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누리던 자유와 여유
결혼 후, 새로운 삶을 꿈꾸며 호주로 떠났다.
준비된 것도, 특별한 계획도 없이 그저 ‘시작’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년 동안 나를 맞이한 건 기회의 문이 아니라, 치열한 생존의 세계였다.
그럼에도 감사했던 건, 굶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인종차별도, 위험한 순간도, 서러운 가난도 있었지만,
그것들이 나를 무너뜨릴 만큼 크진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날들 속에서, 남편과 함께 기도하며 울고 고민하다 결국 결정을 했다.
가지고 있던 돈으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 여행은 우리의 대담함 그 자체였다.
영어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면서 캠핑카를 빌려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 달리고,
멜버른에서 케언즈까지 날아갔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을 예약하고, 낯선 보험에 가입하며, 길 위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하고,
우연히 만난 마을 축제에 참여하기도 했다.
초원 위 소와 양 떼를 보며, 지구가 이렇게 넓구나 하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꼈다.
무엇보다 자유로웠다. 해야 할 일도, 누가 정해준 일정도 없었다.
그저 눈앞의 풍경을 감상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웠다.
캥거루가 불쑥 튀어나오던 새벽길, 스노클링으로 바라본 산호초와 새끼 상어,
스카이다이빙에서 낙하산이 펴지기 전의 숨 막히던 순간.
그 모든 경험이 우리를 단단하게 했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약속했다.
언젠가 부모님과 미래의 아이들과 함께 다시 오자고.
하지만 어느새 10년이 훌쩍 흘러, 아직 그 약속을 지키진 못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깨닫는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여전히 믿는다.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으리라.
호주의 여행이 행복하고 즐거웠던 건,
광활한 자연보다 그곳에서 느꼈던 ‘자유와 여유’이기 때문이다.
‘자유와 여유’를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그 기분을,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