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을 남기고 겨우 공연장에 도착했다.
초대권을 교환하고, 공연장엔 꽃다발을 들고 갈 수 없다기에 빠르게 물품보관함에 넣었다.
자리에 앉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스피커에서는 공연 시작 안내가 흘러나왔고, 어두운 객석은 묘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곧 무대 한가운데 불이 켜졌다.
스포트라이트 속에 하림이가 등장했다.
머리를 뒤로 넘기고 정장을 차려입은 모습은 평소와 전혀 달랐다.
잘생긴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환하게 빛날 거라곤 상상을 못했다.
그가 건반에 손을 얹는 순간, 공연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각이었다.
모든 곡이 자작곡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믿기지 않았는데, 막상 들어보니 더 놀라웠다.
고작 고등학생이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와는 차원이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 같았다.
연주가 클라이맥스로 향할수록 눈물이 흘러내렸다.
피아노 소리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이렇게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무대 위 하림은 이미 완벽히 성공한 피아니스트처럼 보였다.
그 감동은 나를 휘감고 놓아주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벅차오른 감정을 다 추스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꽃다발을 직접 건네지 못할 것 같아 관계자에게 부탁하려던 순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직접 안 주고?”
고개를 들자 하림이 서 있었다.
“어? 이렇게 돌아다녀도 괜찮아?”
“인사도 안 하고 가려고 했어? 여긴 사람들 잘 안 지나다녀. 나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고.”
“지금도 충분히 유명하잖아.”
울어서 그런지 목소리가 떨렸지만, 아닌 척 대화를 이어갔다.
하림은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내 연주가 그렇게 감동적이었어? 아직도 눈물 자국이 있네.”
그가 손끝으로 내 뺨에 남은 눈물을 닦아주었다.
순간 얼굴이 확 뜨거워졌다.
당황한 나머지 다급하게 꽃다발을 건넸다.
그러자 하림이 활짝 웃으며 받았다.
“꽃까지 준비했네. 진짜 고마워. 감동이다.”
고맙다며 웃는 그의 얼굴은 세상 그 누구보다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