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브텍, v-scan300
청소는 묘한 쾌감을 준다.
더러운 것이 눈앞에서 깨끗해지게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 같다. 예전 국민(초등) 학교 시절, 방과 후 교문 앞에는 가끔 동전 닦는 약을 파는 아저씨가 왔었다. 납작하고 둥근 플라스틱 통에 든 약을 천에 묻혀 동전을 닦으면 더러웠던 동전이 새것처럼 반짝이게 변했다. 눈앞에서 깨끗하게 변하는 동전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 표현으로는 마음이 정화되는 짤 같은 것처럼.
요즘 가정에서는 진공청소기가 대세다. 고성능 진공청소기는 청소를 참 쉽게 도와준다. 빠르게 발전하는 생활가전의 품질은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청소기도 마찬가지다. 어느샌가 가정용 청소기의 기준 가격이 거의 백만 원대가 되었다. 유명 해외브랜드부터 국내 대형가전에 이르기까지, 일반 진공청소기와 로봇청소기, 물걸레 청소기 등 기능과 품질은 매년 발전하고 있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뭔가를 깨끗하게 하는 행위를 좋아한다. 군대에서도 오래된 주황색 플라스틱 식기의 기름기를 빨랫비누로 제법 잘 닦아냈던 기억이 있다. 깔끔한 스타일까지는 아니어도 청소를 싫어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 집 청소기는 3대다.
진공청소기 2대와 로봇청소기가 1대다. 사람이 없는 평일 낮에는 기본적인 먼지나 머리카락 청소의 몫을 자동으로 설정해 놓은 로봇청소기가 하지만 완전히 개운하지는 않다. 그래서, 늦지 않은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손으로 직접(?) 청소기를 미는 맛을 느껴야 청소를 한 기분이 든다. 로봇청소기는 샤오미 제품이고, 주력 진공청소기는 다이슨 v11 complete+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에 지인을 통해 한 청소기를 접하게 되었다. 부산에 위치한 제조브랜드인 그로브텍의 v-scan300이 그것이다. 사실, 청소기는 중소기업이 도전하기에는 어려운 품목이다. 청소기 시장은 이미 세계적인 가전기업에서 여러 유명 브랜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치열한 분야다. 그리고, 모터로 작동되는 분야는 제조품질이나 디자인, 브랜드 파워에서 일대일로 기존 경쟁자와 시장에서 싸우기에는 쉽지 않다. 소비자의 판단기준도 글로벌화되어 있어 어지간해서는 차별이 어렵다. 또한, 많은 수의 부품이 필요해서 쉽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로브텍 청소기를 실제로 몇 달 사용하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재미'다.
이 청소기의 가장 큰 장점은 청소를 재미있게 해 준다. 특히, 남자들이라면 이 제품을 사용하는 경험을 게임 같다고 느낄 것이다. 그로브텍 청소기가 기존 제품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청소기 헤드 앞에 달린 LED다. 이 기능으로 지금까지 잘 보이지 않던 것을 눈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만약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던 숨은 먼지와 털, 머리카락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다. 다이슨에도 유사한 기능이 있지만, 그로브텍의 기능에는 비할바가 못된다. 아주 그냥 광활하게 보여준다.
https://youtu.be/SUi6VE6vMGo?si=2hmdUedAcMzDcieW
지금은 우리 집의 주력기종이 바뀌었다.
다이슨은 그로브텍 뒤에서 잘 쉬고 계신다. 까다로운 와이프님도 그로브텍제품이 가볍고 좋다면서, 다이슨을 사무실로 들고 가라고 한다. 물론, 모터의 강도와 지속시간, 스탠드 등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것을 차치하고라도 이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앞서 말한 청소의 재미는 남자들의 몫이다.
평소 청소를 안 했다면, 불을 끄고 청소기를 돌려보길 바란다. 나는 항상 불을 끄고 v-scan300을 돌린다. 그게 훨씬 더 먼지가 잘 보여서 짜릿하고 재밌다. 낮에도 불을 끄면 먼지가 더 잘 보인다. 이렇게나 먼지가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게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것은 너무 재밌다. 집에 아이들이 있다면, 엄마나 아빠를 도와 재밌는 청소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꼭 불을 끄고 청소를 하라고 한다. 세계 최초로 불을 끄고 청소를 하는 경험은 이 제품이 유일할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산업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이런 제품을 만나는 것은 즐겁다.
유니크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은 조금 어렵다. 그러나, 그 생각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고 만들어 내는 것은 훨씬 어렵다. 제조업을 한다는 것, 경쟁자가 글로벌 대기업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는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제품들은 많은 사람의 관심과 선택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서비스경험디자인 관점에서는 청소기(하드웨어)보다는 청소(경험, 소프트웨어) 자체에 주목한다. 청소에 관한 유니크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싶은가? 집안청소에 남성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집안의 불을 다 끈 상태에서 그로브텍 v-scan300으로 청소를 한 번만 부탁해 보자. 아마, 다음부터는 게임처럼 재미있는 청소를 하기 위해 순서표를 뽑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말도 내내 불을 끄고 재미있게 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