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발전과 창업 생태계 변화

고객 중심 브랜드의 부상

by 정진

토요일 오후, 경기도 광주의 한 식당. 몇 번의 엑스트를 경험하고 현재는 인공지능 기반 소비재 브랜드를 운영하는 N대표님, 그리고 고급 주택 전문 인테리어를 하는 J대표님과 점심을 함께했다. 가벼운 농담과 근황을 나누던 대화는 자연스럽게 요즘의 창업 트렌드로 이어졌고,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비즈니스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N대표님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을 꺼냈다.


“하루 종일 ChatGPT, Gecko 같은 회사의 최신 AI 기술을 쫓아가도 일주일이면 다 바뀌어 있더라고요. 논문을 읽고, 새로운 모델을 테스트해봐도 그새 뒤처진 느낌이예요. 예전엔 기술로 승부를 걸면 됐지만,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어요. 실리콘밸리에서도 IT 서비스 창업이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껴요. 기술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진 거죠. 오히려 요즘은 소비재 브랜드 창업이 늘어나고 있어요. 아이템도 굉장히 다양해요.”


사실 나도 최근 실리콘밸리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N대표님이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Y콤비네이터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과거처럼 다수의 개발자가 모여 대규모 IT 플랫폼을 만들기보다는, 소규모(대부분 1~3인) 창업팀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초기 투자금도 줄어들고, 오히려 기민한 움직임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IT 기반 창업이 쉬워질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N대표님의 말처럼 매일 AI 기업들의 기술 업데이트를 따라가고, 최신 논문을 읽어도 불과 일주일만 지나면 상황이 완전히 바뀐다. 즉,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IT 기반 창업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결국,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IT 창업이 줄어드는 반면 브랜드 기반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탠포드 졸업생들이 이제는 빅테크 취업이 아니라, 숙취해소제나 논알콜 음료 같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기술 혁신이 스타트업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고객 경험’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J대표님도 한마디 거들었다.


“결국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건 고객을 이해하는 일이잖아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고객과의 접점이 살아 있지 않으면 오래가기 어렵죠.”


과거 IT 스타트업들은 혁신적인 기술 자체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이 제공하는 경험’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N대표의 브랜드 역시 AI 기술을 활용해 프리미엄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는 고객이 가장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J대표의 인테리어 사업과도 맞닿아 있었다. 협업도 가능한 일이다. 결국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내는 감성적인 경험이었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만의 취향과 감각을 이해해주는 브랜드를 원한다.


리퀴드데스.JPG Liquid Death, 출처: dailybrand.co.zw


아이러니하게도,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적인 ‘휴먼 터치’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 기술은 고객을 이해하는 도구고,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그널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다. 이게 대한민국 브랜드의 비전 아닐까. AI든, IT든, 소비재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Liquid Death는 2019년 Mike Cessario가 설립한 미국의 캔에 담긴 물 브랜드로, 에너지 드링크 스타일의 강렬한 브랜딩과 헤비메탈 감성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들은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 클라우드 기반 EDI 시스템 도입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2023년 2억 6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최근 1.4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독특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기술을 결합한 전략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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