위해 고친다면 다시 100점인 사람에게는 0점짜리 제품이 될 수 도 있었다. 취향을 타는 제품이기에 곧 다수를 만족시키겠다는 목표는 역으로 누구에게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현상은 과거 화장품이 매우 un-educated market 일 당시와 유사하다고 보는데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얇게 발리는 화장품을 구매하고는 커버력이 안 좋다고 싫어했고 커버력이 핵심인 화장품을 구매하고는 자연스럽지 않다고 싫어했었다. 나는 지금의 속옷시장이 딱 그때의 화장품 시장과 유사하다고 보는데 편안함과 보정력은 일부 반비례함을, 내 스스로 사이즈를 잘못 알고 있으면 어떤 속옷을 구매해도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음을 비롯하여 다양한 변수들을 인지하실 수 있도록 해야했다. 그리고 당연히 어떤 방도이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만족도는 우리가 만들어야 했기에
그래서 우리는 개인화 추천을 해야 했고
그래서 우리는 자동화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그래서 우리는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병행했다.
그렇게 소비자에게는 스스로의 취향과 체형 등에 대한 이해와 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여 실패 없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고, 또 브랜드로써는 우리의 제품이 그러한 해석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기에 무엇보다도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한 제품임을 설명해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것은 단번
<브랜드>가 마켓쉐어를 넓혀가며 할 수 있는 영역이 최선이 아니고 <플랫폼>이 시장의 변화를 주어야 하는 신호임을 깨달았다. 우리가 "또" 도전을 할 타이밍인 것이다.
두 번째로 깨달은 사실은
제품 원가율이 낮은 회사가
매출이 높을 확률도 높다는 것인데
물론 제품의 원가율이 높다는 것이 '너네가 무능한 것 아니냐' 하면 당연 그럴 수 도 있다. 그렇지만 줄일 방법을 알면서도 타협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정말 많다. 원가율이 높으면 당연히 상대적으로 제품 투자를 제외한 나머지 리소스에 예산을 덜 분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인데, 무조건은 아니지만 주변을 돌아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원가율이 낮은 회사일 수록 외형이 클 확률이 높다는 연관관계도 분명 일부 존재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판매가 중 원가율이 높다는 것은 결코 합리적 구매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기업은 원가율이 확보되어야 마케팅 예산을 넉넉하게 책정할 수 있고 그만큼 제품과 콘텐츠에 대한 딜리버리를 잘해나갈 수 있었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인건비, 물류비 등의 예산도 원가율이 낮을수록 여유로워지는데 매출은 한정적이고 그 안에서 변동비는 비율로만 나누어지니 당연한 이야기. 그렇다면 제품에 타협하여 원가율을 더 타이트하게 확보하고 딜리버리에 힘을 주는 것이 맞을까?
물론 인더스트리마다 차이가 큰 이야기지만, 우리의 제품에 있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가 제품력 만으로도, 고객과 제품에만 집중하면 마케팅 능력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다. 원가율이 좀 높더라도 그 제품으로 승부 볼 수 있게, 널리 날아갈 수 있게 돕고 싶었다. 나는 그것을 화해라는 서비스가 화장품 시장에 기여했다고 생각했고 수십억짜리 패션 커머스 브랜드를 중단하고 플랫폼에 도전하여 에이블리가 된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기여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에이블리 EO 영상
게다가
이 모든 계몽과 발전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우리일 것이다. 시장의 문제를 온몸으로 맞고 살며 제법 굳은살을 키운 우리가, 소비자 집착으로 모든 사람과 지나치리만큼 소통해온 우리가, 매일 절대 안주하지 않고 내일로 나아가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명명백백 DNA가 다른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또 해결해야할 숙제는 산더미이겠지만 새로운 DNA를 가진 리드와 팀을 영입하여 기존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얹혀 완성시켜보자.
세 번째 시장의 흐름과 크기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는 것.
예로 속옷 시장 규모는 2.1조, 남성 시장 제외 1.5 조가량 기록된다. 그중 온라인 점유율은 약 10% 1500억으로 추정되며 이 규모로 봤을 때 우리의 마켓 쉐어는 6%. 작다면 작은 숫자이지만 네이버의 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24% 쿠팡이 19% 임을 비추어 봤을 때 어쩌면 그 캡이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을 수 있겠다 느껴진 우리는 이 시장 안에서 더 잘 해내어 더 많은 마켓 쉐어를 장악을 하겠다는 전략보다는 이 전체 시장을 변화시켜 성장시키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그 전략이 우리를 비롯한 시장 내 플레이어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길이리라 믿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시장의 흐름과 크기를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보다 조금 머리통이 커진 나는 우리의 제품인 속옷만을 가지고 대단히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또 하고 싶은 사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큰 시장,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도 부끄럽지만 비즈니스를 영위한지 3년이 지나고야 뒤늦게 깨달았었다. 에이블리 대표님 영상에도 나오는 '태풍이 불면 돼지도 난다'는 속담에 대하여 공감했다. 물론 절대로 핑계거리가 되어서는 안되는 항목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핑계가 아님을 증명하고 더 나아가는 선택지로 이 깨달음을 내재화한 결과물을 내어놓기로 했다.
더불어 마무리로는 작게나마 지구에 더 잘 쓰이고 싶은 나의 욕구가 영향을 미쳤는데, 나는 경영의 고통을 내가 해결할 문제의 의미와 올바른 쓰임의 정도에서 해소한다. 돈? 유사 규모 CEO 월급 거기서 거기고, 기업가치? 물론 해내서 투자자들에게 갚고야 말 것이지만, 그 고통이 '언젠가 환산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금전적 보상' 만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그것을 내가 해결할 문제의 크기, 업의 의미에서 찾게 되었다. 이미 지구에 태어난 몸, 세상에 대단한 이펙을 주는 자부심 가득한 일을 하고 싶다. 득이 된 인간으로 이름 석자 기억되고 싶고 죽기 전에 '나 진짜 스스로에게 명예롭게 떳떳하게 잘 살았다'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성공한 사람을 많이 배출하는 사업이 가장 성공한 사업이라고 믿기에 1. 나의 동료는 더 큰 시장에서 뛰어논 경험을 토대로 성공을 하고 2. 나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마케팅 능력 없이도 좋은 제품으로 승부를 볼 수 있어 성공을 하고 3. 우리의 투자자들은 나의 비즈니스가 성공하여 함께 더 성공하는 그림. 평지에 있어도 멀미가 날 만큼 두려웠지만 도전을 준비하는 내내 심장이 쿵쾅거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물론 이 리스크를 지지 않는다면 덜 고통받고 꾸준히 나아갔을지 모르겠지만, 인류는 리스크로부터 전진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 고통은 안전지대로 부터 나아가기 때문에 받는 '셀프' 챌린지로 인하여 생겼을 뿐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3가지가
우리가 23%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누적 매출 약 400억을 달성해놓고
또 멘땅에 헤딩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는 사용자 리뷰를 기반으로 나에게 꼭 맞는 여성 제품을 큐레이션 해주는 '여성 웰니스 플랫폼' 우먼 아카이브, 우아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도전기' 였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한 설명은 또 찬찬 남겨볼게요. 이렇게 쉬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원테이커의 NEXT STEP에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