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아니라 논리를 세일즈하고 있다

조정 EBITDA와 현실의 사이에서

by 정진

"이 회사 조정 EBITDA는 1,500억원입니다.”


흠..그 뒤에 따라오는 조정 내역이 요즘은 열다섯 줄이 넘는다. ERP 도입 예정 절감액, 아직 완공되지 않은 신규 매장의 정상화 수익, 원재료가 곧 내려갈 것이라는 가정 위에 세운 마진 개선분. 항목마다 나름의 논리가 붙어 있다. 그런데 읽다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논리는 있는데, 현실과 괴리가 느껴진다.




Add-back의 본래 취지는 합당하다. 구조조정 비용, 각종 자문료, 창업자 본인이 가져가던 과도한 급여 같은 항목들은 회사가 정상 운영될 때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걸 걷어내야 매수자 입장에서 이 회사가 앞으로 실제로 얼마를 버는가를 볼 수 있다. 조정은 왜곡을 제거하기 위한 도구였다.


문제는 그 도구가 가끔은 거꾸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상깊게 읽어본 PitchBook 보고서를 인용하자면, 과거 거래가의 10% 안팎이었던 조정 비율이 최근에는 30%까지 올라온 케이스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착수하지도 않은 시스템의 절감 효과를 미리 수익에 더하고,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는 각주 처리한다. 파견 근로자 비용은 일회성으로 분류한다. 어느 항목 하나도 틀린 단어를 쓰지 않는다. 그런데 전체를 합치면 존재하지 않는 회사의 수익이 나온다.


S&P Global은 이것을 데이터로 검증했다. 2015년부터 2023년 사이 약 700건의 M&A 및 LBO 거래를 추적한 결과, 조정 EBITDA 기반으로 제시된 레버리지 전망치와 실제 부채 비율의 괴리가 딜 완료 1년 후 평균 2.3배, 2년 후에는 2.7배에 달했다. 예측이 조금 빗나간 게 아니다. 구조적으로 틀렸다.


S&P는 마케팅 EBITDA가 미래 수익을 현실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며, 기업들이 부채 상환 능력도 일관되게 과대평가한다고 결론지었다. 숫자를 믿고 들어간 매수자들이 2년 안에 현실을 직면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조정들이 수용이 될까? 매도자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경쟁 딜에서 입찰을 목표로 하는 매수자가 어느 정도 받아주는 분위기가 형성된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시장의 기준선이 조금씩 움직인다. 그리고 이런 관행은 이제 PE 운용사가 소유한 기업을 넘어, 기관투자자 없이 개인이 운영하는 회사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당연히 오너들도 학습을 했다.


PitchBook에 따르면, 이 현상의 배경에는 실적이 부진한 기업의 판매자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려는 압력이 있다.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으니 숫자를 조정한다. 그 조정이 논리로 포장되어 협상테이블에 올라온다.


Screenshot 2026-03-14 113918.jpg René Magritte, The Treachery of Images, 1929

심사역이 해야 할 일은 숫자 검증이 아니라 논리 검증이다. 각각의 조정 항목에 대해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이 비용이 왜 일회성인가? 그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는 항목은 조정을 되돌려야 한다. ERP 절감 효과는 시스템이 적용되거나, 가동된 후에 반영하면 된다. 아직 확장하지 않은 매장의 수익은 런칭 이후에 논의하면 된다.


조정 EBITDA는 현실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한 도구다. 그런데 요즘 많은 딜에서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는 것 같다. 매도자는 숫자를 팔지 않는다. 논리를 세일즈 한다. 매수자가 그 논리를 검증하지 않으면, 결국 2년 후 현실이 그 일을 대신한다.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는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로, 일상적 사물을 통해 언어와 이미지, 현실과 재현의 관계를 탐구했다. 이미지의 배반, The Treachery of Images, 1929은 사실적으로 그려진 파이프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장을 배치한 작품이다. 그림 속 파이프는 실제 파이프가 아니라 파이프의 재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마그리트는 덤덤하게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기사 원문: https://pitchbook.com/news/articles/ebitda-adjustments-are-getting-ridicul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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