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너무나 당연한 권리인 ‘자유’를 논하는 책이라니, 게다가 165년 전인 1859년 발행된 책이라니, 읽기도 전 부담이 나를 납작하게 만든 책, ‘자유론’을 읽었다. 독서 토론 발제까지 맡아서 한 문장 한 문장 허투루 읽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2주간의 고행을 끝내고, 이제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유론’을 정리해 본다.
1장 머리말: 과거에는 소수의 정치 지배자로부터의 ‘자유’가 문제였지만, 이제는 관습과 여론, 효용 등에 힘입은 ‘다수의 횡포’가 자유를 억압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이 제시하는 자유의 기본 3 영역은 다음과 같다
1) 내면적 의식의 자유
2) 기호를 즐기고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취향의 자유
3) 결사의 자유
2장 생각과 토론의 자유: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한 것일지라도 이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경청하고 반론을 펼치며 끝까지 토론해야 한다.
3장 개별성: 관습, 여론 등이 인간의 개별성을 박해하고 있다. 그는 “인간은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온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는 나무 같은 존재”(p.130)라고 말한다.
4장 사회가 개인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그의 자유가 사회에 해를 끼친다면 “그 행동은 자유의 영역에서 벗어나 도덕이나 법률의 대상이 된다.” (p.155)
5장 현실 적용: 중국에서 아편 수입을 금지시킨 것, 독약 판매를 금지하는 것 등은 구매자의 자유를 침해한다. 노예 계약은 ‘자유롭지 않을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므로 제한되어야 한다. 국가가 교육을 통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각 개인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축적한 경험을 수집, 보관 관리해 다른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p.203) 도와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
짧게 정리하기 힘든 책이지만 주요 키워드는 ‘개별성’과 ‘사회성’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밀은 개인의 개별성이 너무도 중요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리 명확한 진실이라도 이견이 있다면 그것을 말하게 해야 하며,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가 제시한 몇 가지 예들이 지금의 시대에 적절치 않은 것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의 주장은 지금의 현실과도 맞닿아있다.
요즘 각종 음모론에 둘러싸여 다른 사람들에게 귀를 닫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지구가 평평하다’ 거나 ‘인류는 달에 간 적이 없다’는 과학적 음모론 정도는 여러 증거라도 들이댈 수 있다지만, 정치적, 사회적 음모론이나 서로를 가짜뉴스라고 치부하는 상황에서는 그 ‘토론’이라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지 의문이다. 이러니 더욱 각자의 버블에 갇혀 서로에게 눈과 귀를 닫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자유론’을 읽은 사람이다. 이제 나는 엉뚱한 주장처럼 들렸던 이야기들을 끝까지 들어주고 조심스레 반박해 보려 노력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토론이 필요한가 생각했던 문제도 달리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귀를 열기로 했다. 비록 우아하게 웃으며 조곤조곤 반박할 내공이 아직 없지만, 그래도 화내지 않고 동의할 수 있는 어떤 한 지점이 있기를 바라는 긍정의 마음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끌어내려한다.
~라고 마음먹었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또 깨달았다.
한창 선거철이라 그런지 서로에 대한 정치적 성향 탐색이 무엇보다 첨예해졌다. 어디 사는지, 어떤 종교를 믿는지, 고향이 어딘지, 심지어 돌아가신 엄마 아빠의 고향까지 나를 구분 짓는 잣대가 되었다. 정치 성향이 아무리 중요해도 그게 사람의 본성을 구분 지을 수는 없는데 말이다. 이제 내가 보는 영화나 드라마, 책, 노래도 나의 성향을 규정짓는 거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온 사방으로 생각이 자라는 나무 같은 사람이고 싶다. 나는 나와 다른 세상을 궁금해하고 알아보려고 노력하고 싶다. ‘자유론’을 읽고, 나는 내 무질서한 취향에 대한 후원군을 얻었다.
1. 존 스튜어트 밀은 “오직 개별성을 잘 키워야만 인간이 높은 수준의 발전”(p.122)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것이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힘으로 권력을 장악하는 일종의 영웅 숭배론을 펼치는 것은”(p.127) 아니라고 강조하는데요. 밀은 이제 ‘다수의 횡포’가 문제시되고 있으며, 대중 여론은 “개별성을 발휘하는 것을 용납”(p.131) 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에 맞서기 위해 “지식인들이 개별성의 중요성”을 이끌어내야 하지만 “사정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을 것”(p.138)이라 개탄합니다. 여러분은 개별성의 위기에 대한 밀의 주장을 어떻게 보셨나요?
인간은 개인에 따라 서로 다른 것들을 획일적으로 묶어두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잘 가꾸고 발전시킴으로써 더욱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다.(중략) 내가 여기서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힘으로 권력을 장악해서 이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는 일종의 ‘영웅 숭배론’을 펼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천재 같은 사람이 자기 방식대로 세상을 살아갈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할 뿐이다. (p.127)
과거에는 특별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 특별함 때문에 다수 대중의 생각을 무시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것들이 점차 사라지고 모두가 평등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중략) 통념을 뛰어넘으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회적 후원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대중이 수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항하면서 대중과 다른 자신만의 생각이나 경향을 지키려는 강력한 사회 세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p.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