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이야기로 시작해 이야기로 끝난다
은 왕조 이야기에서 왕해와 왕항이 유역에 가서 겪는 사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상하게 이런 이야기에는 늘 여자의 유혹이 등장한다.
읽어 내려가면서 참 불편했고, 잘못된 서술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저자의 마지막 글이 그 불편함을 조금 잠재워 주었다.
p516~517 그러나 나라가 망하는 것이 어디 아름다운 여인 하나 때문이겠는가.
경제나 사회 등등 여러 방면의 구조적인 문제들 때문에, 그야말로 망할 만하니까 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참 묘하게도 신화나 역사를 돌아보면 왕조의 멸망에는 언제나 ‘경국지색’이 등장하니,
희생양의 논리는 신화나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반복되는 것인가.
역시 왕조의 몰락은 한 사람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이미 구조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원인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또 요리사 이윤 이야기를 읽다 보면 걸왕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모습이 마치 성경 속 삼손을 떠올리게 했다.
삼손은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마지막 사사이자,
초인적인 괴력과 용맹함으로 블레셋과 맞서 싸운 영웅이다.
물론 신화와 성경을 단순히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화를 읽다가 자연스레 성경 인물이 겹쳐 떠올랐을 뿐이다.
힘을 가졌지만 선택 앞에서는 흔들렸고,
그 선택이 결국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닮아 보였다.
p525~526 그가 탕을 떠나 걸에게 온 것이야말로 잘못된 선택이었다.
잘못된 선택은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잘못된 선택을 깨닫고,
잘못을 인정하며,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태도가
내가 앞으로 배워야 할 삶의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인간은 죄를 범한다.
신화 속 인물들도 결국 인간이 지어낸 존재이기에,
잘못된 길을 택하거나 감정에 치우쳐 행동하는 모습이 많다.
그런데도 한낱 인간인 우리가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역시 사람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끝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늠군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여신의 모습이 유독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늠군은 중국 고대 파(巴)족의 시조로,
여러 부족이 지도자를 뽑기 위해 치른 시험에서 선택된 인물이다.
그는 여신의 사랑을 받지만,
개인의 행복보다 부족을 이끌 책임을 택해
그녀를 떠난다.
그때 여신은 늠군이 떠나지 못하게
온갖 방법을 취하는데,
그 방식이 적어도 내게는
꽤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사랑하면 이기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상대를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사랑은 결국 나를 내어주는 것이고,
내 것을 포기할 줄 아는 것이다.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