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목적과 활용, 그리고 확산
제품의 목적은 정해져서 출시된다.
원래 용도는 1차 목적이고, 대부분 여기서 끝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사용자의 새로운 발견으로 2차 목적이, 커뮤티티를 통한 확산인 3차 목적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오늘 리뷰할 제품이 또 하나의 좋은 사례다.
스테인리스 도마꽂이.
제품 이름은 정직하다. 재료와 제품의 쓰임새가 명확하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와이어로 만들어진 도마꽂이다. 쉽게 넘어지지 않는 구조로 도마를 안정적으로 꽂을 수 있는 제품이다. 그냥 한눈에 봐도 그렇게 보인다. 예전에는 가정에 나무도마만 있었지만, 지금은 용도와 목적에 따라 여러 종류의 도마가 있다. 그래도 나무도마가 가장 일반적인데, 이게 수납이 참 쉽지 않다. 나무의 특성상 수분에 약해서, 조리 후 물기를 잘 닦고 건조해야 오랫동안 위생적으로 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어딘가 벽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보관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물이 고이지 않아 위생적인 스텐와이어'라는 제품명을 보면,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는 사용설명서를 절대 보지 않는 창의적 민족이다. 원래 제품의 용도는 물론이고, 특이한 사용처를 상상하는 고유의 능력을 가졌다. 그래서, 또 하나의 머스트해브(Must-have) 아이템이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출시되는 제품들의 내구성 기준은 최상급이다. " 이러면 될 것 같은데?"라는 무적의 신념으로, 우리는 출시된 제품의 성능을 넘어서는 작동을 거침없이 하고, 매뉴얼을 뛰어넘는 활용처를 찾아낸다. 깐깐한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면,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품질확보(QC, Quality Control)가 가능하다.
도마의 외형을 묘사해 보자.
무게가 좀 있고 모서리가 둥근 넓적한 직사각형이다. 가만있어보자. 이런 게 또 있을까? 주방에는 일단 없다.
위 사진처럼 도마를 하나 꽂고 나면 앞에 빈자리가 남는다. 그런 건 또 용서가 안된다. 도마 비슷한 걸 찾아서 기필코 빈자리에 꽂아야만 할 것 같다. 또 다른 '무게가 좀 있고 모서리가 둥근 넓적한 직사각형'의 꽂을 제품을 찾으면 된다. 혹시, 뭐가 떠오르는가?
아이패드!!
사람들은 기필코 해답을 찾았다. 또, 있다. 노트북도 비슷하다. 그리고, 같이 쓰는 무선 키보드도 한 패밀리다. 도마나 아이패드, 노트북이 다 도마계열로 편입된다. 그러고 보니 아이패드나 노트북도 도마처럼 보관이 영 불편했다는 점을 깨닫는다. 매번 파우치나 가방에 넣어두면 필요할 때 빨리 꺼내 쓰기 어렵다. 어딘가 거치도 안된다. 그냥 위로 쌓아야 하는데, 비싼 액정에 손상이 갈까 봐 그것도 애매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가져다가 스테인리스 도마꽂이에 꽂아본다.
유레카!!
마침내 도마꽂이는 아이패드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렇게 없어진 도마 자리는 다이소에 가서 하나 더 사면 된다. 단돈 3,000원만 더 쓰면, 도마와 아이패드의 평화로운 동거가 주방과 방에서 이루어진다. 도마는 위생적으로 거치되고, 아이패드는 안정적으로 거치된다. 아이패드로서는 뜻밖의 행운이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지금이 입학시즌이니 사람들의 생각이 책상 위 아이패드로 간 것이지, 도마꽂이에 또 무가 꽂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품의 1차, 2차 목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3차 목적인 정보의 공유다.
누군가의 유레카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확산된다. 나의 발견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은 유튜브나 SNS를 통해 실현된다. 참신한 첫 발견이 보편적인 활용으로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이것이 다이소의 순기능이다. 사용자의 창의성은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런 창의성은 완전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끼리 연결을 통해 가능하다.
이것이 진정한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의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