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도, 그 얼굴은 사라지지 않았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다 지난 줄 알았다.
괜찮은 척도 오래 했고, 마음에서 지우는 연습도 나름 열심히 했다.
그런데도, 어느 날 문득
불쑥 떠오르는 얼굴 하나가 있다.
내가 한없이 작아졌던 그날의 눈빛,
차갑고 가시 돋친 말투.
그 표정이 아직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다.
그 사람의 말 한 줄이 내 마음을 짓밟았고,
그 침묵 하나가 나를 공기처럼 투명하게 만들었다.
나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속으로만 끓고 있었다.
처음엔 분노였다.
그다음은 슬픔, 그리고 억울함.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감정은 굳었다.
타다 남은 재 속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잊은 줄 알았던 마음은,
어떤 순간마다 다시 피어올랐다.
그건 더 이상 격한 감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차가웠다.
마음에 새겨진 문신처럼,
그날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조금만 다가와도
나는 얼른 거리를 두었다.
가시덤불로 둘러싸인 마음처럼,
내 상처를 누가 건드릴까봐
먼저 찌르고 방어하는 내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안다.
이 감정이 '증오'라는 이름을 가진 이유를.
그건 한 번에 생긴 게 아니다.
참고 참다가 굳어지고,
기억으로 눌러져 쌓이다 못해
어느 순간 나를 지키는 껍질이 되어버린 감정이다.
나는 사실, 여전히 아프다.
그 말을 들었던 그 자리에서,
나는 아직도 내 편을 찾고 있다.
이 감정이 오래된 건,
그만큼 그 기억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기억 속의 나를 이제라도 안아주어야
비로소 나는 이 증오라는 가시를 조금씩 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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