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브랜드를 발견하는 방식
본 글은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주최 세미나에서 진행한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네번째 칼럼이다.
지금까지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AI에게 어떻게 이해받을 것인가로 넘어갈 차례다. AI는 이제 브랜드가 말을 거는 대상이 아니라, 브랜드를 대신해 설명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고객이 AI를 통해 브랜드를 접하는 시대에, 브랜드는 어떻게 발견되어야 하는가.
오랫동안 브랜드의 발견 전략은 검색엔진 최적화, 즉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키워드를 분석하고, 검색량이 많은 단어를 콘텐츠에 배치하고, 링크 구조를 정교하게 만들고,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경쟁했다. 이 방식은 분명 효과적이었다. 검색이 구매 여정의 출발점이던 시기에는, 상단 노출이 곧 기회였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검색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이 공식은 흔들리고 있다. 고객은 더 이상 키워드를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문장으로 묻고, 맥락을 설명하며, 자신의 상황을 전제로 질문한다. 그리고 AI는 수십 개의 링크를 보여주는 대신, 몇 개의 답변으로 요약해준다. 이 변화는 단순한 인터페이스의 진화가 아니라, 발견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이 환경에서 브랜드는 검색 결과의 상단에 존재하더라도, AI의 답변에 포함되지 않으면 고객의 시야에서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검색 상단에 없더라도, AI가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 판단하면 고객에게 추천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노출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이해되는가다. 이 지점에서 SEO는 GEO, 즉,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생성형 엔진 최적화)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확장된다.
GEO는 기술적 최적화의 문제가 아니다. AI가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맥락에서 인용하며, 어떤 질문에 적합한 답으로 판단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AI는 광고비나 링크 수보다, 정보의 일관성, 맥락의 명확성, 출처의 신뢰성을 훨씬 더 중요하게 본다. 다시 말해, 브랜드가 스스로를 얼마나 잘 설명해왔는지가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이 변화의 방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Perplexity다. Perplexity는 전통적인 검색엔진이 아니라,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생성형 AI 검색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검색어를 입력하는 대신, 질문을 던진다. Perplexity는 여러 출처를 종합해 하나의 응답을 만들고, 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링크 목록 속 하나가 아니라, 답변의 일부로 등장한다.
Perplexity가 최근 실험적으로 도입한 광고 모델은 이 변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2024년 11월 Perplexity가 시작한 광고 실험에서 Indeed, Whole Foods Market 등이 참여했다. Perplexity는 검색 결과의 순위를 조작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의 맥락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후속 질문이나 관련 정보 영역에 스폰서드 콘텐츠를 배치했다. 광고 여부는 명확히 표시되며, AI가 생성하는 답변의 정확성과 신뢰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사용자 개인정보는 광고주와 공유되지 않는다.
이 접근 방식은 기존 SEO 기반 광고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통적인 검색 환경에서는 브랜드가 순위를 올리기 위해 알고리즘을 공략했고, 그 결과 검색 품질은 점점 저하되었다. Perplexity는 이 문제를 의도적으로 피한다. 답변을 왜곡하지 않고, 사용자의 탐색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며, 브랜드를 설명 가능한 정보원으로 위치시킨다. 광고는 주목을 강요하는 요소가 아니라, 탐색 과정에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이 사례가 브랜드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AI 검색 환경에서는 더 이상 요령이 통하지 않는다. 키워드를 반복하거나, 저품질 콘텐츠를 대량으로 생산하거나, 단기 노출을 노리는 전략은 오히려 브랜드 신뢰를 해칠 가능성이 크다. AI는 그런 시도를 빠르게 걸러낸다. 반대로 브랜드의 철학, 제품의 맥락,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일관되게 축적된 콘텐츠는 AI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인식된다.
그래서 GEO 환경에서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어렵지만 단순하다. 브랜드가 누구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고객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지속적으로, 정직하게, 명확한 언어로 남기는 것이다. 이것은 마케팅 캠페인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운영 전반의 문제에 가깝다. 웹사이트, 기사, 인터뷰, 제품 설명, 콘텐츠 하나하나가 AI의 학습 재료가 된다.
이제 브랜드는 고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만 고민해서는 부족하다.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브랜드를 설명하고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는 고객과의 관계를 우회하는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고객에게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새로운 경로다. 고객은 AI를 통해 질문하고, AI는 자신이 이해한 브랜드만을 답변으로 제시한다.
SEO에서 GEO로의 전환은 기술 트렌드의 변화가 아니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질적 전환이다. 더 많이 보이기 위한 경쟁에서, 더 잘 이해되기 위한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유리한 브랜드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화려한 기법보다, 명확한 정체성과 일관된 언어가 가장 강력한 전략이라는 사실이다.
AI 시대의 발견 전략은 결국 브랜드 본질의 문제로 돌아온다. AI는 브랜드를 과장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설명할 뿐이다. 그래서 지금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AI에게 설명해도 부끄럽지 않은 브랜드가 되는 것.
와이유파트너스도 이 원칙을 믿는다. 창업 이래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가 보는 시장과 생각하는 방식을 글로 남겨왔다. 화려하지 않아도, 즉각적인 반응이 없어도, 우리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축적이 결국 우리를 설명할 것이다.
*온 카와라는 1966년부터 매일 그날의 날짜만을 캔버스에 그렸다. 40년 넘게 같은 형식을 반복했고, 그 일관성 자체가 작품이 되었다. 화려한 기법 없이 명확한 정보만을 지속적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