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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Apr 14. 2024

맥락을 찾아가는 일

나의 고민과 시장의 고민의 접점에서

요즘 업무적으로 우리 일상에 밀착된 소비재 기업에 대한 노출이 많다 보니, 요즘 나도 세상 돌아가는 소리에 관심이 많아졌다. 만나는 사람도 그렇다.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나 다운 해석을 입밖으로 꺼내는 일은 여전히 여렵다. 투자검토를 하는 초기에 머리가 많이 아픈 이유 중 하나다. 상당히 많은 스터디와 고민이 지속되어야 비로소 정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친환경, 친인간, 지속가능한, 트렌디한, 원칙을 지키는 등 기업의 핵심역량을 묘사하는 단어는 얼마든지 나열할 수 있어도, 이를 진정성있는 매력적인 문장으로 정리하는 일은 매번 고되다.  


나는 투자대상기업을 처음보는 잠재적 전략적 투자자(SI, Strategic Investor)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해당 기업을 마케팅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투자 프레젠테이션의 첫 마디는 이들 기업의 프레임을 설정하고, 듣는 이의 배경과 지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래서 정확한 맥락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어찌 보면 투자시장 내 미묘한 예술의 영역 같기도 하다.  


이런 나의 고민과 함께한 지난 목요일 트렌드 컨설팅을 하는 대표님과 저녁식사의 잔향이 오래 남는다.  


"한국의 패션 브랜드는 옷 이외에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부족한 느낌이예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의 뷰티는 '코리안 스텝', 즉 클렌징-토너-에센스 등으로 넘어가는 한국식 스킨케어 루틴을 판매하는 일이죠. 한국의 아이돌 하면 칼군무라는 이미지가 있겠고요. 해외 어느 곳을 가도 저 사람이 한국 사람임을 알아볼 수 있는 옷차림, 멋이 있어요. 그런데 그걸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워딩을 아직 찾지 못했어요."  



브랜드 각자의 개성을 찾아가면서도, 서로의 스타일에 창의적인 영감을 받아간다면, 시간의 누적과 함께 서로의 영감이 몇 마디의 문장으로 요약된다면 하나의 트렌드가, 하나의 패러다임이 생기지 않을까. 나의 고민이 시장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충분한 생각의 켜가 있었으니 여기까지 흘러 왔으리라.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정만을 기록할지 결과까지 남길지 기로에 서겠지. 하지만 나는 결과를 남겨야만 생존할 수 있는 자본시장에 굳건히 두발을 딛고 서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비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내 마인드가 참 고맙다.


*그림은 DALL E 가 생각한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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