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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트렌드와 디자인의 미래

by 송기연

AI의 발전이 이제는 놀랍지 않다.

미안하다. 거짓말이다. 뭐가 됐든 상상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놀라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기술발전은 항상 놀라움을 선사했다. 기술 그 자체뿐만 아니라, 기술로 인해 달라질 우리의 생활은 늘 디자이너에게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산업에 활용되면서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디자인의 비관적 미래는 곧이어 좋은 툴이라는 긍정적 시선으로 바뀌고 있다. 18세기의 러다이트 운동처럼 인공지능을 부정하기에는 시대의 흐름이 너무 빠르고 거센 탓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대하는 디자인의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인공지능을 통해 디자인을 효율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사실, 인공지능은 디자인작업에 엄청난 효율성을 갖고 왔다. 다양한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글, 이미지, 영상, 음악 등을 각자 디자인 작업에 활용해서 나오는 결과를 보면 놀랍다.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생성형 AI의 프롬프트와 이를 활용하는 몇 가지 노하우를 사용하면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디자인 초기단계에서 아이디에이션을 위한 가이드로서의 인공지능은 루키 디자이너 수십 명의 역할을 수행한다. 디자인이 지금까지 공개된 AI를 잘 활용하는 방식이다. 사실 이렇게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새로운 기술이 쉴 새 없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벅찬 것이 사실이다.




지난 1월 7일 2025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됐다.

기조 CES연설자로 나선 엔비디아의 CEO 젠슨황에게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다. 약 1시간 30분 간 엔비디아의 비전과 새로운 상품을 소개했다. 젠슨황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전 세계는 들썩였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관련주가를 날려버렸고, AI나 GPU에 대해서는 미래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중 AI와 관련된 여러 내용 중 단연코 최고는 바로 'physical AI'였다.

인식형(Perception) AI, 생성형(Generative) AI, 비서형(Agent) AI를 지나 로봇을 설명하는 단계에서 나온 물리(Physical) AI와 이를 구현할 코스모스 플랫폼에서는 절정을 이뤘다. 이제까지 가상세계에서만 존재했던 인공지능이 Real World로 나온다는 것이다. 코스모스 플랫폼은 실제 세상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Real World Foundation Model로 지구를 시뮬레이션한다고 했다. 즉,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리법칙을 코스모스 플랫폼으로 통일해서 로봇의 Chat GPT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로봇 개발자들은 물리법칙에 대한 별도 개발이나 학습이 필요 없다. 코스모스 플랫폼을 이용하기만 하면 로봇에게 실제 세상의 중력, 힘, 가속도 등을 손쉽게(?) 학습시킬 수 있다. 우리가 영화 속에서나 상상했던 상황이 실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발표무대 역시, 어벤저스의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슈트를 공개하는 것과 같았다.


v2_4c6da287eeed4dcfac20a861e94eef24@000000_oswg44185oswg1080oswg720_img_000.jfif 젠슨황의 2025 CES 기조연설 장면



디자인계에서는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생성형 AI는 올해 빠른 속도로 Agent AI로 발전할 것이다. 2025년을 원년으로 본다고 하는데, 이 속도 역시

예상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 동시에 로봇 GPT라고 하는 Physical AI가 현실화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로봇, 드론 등은 더욱 빠른 속도로 인지를 갖출지 모른다. 유니버설 디자인 분야의 웨어러블 로봇은 지금까지 보조 장치 정도로만 인식되었다. 하지만, 물리세계를 이해하는 Phycial AI가 더해진다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모른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단계의 수준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여기에 또 다른 이슈가 있다.

아직 상용화 이전이라고 생각되는(아닐 수도 있다) Physical AI 이전에 물리엔진을 가상세계에 접목한 기술이 공개됐다. 생성형 동영상 AI인 Sora의 충격이 엊그제 같은데, 구글에서 Veo 2를 발표했다. 이제는 얼마나 실사와 가까운 표현을 하는가는 단순한 그래픽이 아닌 AI의 물리엔진 표현이 관건이 되었다. Veo 2는 이 문제를 이해한 듯하다. Veo 2가 공개한 샘플영상 중 강아지 다이빙 영상은 이를 잘 표현해 준다. 강아지가 물에 뛰어들 때, 물의 파장을 자세히 보면 다이빙하면서 생기는 코스틱 표현, 빛의 굴절, 강아지의 무게와 부피에 따른 거품의 수 등이 물리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표현된다. 경쟁사인 소라 AI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실사와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 그냥 실사 그 자체다.



https://youtu.be/G9RDHs9nx04?si=eZGJW3FvjGOqSrpv


이제 신기하다는 감탄만으로는 부족하다.

AI의 발전속도는 이제 가상세계를 넘어 현실세계에 들어왔다.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인 옵티머스는 본격적인 양산을 준비 중이다. 조만간 약 2,000만원 수준에서 개인이 이런 로봇을 구매할 때가 될 것이다. 다양한 기능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고급 기능의 비싼 로봇은 구독모델이 되지 않겠는가? 지금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을 구독하듯 말이다. 테슬라는 진즉 이런 BM을 자동차에 적용하고 있다.


https://youtu.be/XiQkeWOFwmk?si=f_ynafqFUShFk3bj

테슬라, 옵티머스






디자인은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기술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다. 그 속도는 훨씬 빨라지고 기술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에 꿈꾸던 미래 속에 살고 있다. 솔직히 너무 빨리 변하는 기술은 이제 따라가는 것 자체가 버겁다. 디자인의 근본은 무엇인가. 기존 질서에 대한 거부와 새로운 형식에 대한 연결과 상상이다. 결국, 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해서 인간을 이롭게 하는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느냐의 문제다. 그게 물리적 형식의 제품이든, 무형의 기술이나 서비스든 상관없다. 디자이너의 의도를 현실에 존재하게 하는 모든 도구는 준비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의 세상이 되었다.

문제는 그 세상에서 스스로 어떤 위치에 설 것인가는 AI가 답해주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이제는 디자이너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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