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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심 Oct 29. 2021

잘 기억도 안 나면서 잊을 수는 없는

넌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윤에게

안녕 오랜만이야, 너무 뜬금없어서 황당했으려나?

가끔 네 생각을 하곤 했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될 줄은 나도 몰랐어.

나는 종종 너의 소식을 찾아보곤 해. 자연스럽게 너의 소식이 들리길 바랬지만 그런 일은 없더라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우리가 함께 하던 사람들은 이미 나와 멀어진 지 오래니까. 내가 그들과 멀어지지 않았다면 종종 너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을까? 그럼 너의 생각이 덜났으려나?  


지난 일에 대해 추억을 하곤 할 때면 빠짐없이 너의 생각이 나곤 했어. 연락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멈추게 했지. 뭔가 구질구질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만뒀어. 우리의 인연은 닿지 못했나 봐. 아직 닿지 못한 것인지, 영원히 끝이 나버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지냈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쭉 지내는 게 맞는 것 같네. 하지만 여전히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내 마음이 내 생각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우리의 마음은 늘 우리의 생각과 다르지. 나도 어쩔 수 없는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그러려니 하기엔 잘 안되네.


주절주절 말이 길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말로 너에게 안부를 묻고 싶지만 나는 너에게 대답을 들을 수 없겠지. 결국 내가 너의 소식을 찾아보는 것 외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구나. 그 흔한 안부조차 물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나는 너의 소식을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문득 어린 시절의 한 때를 보냈던 친구들이 궁금할 때가 있었어. 근데 연락할 방법도, 소식을 찾아볼 방법도 없더라? 당연히 카카오톡 친구 리스트엔 없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알 수 없고. 그 시절에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이 있었다면 나는 그 친구들의 소식을 알 수 있었을까? 우리의 연락 수단이 바뀌어서 영영 잃어버리게 된 건 아닐까 나는 웃프게도 문명의 빠른 발전을 탓하기도 했지만 사실 내 잘못이란 걸 알아. 빠르게 바뀌는 하루하루가 무슨 죄겠어. 내가 조금 더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고 챙겼으면 달랐겠지?


윤아, 너의 말대로 내가 차가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늘 예민하고 날카로웠던 나를 떠나지 않을 이유는 없었을 거야. 아마 너도 내가 시리도록 차가운 사람이라 내 곁을 떠난 것이겠지. 그때 네 말을 귀담아들었어야 하는데 이제야 너의 말을 기억해내는 내가 참 어리석다. 후회는 항상 늦어. 나는 이렇게 늦은 후회를 해. 그때 너의 말에 동요했다면 나는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었겠지.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변하지 못할 것 같아. 여전히 차가운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참 징글징글하지?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고집스럽고 잘 변하지 않아. 그게 나인 걸 어쩌겠어.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했다면 너는 이런 나를 이해한 것일까, 포기한 것일까?

나는 또 네 눈망울에 근심이 가득 찰 짓궂은 질문만 하고 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참 여전히 쓸데없어.


이제는 잘 기억도 안 나면서 잊을 수 없는 윤아. 넌 어떤 사람이 되었니?

너무 흐릿해서 하루가 다르게 너의 모습이 뿌옇게 변하고 있지만 네가 따뜻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기억해. 넌 여전히 그 모습은 간직하고 있겠지? 너의 생각을 덜어보려고 쓴 이 글이 너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잘 지내,

하루하루 더 웃는 일이 많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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