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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운동화끈의 반란

by 송기연

운동화라는 이름은 참 정직하다.

각종 특화된 운동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도, 일상에서도 편해서 자주 신게 된다. 나도 구두를 신어햐 하는 날을 제외한 평일에는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발이 편해야 몸이 편하다는 말이 있다. 정말 공감한다. 나는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많지만 발이 편하면 좋다. 생각해 보면 사람의 발은 참 각양각색이다. 모양도 제각각이고, 발 폭, 발 높이, 발바닥 아치형태, 크기 등이 저마다 다르다. 좌우 발 크기가 다른 사람도 제법 많다. 그렇게 보면 맞춤형 옷보다 발에 맞춰 신발을 맞춰야 한다.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이 아니라면, 발은 물론이고 발과 연계되는 무릎, 대퇴골, 요추, 척추까지 무리가 온다. 그래서,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화에는 끈이 있다.

끈 없이 찍찍이 벨크로나 다이얼, 똑딱이 등 다양한 방식이 있으나, 보통은 끈으로 조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운동화끈을 패션 아이템으로 중요하게 여긴다. 알록달록한 컬러는 물론이고 끈의 재질, 묶는 방식 등으로 개성을 표출한다. 물론 나 같은 보통의 아저씨들의 관심사는 아니다. 그냥 깔끔하게 묶이고, 그렇게 보이면 된다. 끈이 긴 경우에는 매듭이 따라서 길게 늘어지기도 한다. 묶는 정도에 따라 발이 불편하거나, 길에 끌리다가 밟히고 풀리는 등 매듭은 계륵 같은 존재였다. 그러다 언젠가 매듭이 없는 운동화 끈 방식을 봤다. 아주 깔끔하고 좋아 보였다. 조금 검색을 해보니, 묶은 매듭을 신발 안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었다. 바로 따라 해보니 보기에는 깔끔했지만, 가끔 묶은 매듭이 발등과 신발사이에서 걸리적거렸다. 하지만, 패션을 위해서는 이 정도 불편은 참을 수 있었다.


다이소에는 다양한 운동화끈과 구두끈을 판매한다.

그중에 내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바로 '매듭이 필요 없는 실리콘 끈'이었다. 조금씩 길이가 다르게 구성된 이 6개의 실리콘 끈은 검은색과 흰색 2가지였다. 내 운동화는 흰색 나이키 에어포스다. 운동화 브랜드마다 신발끈의 개수와 거리, 구멍의 크기는 조금씩 다르다. 내 에어포스의 구멍은 총 8개다. 다이소의 실리콘 운동화끈은 좌, 우 각각 6개로 되어 있다. 아쉽다. 1개는 안되고 2개를 구매했다. 산업디자인 전문가의 관점에서 봐도

실리콘 끈의 표면에 새겨진 천 패턴은 아주 훌륭했다. 실리콘 양 끝 모양은 한 번 들어간 구멍에서 빠지지 않게 T자형으로 만들어놨다. 가격은 2천 원이다. T형 팁은 좁은 운동화 끈 구멍에 쉽게 끼워지지 않지만, 한 번 들어가면 거의 빠지지 않는다. 젓가락을 활용해서 강제로 밀어 넣으니 가까스로 들어갔고, 양쪽을 끼우고 나니 영락없는 운동화끈이었다. 늘어나서 신고 편기에 편리한 일자형 운동화 끈이 만들어졌다.

이리저리 봐도 잘 만든 물건이다.

탄력도 좋아 좀처럼 끊어지지도 않는다. 뭐가 묻으면 물티슈로 슥슥 닦으면 바로 깨끗해진다. 운동화와 발등 사이에서 이리저리 천대받던 불편한 묶음은 당연히 없다. 발등이 더욱 편하다. 흰 운동화는 깔끔한 맛으로 신는다. 혹시 보일지 모르는 발목에도 흰색 양말로 매칭하면 깔끔 그 자체다. 일자형 실리콘 운동화끈은 흰 운동화의 마지막 화룡점정이다. 검은색 구두용 실리콘 끈도 있지만, 흰 운동화 실리콘 끈의 포스에는 미치지 못한다.


다이소의 실리콘 운동화 끈은 어린이의 안전에도 좋다.

어린이들은 운동화 끈을 스스로 잘 묶지 못한다. 한 번 풀어진 운동화 끈은 상당히 위험하다. 계단이나 경사로, 보행 중에도 걸려 넘어지기 쉽다. 예쁜 운동화를 신은 어린아이가 적어도 신발끈으로 인한 안전사고에서만큼은 보호받았으면 좋겠다. 다이소 매장에 가보면 이 제품은 신발코너 쪽에 수줍게 숨어있다. 눈을 크게 뜨고 잘 살펴보면, 깔끔하고 안전한 운동화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운동화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신발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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