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2021년 제6기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사업 결과물로 작성된 원고입니다. 즉, 청년 서포터즈 참여자와 브런치 작가(본인) 간의 협업활동으로 구성된 사업으로, 본 원고는 도시재생뉴딜 사업을 바라보는 저의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지방소멸 시대의 대안 도시재생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인구 쏠림으로 인한 지역별 인구 불균형, 시대적 흐름에 따른 산업의 변화 등으로 인해 도시는 과거의 특색이 사라지고 쇠퇴의 과정을 거쳐 소멸로 이어질 위험성을 지닌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위기에 다다른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개발 방식만으로는 어려움이 따른다. 즉, 전통적인 도시개발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도시재생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재생 사업을 가장 먼저 도입한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은 유럽 산업의 메카로 그 명맥을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도시재생 정책이 있었다. 산업혁명 당시 킹스크로스역은 교통의 요지로 런던 화물운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역 발전을 이끄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도로교통이 화물 운반의 주요 수단으로 발달하면서 킹스크로스역은 점차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고 결국 빈곤 지역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 킹스크로스역과 그 주변은 전시, 공연 등의 문화행사가 가득한 커뮤니티 시설로 변모했다. 킹스크로스역의 변화를 주도하던 초기에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재개발을 추진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문제를 인식한 철도기업은 주민과 지역 의회 및 시민단체와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고, 지역 커뮤니티그룹에 참여하고 관련 포럼에도 나가면서 파트너십을 통해 도시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즉, 지역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행정 주체와 기업과 주민들이 소통을 통해 도시재생을 이뤄냈으며, 현재는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활기가 넘치는 도시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도시재생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스페인의 수도 빌바오를 살펴보자. 빌바오는 80년대에 광산과 조선업의 쇠퇴로 인해 심각한 산업위기를 겪으면서 수많은 회사가 문을 닫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으며, 경제·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지역으로 전락하며 도시의 쇠퇴는 가속화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 업무, 상업,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는 도시로의 탈바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으로 빌바오를 도시재생의 핵심 사례로 손꼽게 만든 공간이다.
‘구겐하임미술관’을 중심으로 국회의사당과 같은 공공시설이 들어서고, 지하철이 생기고, 강 청정사업이 진행되었으며, 강을 잇는 다리가 생기고 공원이 들어서면서 기존과는 달리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도시로 변모하였다. 이후 빌바오는 세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로 거듭났다.
우리나라 역시 2013년에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도시재생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종합적인 도시재생 추진체계를 마련했고, 정부와 민간에서는 물리적 · 비물리적 자원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도시재생뉴딜’ 사업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낙후되고 쇠퇴하는 도시의 다각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도시재생뉴딜은 동네를 완전히 철거하는 재건축·재개발의 도시 정비사업과 달리 기존 모습을 유지하며 노후 주거지와 쇠퇴한 구도심을 지역 주도로 활성화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국가국가적 도시혁신 사업이다1). 즉, 사람, 자연, 역사, 문화, 예술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도시를 재생하는 것으로, 전국 각지에서 소멸위험지수가 높은 지역을 선정해 우선지원하고 있다. 그 중 조치원역 일원은 우리나라 도시재생 태동기와 그 출발을 같이 하며, 8년째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희망을 품은 조치원 도시재생뉴딜
조치원은 과거 연기군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그 위상이 매우 높았던 곳이다. 특히 철도의 개통과 함께 발전하기 시작한 조치원은 교통의 요지로 각광받으며 조치원역 일원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형성되고, 인구·산업·공공 행정 등 연기군의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산업과 화물운반의 변화, 인근 지역에 KTX역이 개통되면서 조치원은 점차 과거의 영광을 잃어갔으며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후 조치원은 2012년 7월에 연기군에서 세종시로 편입되었다. 이에 세종시는 조치원의 역사·문화적 가치 제고와 함께 원도심을 되살리기 위한 '2014 청춘조치원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시키면서 조치원역 일원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이 시작되었다.
청춘조치원 프로젝트는 ‘예술문화 활성화, 생활문화 활성화, 녹색환경 개선,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목표로 출발했다. 주민공동체에 숨결을 불어넣고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문화·창조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며, 2025년까지 인구 10만 명을 목표로 세종시의 경제 중심축으로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조치원읍 상리와 전의면 읍내리는 2017년 12월에 정부로부터 국토부와 세종시의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로 각각 선정되어 구도심 활성화에 추진력을 더해 조치원 곳곳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 오래다.2)
2021년 현재 조치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뉴딜' 사업은 크게 중점사업/지자체 중점사업/일반사업/특화사업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세부 사업계획에 따라 추진 중이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점사업으로는 청년 창업교육 및 운용 인프라 구축과 청년창업주택 내 공유 공간 조성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자체 중점사업으로는 행정복합 및 대중교통 중심체계 구축, 상품연구시설 구축사업, 전시&영상 융합 서비스 시설, 시민정보공유 시설구축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일반 사업으로는 지역상권 인프라 조성과 지역 균형발전 기반 마련을 위한 철로보행육교 시설개선 등이 진행 중이며, 특화사업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더불어 2018년에 현장지원센터를 구축해서 위의 사업에 대한 실행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낙후되고 침체된 원도심인 조치원의 도심 중심기능을 회복하고, 상권 활성화와 문화 재생을 꾀하며, 지역 정체성 및 생활문화권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도시경쟁력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사회통합을 이끌겠다는 희망찬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결국은 절망
지방소멸 시대의 대안인 도시재생, 정부 정책의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기에 관련 사업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과 문제점에 당면해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도시재생에 대해 벽화만 그려놓고 실질적인 변화는 없는 즉, '예쁜 유령도시'를 양산하고 끝나는 사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기도 하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선진 지역의 사업운영 사례를 그대로 카피해서 재현하는 일명 ‘공장식 도시재생’ 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장기적인 계획이 부재한 상태에서 졸속으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도시재생뉴딜 사업의 국비 평균 실집행률이 58.1%(출처 : 국토부, 2018년~2020년 11월 27일 기준)에 그쳤으며, 집행되지 않은 비용과 사업계획은 결국 이월되었다. 즉, 기간과 예산을 한정해놓고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이러한 문제의 발생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조치원역 일원의 도시재생 역시 문제가 없지는 않다. 도시재생 거버넌스 참여 주체 간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거버넌스 자체가 와해될 위기를 겪기도 했다. 또한, 문화재생이라는 모토아래 진행한 문화정원과 (구)한림제지공장 등은 현재 표지판도 없이 방치되어 있으며, 내부를 둘러볼 수조차 없다고 한다. 이는 어떤 콘텐츠로 공간을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사전 고려 없이 하드웨어만을 탈바꿈시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후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며, 이미 진행 중인 사업과 관련해서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조치원의 도시재생은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성급한 평가와 문제제기는 오히려 사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들을 간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고정적인 도시재생 방법론만을 적용하려 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접근을 통해 지역주민의 수요와 의견 및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의 수립과 실행이 필요하다. 어설픈 예쁜 유령도시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할지, 조치원 지역만의 어떤 특색을 반영해서 적용할지 지속적인 고민과 문제해결이 뒤따라야만 할 것이다. 또한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닌 지역민들 스스로가 애정을 갖고 지역을 가꾸어나갈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