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을 너머 아름다움으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Follows Function. 이 말은 기능주의 디자인 사상의 절정이다. 기능이 우선이고 형태는 오로지 기능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모든 형태는 기능에 종속되어야 하며 기능과 떨어진 형태는 근거 없는 장식 정도로 치부했다. 이 신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디자인이 강조된 화려한 디자인은 부도덕하거나 개념 없는 디자인으로 취급받았다.
돌이켜보면, 20세기 초반에는 이게 당연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시대였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았고 고객보다 기업이 우선이었다. 이런 상황이 서로 맞물리면서 기능 우선 주의가 생겨났다. 기술의 발달은 과잉공급을 불러왔고, 시대는 계속 변했다. 과잉생산은 재고를 쌓게 했고, 이는 마케팅의 필요성을 불러왔다. 이후 품질경쟁의 시대를 지났고 지금은 기술평준화가 어느 정도 이룩된 상태다. 물론, 품질과 기술에는 여전한 차이가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디자인이 여전히 기능제일주의로 가야 하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다이소는 균일가 브랜드다.
1,000원의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진다. 초기 다이소의 제품은 딱 1,000원짜리 그 자체 수준이었다. 품질 수준은 나쁜 것이 기본이었고, 어쩌다 그나마 괜찮은 제품을 사면 행운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다이소 제품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 철저한 품질경영을 통해 기업경쟁에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4조 원대의 대기업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다이소의 미래 경쟁력도 여전히 품질일까?
물론 지속적인 품질향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발전속도는 이전만 못할 것이다. 마치 후진국의 경제성장률 기울기가 선진국으로 갈수록 완만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성장의 폭은 작아져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은 분명하다. 다이소는 물론이고 다이소에 납품하는 밴더들 역시 품질 외에 뭔가 새로운 경쟁우위 요소를 찾아야 한다.
다음 차례는 아름다움이다.
다이소의 유통망 수준은 전국구다. 매일 엄청난 제품을 소화해 낸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한 밴더들도 다른 경쟁자 대비 새로운 전략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해야 한다. 다이소의 소비자 입장에서도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 지금은 취향과 미적경험을 찾게 되어있다. 경쟁에 가속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디자인이다. 그중에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학적 디자인이 그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미학적 디자인의 아름다움은 안정된 성능과 품질의 기반 위에서만 구현가능하다. 다이소의 제품들은 기능주의 관점의 역할은 충족하고 있다. 이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다.
다이소만의 디자인을 추구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