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왜 이렇게 쉬워졌는가
어린 시절부터 아빠는 우리 세 자매의 사진을 많이도 기록으로 남겨두셨다. 비디오를 찍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시대인지라, 필름 카메라로 찍고 사진관에서 인화한 사진을 앨범에 차곡차곡 모았고, 또 카세트테이프에 우리가 어렸을 때 놀던 순간들을 녹음을 해 놓으시곤 했다. 그때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놀랍게도 녹음되었던 그 순간이 정말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마치 머릿속 영상에 목소리를 더빙하듯이 말이다.
사진관에서 찍은 백일 사진과 온갖 과일과 떡 등으로 상다리가 부러져라 차려진 돌상을 앞에 두고 이불을 켜켜이 접어 그 위에 앉아서 찍은 나의 돌사진. 정신없이 울고 있는 동생의 돌사진과 두 돌은 되어 보이는 의젓한 언니의 돌사진은 각자의 사진 앨범의 첫 장을 장식하고 있다.
참 귀하디 귀한 사진들이다. 그 사진이 없어진다면 그때의 기록은 없어져 버리는 셈이다. 우리는 모두 결혼하며 각자의 사진 앨범을 소중하게 챙겼고,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어린 시절 목소리는 모두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 각자 핸드폰으로 전달받아 저장해 두었다.
수십년이 지나 내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던 시기는 이미 스마트폰이 일상이 되었던 때였다.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태어나자마자 내 품에 안겼을 때를 포함한 정말 모든 순간들을 다 바로 스마트폰에 담았던 것 같다. 눈을 뜨면서부터 자고 있는 순간에도 그 모습을 남기고 싶어 수도 없이 찍어대며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마트폰 내에 쌓인 아이들의 사진 파일은 점점 어마 어마한 무거운 것이 되었다.
몇 년에 한 번씩 폰을 새로운 기종으로 교체하면 사진 동기화가 가장 오랜 시간을 잡아먹는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스마트폰이 또는 스마트폰과 연결된 랩탑에서 몇 년 전 오늘의 사진을 기억하도록 열어준다. 거의 대부분이 아이들 사진이다. 그럴 때면 한참을 다시 아이들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사진을 한참 보다가 정신 차리고 하던 일로 돌아오곤 한다.
아마도 그 옛날 아빠 엄마가 찍어서 우리 손에 남겨준 사진들은 오로지 정말 그 당시의 우리 모습과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는 그 아이들의 모습을 내가 기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어디를 여행 다녀왔고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잘 크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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