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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 Oct 12. 2022

가을 날 산책을 하듯이 떠나는 전시

리만 머핀 인스타그램

공기의 온도가 확연히 달라진 10월, 새로운 계절을 함께 하면 좋을 회화전을 소개합니다. 추상화에 층층이 의미를 담은 그림부터 우리가 지나가는 수많은 찰나의 순간들을 담은 작품, 그리고 가을날을 모티프로 한 그림까지. 한 작품 한 작품 오랜 시간 들여다 보고, 명상하듯이 시간을 보내기 좋은 전시를 모아봤어요. 잠시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 여백을 가지고, 가을의 시작에 어울리는 전시를 찾아 산책을 떠나볼까요?


 편집/이미지 '마니' , 디자인 '임그노드' , 디렉팅 '해리'  



아드리안 게니(Adrian Ghenie) 개인전 


루마니아의 현대 회화 작가, 아드리안 게니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그린 28점의 목탄화는 서울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인데요, 지금까지 유화를 통해 보여준 작품 세계와는 또 다른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목탄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인물을 굉장한 곡선으로 표현했다는 점이에요. 아드리안 게니의 목탄화 속에는 휴대전화에 집착하는 사람, 텔레비전에 집중하며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는 사람, 마스크를 쓴 사람 등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이 역동적으로, 그리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투영되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사진 출처 : 페이스 갤러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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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페이스(Pace) 갤러리
⚫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67 페이스갤러리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일, 월 휴관)
⚫ 기간 : ~ 2022.10.22
⚫ 문의 : 02-790-9388




맥아서 비니언 개인전(McArthur Binion)
'디앤에이:스터디(비주얼 이어)(DNA: Study / (Visual : Ear))' 

사진 출처 : 리만 머핀 인스타그램

수십년간 추상화 작업을 하고 있는 맥아서 비니언이 리만 머핀과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되었어요. 그의 대표 연작인 DNA와 EAR의 신작 전시랍니다. 맥아서 비니언의 작품은 멀리서 바라볼 때와 가까이에서 들여볼 때 그 느낌이 굉장히 달라요. 멀리서 볼 때는 그리드로 미니멀하게 나뉜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면 온갖 문서가 보이죠. 그렇게 그의 여권이나 출생 증명서 같은 작가 개인의 서류 속 글자들과 재즈곡 악보의 음표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요. 이 복잡한 요소들을 아우르는 일정한 패턴의 반복은 묘한 리듬감을 줍니다. 작가가 말하기를 그림 속 네모들은 규칙이라기 보다는 각각의 주체적인 개체라고 설명했어요. 미니멀한 형태 안에 담긴 각각의 많은 이야기를 읽어내다 보면 갤러리에서 꽤 오랜 시간 머물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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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리만 머핀
⚫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13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11시~오후 7시
⚫ 기간 : ~ 2022.10.22
⚫ 문의 : 02-725-0094




이혜승 개인전 ‘눈 감고 간다 (A Walk with My Eyes Closed)’ 

사진 출처 : 오에이오에이 갤러리 인스타그램

올해 9월 개관한 오에이오에이 갤러리는 첫 전시를 이혜승 작가와 함께 합니다. 전시의 제목은 윤동주의 시 ‘눈 감고 간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도 눈을 감고 계속 갈 길을 가다 보면 언젠가 자신의 때가 모습을 드러내고, 마음 속 풍경들이 그림으로 드러나게 되는 때를 만난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이번 개인전에서는 해와 달이 새롭게 작품의 소재가 되었죠. 작가는 해와 달처럼 늘 우리 곁에 있지만 항상 보이는 것은 아닌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혜승 작가의 그림 속 풍경은 어떤 특정한 지역이라기 보다는 실내의 차가운 공간에서 바라보는 자연이예요. 그곳은 작가가 경험했거나 지냈거나 혹은 봤던 공간 중 마음에 남은 심리적 공간이죠. 그가 그린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조용한 명상의 시간이 느껴질 것만 같아요. 어둠의 길을 지나고 있더라도 언젠가 드러날 무언가를 기다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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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오에이오에이 갤러리
⚫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63길 32-11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11시~오후 6시(월, 화, 공휴일 휴관)
⚫ 기간 : ~ 2022.10.26
⚫ 문의 : 02-6207-3211 @oaoa_gallery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 개인전 

사진 출처 : https://gallerybaton.com/ko/exhibitions/93-rinus-van-de-velde/

유럽의 대형 미술관인 보자르에서 개인전을 마친 리너스 반 데 벨데가 새롭게 시도 하는 파스텔 드로잉과 팬데믹 기간 중 제작한 신작 비디오 <La Ruta Natural>로 개인전을 열어요. 작가는 오일과 목탄, 차콜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드로잉 작업을 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영상 작업을 한다고 해요. 그의 그림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마치 화면에 자막이 올라가 있는 것처럼 그림 아래 독립적인 텍스트가 있다는 점이에요. 그림만 볼 때와 텍스트를 함께 볼 때 해석의 방향이 다양해지죠. ‘허구와 실재’에 대해 탐구하는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새로운 영상 작업도 기대되요. 회화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작업하는 것에 반해 영상 작업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그에게 팬데믹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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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갤러리 바톤
⚫ 주소 :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16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10시~ 오후 6시
⚫ 기간 : 2022.10.5 ~ 2022.11.5
⚫ 문의 : 02-597-5701 / @gallerybaton / https://gallerybaton.com




최은혜 개인전 ‘순간들에 대한 작가의 기록’ (Variation of Moments) 

사진 출처 : 더트리니티 인스타그램, 최은혜 개인전

최은혜 작가는 다채로운 빛의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어요. 바람의 움직임에 따른 빛의 무늬들, 찰나의 이동을 통해 보이는 빛의 색채의 변화, 비행기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하늘 빛 등의 순간과 공간들이 작가의 기억에 남아 다시 경험이 더해져 그림으로  표현돼요. 작가는 이번 전시에 앞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특별한 순간의 체험된 기억들이 캔버스 위에 다층적으로 누적되어 나타나면서 다시 한번 체험하는 일이 내 회화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작가가 기억한 순간들을 또 다른 기억으로 남기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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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더트리니티 갤러리
⚫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장문로 36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10시~ 오후 6시
⚫ 기간 : ~ 2022.10.31
⚫ 문의 : 02-6953-9879 / @the_trinity_gallery




안젤름 키퍼 개인전 ‘지금 집이 없는 사람’ 


독일의 거장 안젤름 키퍼가 릴케의 시 ‘가을날’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신작 회화와 설치 작품으로 이뤄진 개인전이 시작됐어요. 이번 작품들은 유난히 볕이 좋았던 어느 가을날 런던 하이드 공원의 풍경에서 출발했다고 해요.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을 작품에 써놓기도 했는데, 이는 릴케의 시 ‘가을날’의 마지막 연 첫 번째 행의 구절이라고 합니다. 안젤름 키퍼는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무엇을 자신의 작품에 담고 싶었을까요? 그 답은 낙엽의 색에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금색의 나뭇잎은 생을 다한 잎이 아니라 다음 생을 준비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죠. 볕이 좋은 가을의 어느 날 작가가 느꼈던 감정을 그의 그림에서 그대로 느끼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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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타데우스로팍

⚫ 주소 :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22-1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10시~ 오후 6시
⚫ 기간 : ~ 2022.10.22
⚫ 문의 : 02-6949-1760 / @ThaddaeusRopac / https://ropac.net/exhibitions/635-anselm-kiefer-wer-jetzt-kein-haus-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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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편집), 임그노드(디자인), 해리(디렉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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