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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러너 Dec 17. 2024

츄파춥스 하나 드릴까요?

계산대  계산하는 두 분이 있다.
"두 분, 뭐 드셨어요?"
"순대국밥 두 개요. 내가 계산할게."
"고마워, 그럼 맛있는 커피는 내가 살게!"

잠시 눈을 돌렸다가 다시 계산대를 바라본다.

방금 카드를 받고 결제하던 주인아주머니의 손에는 카드와 함께 알록달록한 츄파춥스 두 개가 들려 있다.

계산하던 분들은 미처 사탕을 보지 못한 채 내민 카드만 받아 들고 후다닥 문을 열고 나간다. 민망한 웃음이 아주머니 얼굴에 스친다.
사탕 두 개는 받는 사람 없이 여전히 그 손에 남아 있다.

사탕을 건네지 못한 아주머니 얼굴에는 아쉬움이 짙.

나는 카드를 내밀며 조심스레 한마디를 건넨다.
"설마 뭔가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조차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츄파춥스를 내게 다시 내민다.

"고맙습니다."


츄파춥스 하나.

세상이 내게 건네는 작은 선물.


살면서 세상은 나에게 얼마나 많은 츄파춥스를 내밀었을까? 그가 내민 손을 볼 여유 없이 정신없이 달려왔다. 얼마나 많은 츄파춥스가 나를 스쳐갔을지. 세상이 내밀었던 손을 주머니에 다시 넣으며, 멋쩍게 돌아선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숨 쉬는 공기 하나, 따뜻한 순댓국 한 그릇, 손에 쥔 전화기, 따사로운 햇볕과 시원한 바람. 흐르는 땀과 사랑스러운 미소.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세상의 선물들.

그 모두가 츄파춥스다.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작은 선물을 내밀고 있다.

이제는 안다. 잠시 눈을 돌려 내민 손길을 바라본다면, 그 선물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세상을 사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할 것이다.

세상은 오늘도 조용히 나에게 츄파춥스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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