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UX에서 흔히 발생하는 20가지 실수'를 읽고 공감한 것
'~에서 꼭 ~한 20가지 사실!'
미디엄에서도, 브런치에서도 자주 보이는 유형의 글이다. 주로 특정 전문 분야에 대해 다이제스트로 알고 가면 좋을 요소들을 리스트업 하고, 설명을 덧붙이는 식이다. 흔해도 유의미하다. 전문성 또는 관심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 수준을 높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 미디엄에서 읽은 것도 그런 글이다. '나쁜 UX: UX에서 흔히 발생하는 20가지 실수(Bad UX: 20 Common Mistakes in User Experience)'라는 제목의 아티클. 다 읽고 난 뒤,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모든 기준에 공감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 그런가?'싶은, 확신이 서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아티클의 댓글창에도 여러 의견이 분분했다. 그래도 무조건적인 지지나 막무가내식 비난이 없다는 점에서, 건강한 의견 교환을 이끌어낸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실제로 '나'는 어떤 부분에 공감했고(1편에), 공감하지 못한 부분과 확신이 서지 않는 건 어떤 지점이었는지(2편에) 정리해 봤다.
#1 — 오디오/비디오 자동재생 (Autoplay of audio/video)
인스타그램, 유튜브처럼 '클릭=재생'의 공식이 성립하는 영상 콘텐츠 위주 플랫폼 또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닌 이상, 사용자는 자신이 곧 클릭해 들어갈 페이지에 오디오 또는 비디오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을 거라 예상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클릭과 동시에 소리가 재생되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급적 재생에 대한 의사결정은 사용자가 직접 내릴 수 있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있을까?)에는 음소거 상태로 오디오 또는 비디오가 재생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2 — 속보의 잘못된 사용 (Misuse of breaking news)
"코로나 때문에 기분이 안 좋으세요? 저희 초밥 배달이 해결해 드릴게요."
해당 아티클에서 제시한 위 예시 문구야말로, 말 그대로 잘못된 사용의 대표적인 예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한국에서도 어디선가 본 것만 같다. 비즈니스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회 현안을 억지로 끌고 오면 사용자에게 도리어 이질감과 불편함을 불러일으킨다.
#3 — 정리되지 않은 웹 양식 (Unstructured web forms)
회원가입, 오류제보 등 사용자가 직접 폼에 정보를 타이핑해 제출하는 양식은 모든 서비스에서 한 번 이상 등장하는 흔한 경험이다. 개인적으로 이 양식이 얼마나 잘 정돈되어 있느냐가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인상을 결정짓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이 양식이야말로 사용자가 서비스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오피셜 한 채널이고, 사용자를 대하는 서비스의 태도를 드러내는 화면이다. 이런 화면이 잘 정돈되어 있지 않고 뒤죽박죽이라면? 결코 사용자 경험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4,6 — 긴 드롭다운, 너무 많은 체크리스트 (Long dropdowns, Сhecklists with a large number of options)
비슷한 맥락에서 공감되는 두 가지라서 묶어 봤다. 사용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서비스가 선택지를 미리 제공하기는 하나, 그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는 순간, 사용자에게 도움 보다 짐을 지어주는 꼴이 되어 버린다. 특히 모바일 사용자에게 드롭다운을 무한정에 가깝게 내리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가급적 한 번에 모든 선택지가 다 보이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다. 체크리스트 형태로 선택지를 제공할 때에도, 직관적으로 내용을 담은 대표 유형 몇 가지로 구성해야 한다.
#7 — 너무 많은 툴팁 (Plenty of tooltips)
팝업이나 화면 전환이 사용자에게 피로감을 심어주기 쉽다는 생각에 많은 서비스가 대안으로 떠올리는 것이 툴팁이다. 하지만 화면이 자주 전환되는 것만큼, 한 화면이 동일한 컴포넌트로 채워지는 것 역시 피로감 상승의 요인이다.
#8 — 낮은 발견가능성 (Low discoverability)
타이틀만 봤을 때에는 '지표에 집착하자는 건가?(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쪽이다)'라고 생각해서 두 주먹 불끈 들었는데, 부적합한 후킹이 아닌 사용자의 니즈 분석을 통한 데이터 기반의 우선순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잘 만든 기능과 콘텐츠도, 사용자에게 잘 보여야 가치를 발휘할 수 있으니까.
#12 — 데모 콘텐츠의 부정확한 사용 (Incorrect use of demo content)
프로그램이나 앱을 다운로드해야 하는 서비스들에 주로 해당한다. 데모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배너를 여기저기 등장시키는 것은 UX를 해친다는 게 이 항목의 주된 내용이다. 배너가 많을수록, 사용자는 계속해서 X 버튼을 반복적으로 눌러야만 할 테니 말이다.
#13 — 부족한 직관 (Lack of intuitiveness)
아티클 본문에서는 이 항목을 다음과 같은 문장과 예시 화면으로 설명하고 있다.
"창의적 사고가 분별력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통통 튀는 독창적인 디자인도 어느 순간 필요하지만, 어디를 클릭해야 할지, 무엇을 봐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 효용성을 잃고 말 것이다.
#14, 17, 18 — 특정 용어(유행어), 단어 남용, 불필요한 메시지 (Specific jargon, Overuse in words, Unneeded messages)
어떤 의도를 가진 누군가가 서비스의 사용자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특정 세대나 그룹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남용하는 것은 분명 전략적 기획이 아닐 것이다.
'#14 - 특정 용어(유행어) (Specific jargon)'이 유행어나 업계 용어 차원의 남용을 지양하자는 이야기라면, '#17 - 단어 남용 (Overuse in words)', '#18 - 불필요한 메시지 (Unneeded messages)'는 상황에 적절하지 않거나 핵심이 아닌 단어 및 문장을 남용하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다. 서비스 내 간결하고 효율적인 단어 사용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에 UX 라이터 같은 직무도 생겨났다.
#15 — 빈 공간 (Empty Space)
'빈 공간'은 주로 처음 서비스에 들어와 검색화면을 마주할 때, 서비스 사용 이력이 없을 때, 검색 결과가 없을 때 맞닥뜨리는 화면이다. 주로 '찾으시는 내용이 업'다는 취지의 문구들로 채워진다. 좀 더 나아가면 추천 콘텐츠가 포함되기도 한다. 빈 공간은 사실 여러모로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한다. 마땅히 갈 길이나 니즈가 없는 사용자에게 서비스가 원하는 길을 제시할 수도 있고,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줄 수도 있다.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은 라이팅 같은 콘텐츠가 될 수도, 버튼 같은 기능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사용 경험의 맥락을 적절하게 이어가는 것이다.
#19 —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 부족 (Lack of recommendations what to do)
원문에는 'recommendations'라는 단어로 적혀 있기는 하나, 맥락상 '설명'이라는 말이 한국어로는 더 어울릴 듯해서 내 맘대로 옮겨봤다. 늘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제로베이스인 사용자가 볼 화면이라는 생각으로, 어떻게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더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지 쉽게 잘 설명해 주는 것 역시 UX 관점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20 — 길어지는 로딩 (Load delay)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로딩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사용자들은 다양한 서비스 사용을 통해 기술의 발전을 누구보다 실시간으로 실감하며 잘 알아차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UX 경험에서 굉장히 무모한 도전이 될지 모른다.
2편: https://brunch.co.kr/@shim-shim/126
아티클 출처: https://medium.com/@FlowMapp/bad-bad-ux-20-common-mistakes-in-user-experience-d30301ba686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