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그 당연했던 것의 부재

IT 강국에서 자라온 외국인은 괴롭다

by 이츠심

21년 6월 25일 금요일

비가 오려고 이렇게 추운 건가? 생각하며 으실하게 일어났는데 에어컨이 켜져 있었다.




어제부터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늘 있는 흔한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페이지 하나가 완전하게 열리는데 1분이 넘게 걸리는 아주 느린 속도이지만 카카오톡은 사진 전송을 제외한 텍스트 전송은 잘 되었고 느려도 어쨌든 되긴 하니까 그런대로 썼다. 너무 답답할 땐 잠시 휴대폰으로 데이터 연결해가면서 어찌어찌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잘 안 되었어도 내일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잘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침이 밝았고 여전히 인터넷은 느렸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인터넷 속도를 무작정 기다리기엔 답답했다. 부동산 담당자분께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그의 안내에 따라 20여 초 동안 차단기를 내린 후 다시 올렸다. 인터넷이 잘되기 시작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여유롭게 밥을 먹으려는데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인터넷이 되지 않아 유튜브로 틀어놓은 음악이 멈춰버렸다. 다시 차단기를 내렸다가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은 되지 않았고 그렇게 완전하게 끊겨버렸다.


느리더라고 희미하게 연결이 되어있던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가위로 인터넷 선을 뚝 잘라버린 것처럼 완전하게 끊겼다. 더 이상 집에 음악은 나오지 않았고 티비로 신서유기 재방송도 볼 수 없었다. 인터넷이 끊어짐과 동시에 나의 낙이 사라졌다.


한국에서처럼 휴대폰 데이터가 무제한이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아주 작고 한정적인 데이터를 사용하는 나는 데이터를 마구 쓸 수 없었다. 30분에 한 번씩 꼭 들어가 보는 인스타그램도 누를 수 없었다. 유튜브 뮤직은 당연히 켤 수 없었다. 내가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카카오톡 하나였다. 그 또한 부동산 담당자분과의 연락을 위해 데이터를 켜놓은 것으로, 연락이 완료되면 바로 끌 예정이었다.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집은 고요했다. 집 앞 도로의 차 소리와 선풍기의 바람소리, 그리고 루이의 정수기 물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조용했다. 아직 오후가 시작되지도 않은 이른 시간에 나는 갈 곳을 잃은 채 집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있었다. 고작 인터넷 하나만 되지 않을 뿐인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의 하루는 인터넷으로 시작해서 인터넷으로 끝나는, 인터넷에 지극히 의존적인 하루였다니. 다소 충격적이었다. 나의 생활은 인터넷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운 생활이 되어버렸다.




인터넷 회사에서 수리 기사를 보내준다고 했다. 언제 오는지에 대한 답은 받지 못해 하루 종일 하염없이 기다리게 생겼다. 예정 없이 뚝 끊겨버린 인터넷도 불친절한데 인터넷을 고치는 일 또한 불친절함의 연속이다. 허나 내가 뭐 별 수 있나. 하염없이 기다리며 일기나 한 편 쓰고, EBOOK 리더기로 책이나 마저 읽어야지. 인터넷이 되지 않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두 가지 외엔 없다.


많은 것이 느리고 편리하지 않은 것이 많은 그리고 때때로는 극단적인 이곳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은 채 잘 적응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느려도 좋으니 극단적으로 끊거나 닫거나 안되게 하지 말아 줘라. 밖에 못 나가도 좋으니 인터넷은 되게 해 줘라. 어제까진 외출이 참 소중했는데 사실 나에게 제일 소중한 건 인터넷이었다.

문득 갑자기 나의 나라 IT 강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졌다. 이렇게 갑자기 그리워질 줄이야. 어제의 일기에도 썼지만 뭐든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오늘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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