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외엔 어디든 위험하다
21년 8월 2일 월요일
눈 뜨자마자 무더위를 실감했고 이는 하루 종일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역시나 그랬다.
벌써 9일이 지났다. 여전히 하노이는 락다운으로 멈춰있고 다시 생기를 찾을 수 있을지 불안한 의문만 든다. 하노이의 한 대형 마트에서는 달걀 구매 수량을 인당 30개로 한정하고, 마트 내 입장 고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하노이시에서는 시간을 나누어 시장을 보러 갈 수 있도록 별도의 쇼핑 바우처를 발급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는 재래시장과 대형 쇼핑몰에만 해당하므로 내가 주로 이용하는 작은 마트는 상관이 없어 큰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다행은 다행이 아니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생겼다.
이틀 전 옆 아파트의 한인마트 배달 직원이 밀접촉자로 확인되었다. 해당 직원이 우리 아파트에 다녀가지 않았지만 길 하나만 건너면 있는 가까운 아파트이기도 하고 해당 한인마트는 우리 아파트에도 3개의 지점이 있었기에 마냥 안심할 순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하루 만에 그에게 음성 결과가 내려졌고 나와 더불어 우리는 한마음으로 그의 결과에 안도했다.
그러나 아직 안도하긴 일렀다. 코로나가 턱 밑까지 바짝 추격해오고 있었다.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베트남 현지 마트에 고기를 공급하는 업체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그 현지 마트는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입점된 마트로, 최근에 방문한 것은 물론이며 심지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이와 관련된 마트는 약 52개로, 내가 사는 아파트의 지점도 안타깝게 해당되었다.
동네 주민들에게 아름아름 전해 들은 바로는 방역 후 잠시 영업을 중단한다고 한다. 잠시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1-2일을 넘기지는 않을 것 같다. 부디 우리 아파트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곳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평온히 넘어가길 바라고 또 바란다.
이틀 사이에 코로나는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느꼈다. 집 앞 마트 외엔 나가는 곳이 없어서 코로나에 걸릴 일이 없을 것이라 확신에 찼던 마음이 소스라치게 놀라 끊임없이 요동쳤다. 집을 나가는 순간부터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으며 조심에 조심을 더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사실을 망각하게 한 안도감에 가책을 느낀다.
오늘 날짜 기준으로 하노이는 11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락다운을 시행한 지 일주일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확진자 수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습관적으로 아침저녁마다 확인하고 있다. 허나 코로나는 기세 등등한 자태로 매일 몸집을 우람하게 키워나가고 있다. 부디 그 몸뚱이에 구멍이 뚫리든 한 군데가 제대로 부러지든 해서 끙끙 앓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몸져누운 채로 자취 없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게 죽음을 바라게 될 줄이야. 이왕 바라게 되었으니 이뤄졌으면 좋겠다. 최대한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