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

관세는 모든 딜에 같은 무게로 작용하지 않는다.

by 정진

삼정KPMG가 2026년 2월 발간한 ‘글로벌 PE 투자 분석과 2026년 전망’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PE 시장은 4년 만에 반등했다. 투자 규모 2조 1,500억 달러다. 그런데 약 129억 달러로 전년대비 약 26% 감소했다. 한국은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이유는 중첩됐다. 계엄과 탄핵. 금리 장기화. 매수·매도자 간 밸류에이션 갭. 여기에 트럼프 관세가 더해졌다. 불확실성이 겹쳤다. 우리 역시 작년 한 해 시장은 얼어붙었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국면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했다.




불확실성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동등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대형 PE는 위축된다. 조 단위 딜은 투심이 꺾이면 실행이 어렵다. LP 설득이 어렵고, 회수 타임라인이 불투명해지면 펀드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2025년 1조 원 이상 거래 5건 중 4건을 해외 GP가 주도한 건 우연이 아니다. 국내 대형 플레이어들이 빠진 자리를, 드라이파우더가 풍부한 글로벌 하우스가 채웠다.


국내 mid-market은 다르게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PEF들이 조 단위보다 수천억 원 규모 안정적 자산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국내 PE도 미소진 자금이 쌓였다. 중형 거래를 향한 경쟁이 조용히 심화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미 체감하고 있다. 3,000억짜리 기업을 6,000억으로 키우는 것이, 조 단위 기업을 두 배로 만드는 것보다 실행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는것이 아닌가 싶다.


관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상호관세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누른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 미국향 매출 의존도가 큰 기업은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다. 당연히 셀러는 기다리고 싶어 하고, 바이어는 할인을 요구한다. 갭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갭은 양면이다.


밸류에이션이 눌린다는 건 매수 가격도 내려간다는 뜻이다. 핵심은 그 기업이 관세 환경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볼 수 있느냐다. 재무제표는 과거를 말한다. 즉, 하나의 결과값이다. 현장은 지금을 말한다. 원가 구조가 어디서 비틀리는지, 고객사 계약 조건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수출 비중 중 실질적 미국 노출이 얼마인지, 이것을 직접 파고드는 실사를 할 수 있는 팀이 유리하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분석만 하는 팀과 실행하는 팀 사이의 간극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PE의 가치 창출 구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몇 년째 나온다. 레버리지가 IRR을 만들던 시대는 길었다. 금리가 오르기 전까지, 차입 비용이 낮을 때는 재무 구조 설계만 잘해도 수익이 났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매출 성장과 마진 개선이 가치 창출의 핵심 동력이 됐다. 즉, 운영 개선 없이는 IRR을 만들기 어렵다.


이게 단지 트렌드 이야기가 아니다. 관세 환경은 이 전환을 가속한다. 외부 변수가 커질수록, 내부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의 비중이 높아진다. 수출 구조를 바꾸든, 원가를 재설계하든, 내수 채널을 강화하든 이건 재무 모델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다.


운영 파트너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쓰시카 호쿠사이, 가나가와 해변의 큰 파도, 1831

시장이 얼어붙으면 조심하는 것이 맞다. 비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하는 것도 맞다. 그런데 조심하는 것과 멈추는 것은 다르다. 불확실성이 짙을수록, 분석력보다 실행력이 먼저다. 현장을 직접 보고, 숫자 뒤의 구조를 파악하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들고 들어가는 것, 이것이 mid-market 운영 파트너의 역할이다.


관세는 모든 딜에 같은 무게로 작용하지 않는다. 어떤 기업에는 리스크이고, 어떤 기업에는 턴어라운드를 위한 구조조정의 명분이 된다. 그 차이를 읽을 수 있는 팀이, 이 국면에서 움직인다. 우리는 운영 파트너로서 불확실성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실행한다.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는 일본 에도시대를 대표하는 우키요에 판화가로, 서양 인상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가나가와 해변의 큰 파도, The Great Wave off Kanagawa, 1831'는 거대한 파도가 작은 배들을 덮치려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모든 배가 같은 파도를 맞지만, 어떤 배는 파도를 넘어가고 어떤 배는 전복 직전이다. 파도는 위협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파도를 타면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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