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쌀국수 가게가 보고 싶었다.

한 달 동안의 칩거생활에서 그리웠던 것들

by 이츠심

21년 6월 24일 목요일

끝을 모르는 비와 수다스러운 천둥번개가 온다고 온다고 으름장만 놓은 채 오지 않았다.




드디어 이 나라는 나에게 조금의 자유를 허용해주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식당과 미용실, 운동시설 등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곳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그와 함께 우리 집 문도 굳게 닫혀있었다. 이곳에서 외국인인 나는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고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아파트 내에 있는 마트를 가는 것을 제외하고 외출을 하지 않았다. 궁금한 것에 대해 완연하게 이해할 수 없는 외국인의 두려움과 함께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타국인의 양심을 지닌 채 집에 머물렀다. 아마도 칩거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나는 낯선 나라에서 칩거 생활을 했다.


태생을 집순이로 태어나서 이 칩거생활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부모님과 나의 지인들에겐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났을 때는 뭐 이 정도야 아무렇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재택근무하며 일주일 정도는 거뜬히 집에서 보냈던지라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에 비해 지나치게 바깥이 잘 보이는 큰 창문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창문은 매일 뜨고 지난해마저 아름답게 보여준다는 점. 그것이 크게 달랐고 그것이 점점 칩거 생활을 힘들게 했다.


그렇게 일주일은 또 흐르고 두 번째 주말도 지나갔다. 그때부터가 고비였다. 세 번째 일주일의 시작부터 감정이 왔다 갔다 솟구쳤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가도 쨍하게 예쁜 하늘을 바라보니 밖에 나가고 싶었고 그러나 현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물론 누가 나가지 말라고 제지한 적은 없다. 다만 창문 밖 세상에는 아무도 없었고 세상은 암묵적으로 나를 집에 머무르게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날씨가 좋으면 좋아서 슬펐고 날씨가 안 좋으면 좋지 않아서 슬펐다. 무기력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이 많아져갔다. 그렇게 일주일이 더 지났고 그 일주일은 어떤 감정으로 보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조금의 자유가 허용되어있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친구에게 연락을 했고 빠르게 약속을 잡았다. 친구도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만났다. 만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포옹을 했다. 그제야 시원하게 숨이 쉬어졌다. 이런 게 사는 거지, 잠시 잊고 있었던 삶의 이유 중 하나를 찾았다.


우리는 쉴 새 없이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매일 한 시간 한 시간, 시간이 잘 안 가서 지루한 나날들이었는데 오늘은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 당황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이 너무 오랜만이라 당혹스러웠다. 그 당혹스러움의 끝은 너무 좋다로 이어졌고 우리는 다시금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시간 보내는 것도 즐긴다. 그리고 잘하는 편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굳이 만나지 않아도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나의 집엔 뒷통수만으로도 웃음을 짓게 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고양이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칩거 생활이 두렵지 않았고 잘 해낼 것이라 믿었다. 그동안 살아온 어느 하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한 달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깨달았다.


세상은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고, 끊임없이 시작되는 하루는 매일 제 각각의 모습을 띄고 있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며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고 영원한 것도 없다. 그러므로 있을 때 잘해야 한다. 그게 사람이든, 외출이든, 널리고 널린 흔한 쌀국수 가게든 말이다.


이번 주말에는 베트남의 널리고 널린 쌀국수 가게에서 보고 싶었던 쌀국수 한 그릇을 해야겠다. 나의 이 절절한 마음을 맛깔난 면치기와 함께 국물을 잔뜩 들이켜는 것으로 표현해야지.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일상에 감사인사를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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