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리실 세팅을 마무리할 때 즈음이었는데 브런치를 통한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전직 원장님이셨고 휴직기를 갖다가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너무 죄송한데 이런 질문을 해도 되냐고 하면서 급식을 담는 바트 크기 등 집기 구입에 대해 물어오셨다.
내 글을 읽고 이 조리사한테 물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 나는 신기했다.
신이 나서 소상히 알려주었고, 원장님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셨다.
이 연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새로 들어가는 어린이집의 조리환경은 대체로 열악할 수밖에 없다. 조리사는 어떤 이유에서든 힘들어서 그만두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전 조리사를 힘들게 했던 조리환경은 악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걸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한 "나의 수많은 계산들"을 정리해 보았다.
내가 쓴 이야기는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전체 어린이집의 40%인 국공립어린이집 조리실에 한하고, 지극히 주관적인 내 생각과 경험이다.
그래도 검증이 몇 번 된 것이니 어린이집 조리사의 업무와 급식에 관하여 혹시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도 좋다.
전에 같이 일했던 20년 조리사 경력의 보조조리사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원장한테 너무 잘하지 말어. 자기만 상처받어."
자신의 경험인 듯싶었다.
예전에는 조리사가 원장네 김장과 밑반찬을 해줬다는 흉흉한 얘기가 있을 정도로 원장과 조리사의 관계는 친밀한 수직관계였다. 요즘은 그보다 완만해졌지만 여전히 기울어진 건 사실이다.
그 보조조리사님의 말에 동의나 반박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원장의 신뢰를 조리사의 업무에 활용하려고 한다. 원장을 도우면서 원장을 견제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도 같다.
조리사인 나에 대해 인사권을 갖고 있는 건 원장이지만
국공립어린이집의 인건비는 100%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
조리사의 월급은 원장이 아니라 국가에서 주는 것이다.
월급을 내주는 원장의 손을 볼게 아니라 내 월급의 출처를 생각하며 일을 한다.
나의 고객은 원장이 아니라 아이들이다.
이 신념이 원장의 권력과 횡포로부터 미약한 조리사인 나를 지켜주고 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님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