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값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밸류에이션의 간극 앞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

by 정진

매각 자문을 하다 보면 때로 협상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는 때로는 매수인이 아니라 매도인이다.


얼마 전 초도 미팅을 한 브랜드 매각 건이 그랬다. 매도인은 본업과 전혀 다른 사업 영역에서 이 브랜드를 조용히,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동안 키워왔다. 확장할 기회가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주변에 크게 알리지도 않았다. 그 덕분에 넓지는 않지만 탄탄한 고객층이 형성됐다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 믿음과 시장이 인정하는 가격 사이의 거리였다. 두 숫자의 차이는 약 100억 원이었다.


이 간극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브랜드 에쿼티는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다. 수년간 쌓아온 고객과의 관계, 쉽게 복제되지 않는 제품의 결, 확장하지 않음으로써 지켜낸 희소성, 이런 것들은 EBITDA 배수로 환산되지 않는다. 매도인이 100억을 더 요구할 때, 그 논리는 재무적 근거가 아니라 경험적 확신에서 나온다. 오래 곁에 있었던 사람만이 갖는 그 확신을, 6개월 만에 실사를 마쳐야 하는 매수인은 공유하기 어렵다.


매수인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2026년 현재 자금 조달 비용은 낮지 않고,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프리미엄에 선뜻 베팅하기는 쉽지 않다. 감사 전 재무제표에서 작은 불일치가 발견될 때, 매수인은 그것을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관리 체계의 문제로 읽는다. 이런 예민한 상태에서는 브랜드 가치에 대한 설득은 더욱 먹히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양측의 논리를 각자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매도인의 확신을 재무적 논리로 재구성하고, 매수인의 우려를 현실적으로 다루면서 협상 테이블을 유지하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없으면 딜은 공전한다.


밸류에이션 간극을 좁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미래 성과에 연동한 조건부 가격 구조를 설계하면 현재의 이견을 유예하면서 양측이 수용 가능한 출구를 만들 수 있다. 부정적인 정보를 선제적으로 공개하고 대응 방안을 함께 제시하면, 실사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가격 재협상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숫자 너머에 있는 것들을 매수인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브랜드가 지나온 시간, 확장하지 않기로 한 선택, 그 선택이 만들어낸 밀도 같은 것들을 재무 언어로 옮기는 일이다.


Georges de la Tour, The Cheat with the Ace of Diamonds, 1635

M&A에서 자문사의 역할이 단순히 매각 금액을 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아무리 좋은 가격도 테이블 위에서만 존재한다면 의미가 없다. 특히 매도인이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딜의 확실성은 가격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된다.


매도인이 오랜 시간 품어온 브랜드를 매각하는 일은 단순한 재무적 거래가 아니다. 그 안에는 인내의 시간이 있고, 지키고 싶었던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것을 이해하면서도 협상을 현실 위에 올려놓는 것, 그게 이 일의 핵심이 아닐까.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1593-1652)는 프랑스 바로크 시대의 화가로, 촛불 아래 펼쳐지는 인간 군상을 그렸다.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가진 사기꾼(The Cheater with the Ace of Diamonds, 1635)은 카드 게임 테이블을 둘러싼 네 명을 포착한 작품이다. 한 젊은이는 자신의 패에만 집중하고, 사기꾼은 등 뒤에 숨긴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하인들은 공모한다. 각자 다른 정보를 가지고, 다른 가치를 매기고, 다른 계산을 한다. 테이블 위에는 같은 카드가 놓여 있지만, 누구도 같은 게임을 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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