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 리더기 구매기>
#유튜브 때문에 이북 리더기 샀다.
오랜만에 돈 좀 썼다. 이북 리더기를 사기로 결심한 이유는 유튜브 때문이다. 잠들기 전에 유튜브를 보니 잠을 너무 늦게 잤다. 차라리 책 읽다가 잠 들으려고 이북 리더기를 샀다. 종이 책을 들고 다니는 게 너무 무겁기도 했다. 가뜩이나 가방에 노트북을 넣고 다니는데, 종이 책까지 넣으니 어깨가 너무 아팠다. 물론 종이 책 대신에 스마트폰으로 책을 볼 수 있지만, 스마트폰 액정은 오래보면 눈이 너무 쉽게 피로해졌다.
선택지는 크게 두 개였다.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와 크레마 그랑데. 아마존의 킨들, 반디앤 루니스의 누글삼같은 미국산 리더기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앞의 기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루팅을 해야 한다는 점과 직구 구매 절차가 복잡해서 그냥 국내 기기로 구매하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나는 크레마 그랑데를 골랐다.
#크레마 그랑데를 고른 이유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도 분명 뛰어난 기계다. 깔끔한 외관 디자인, 넓은 화면 크기, 쨍쨍한 화면, 최적화가 잘 된 리디북스 애플리케이션, 최근 들어 늘어난 프로모션 행사 등. 하지만 내 활용 패턴에 더 맞는 건 크레마 그랑데였다. 내가 크레마 그랑데를 고른 이유는 크게 3가지다.
1. 전자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다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는 리디북스 어플밖에 이용 못한다. 루팅이라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일단 그 과정이 지난하고, 루팅 하면 다른 곳의 리더 어플을 이용할 때 성능 저하가 체감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에 반해 그랑데는 '열린 서재'라는 기능을 통해 다른 서점과 전자도서관의 어플을 이용할 수 있었다. 보고 싶은 책은 많은데 돈을 아껴야 하는 상황인지라 전자도서관의 활용 가능 여부는 핵심적인 차이였다.
2. 그랑데에만 있는 리모컨
그랑데는 리모컨으로 이북 리더기를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리모콘으로 책장을 넘기고, 화면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거치대와 리모컨의 조합이 정말 아름답다. 카페에서 테이블에 이북 리더기를 거치하고, 리모콘으로 책을 넘기며 읽으니 종이 책을 읽을 때에 비해 두 손이 자유로워 훨씬 편했다. 그리고 밤에 침대에 두고 읽으면 잠에 잘든다. 지금 사용하는 거치대는 다이소에서 구매한 3천 원짜리 태블릿 거치대 인데, 침대에 고정하는 와이어식 거치대를 사용한다면 또 다른 새로운 조합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3. 상대적으로 뛰어난 휴대성.
그랑데와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의 크기는 1인치 차이가 난다. 각각 6.8인치와 7.8인치다. 사실 크레마 그랑데도 성인 남성의 한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휴대성은 같은 크레마 시리즈의 크레마 사운드가 더 낫다. 하지만 크레마 사운드는 집에서 쓰기에는 크기가 작다고 느껴졌고, 배터리 광탈같은 다른 이슈가 많았다. 다시 크레마 그랑데와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 사이의 고민이었는데, 액정이 약한 전자책 리더기의 특성상 클수록 밖에서 안전하게 들고 다니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나마 작은 그랑데를 골랐다.
#일주일 후기
산지 일주일가량 지났는데 매우 만족스럽다. 물론 침대에서 유튜브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이북 리더기를 켜놓고 유튜브를 볼 때도 있다. 이북 리더기를 구매한 사람들이 다들 하는 이야기이지만 확실히 독서량은 늘었다. 이북 리더기가 확실히 독서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는 기능은 있나 보다. 책 펴는 거보다 그냥 리더기 키는게 더 편하긴 하다.
하지만 종이책보다는 확실히 몰입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사람들은 중요 내용만 훑는 F자 방식으로 읽게 된다고 한다. 전자잉크라 해도 스크린에서 보는 것이라 그런지 이북 리더기에서는 훨씬 책을 빨리 읽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내용을 쉽게 지나치게 되는 듯 하다.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에 다시 집중하려고 해도 빨리 스쳐 지나가게 된다. 약간 미끄럼틀을 억지로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앞으로는 깊은 집중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는 리더기로 먼저 빌려보고, 집중해야 하는 분야는 도서관에서 종이책으로 빌려야겠다. 그리고 그중에서 꼭 다시 읽고 싶은 책만 종이책으로 사서 집에 꽂아둘 예정이다. 흥미로운 책이 생기면 바로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얼른 찾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