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미젤리 Jul 19. 2024

개의치 않아

 전화를 걸어 신세 한탄을 했다. 이래라저래라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그런 말을 할 때 표정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목소리 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녹음을 해라, 비디오를 찍어놔라, 여러 가지 조언이 쏟아졌다.

답답한 마음에 하소연해 봤지만, 역시나 나의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뭔 짓을 해도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없으니까. 화나도 참으라고 할 테니까.

 나는 엄청난 관여자이면서 외부자이기도 하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를 읽다가 오리모토 다츠미의 사진을 보고 빵 터졌다. 분명히 허! 하는 웃음이 터졌는데, 나도 모르게 눈이 붉어졌다. 카페에 사람도 많은데 눈물이라도 찔끔 나올까 서둘러 마음을 잠갔다.


 

 오리모토는 “돌보는 것 역시 예술”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작품은 돌봄 기록 같은 게 아니다. 말하자면 그 작품은 어머니와 아들이 ‘돌보다’와 ‘돌봄을 받다’를 뛰어넘어 함께한 유쾌한 협업이다.(p.218)


 그의 작품에는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밝음”이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마음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나는 너무 많은 것에 개의하고 있다. ‘개의’는 주로 부정어와 쓰인다고 하는데, 긍정문으로 표현하자니 이상하게 들린다.


개의(介意) (주로 부정어와 함께 쓰여) 어떤 일 따위를 마음에 두고 생각하거나 신경을 쓰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단어들의 명확한 정의를 통해 내 감정을 분석해 보려 시도한다.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간단한 단어는 찾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얽혀 있기 때문일까? 그만큼 나 혼자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 무기력해진다.


개의치 않을 거야!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

.

.

그래서 지금 내가 답답한 거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