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에 가까운 실사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와 비교당할 숙명을 짊어진 주인공을 자주 접한다. 판소리계를 휩쓸었던 명창인 어머니의 그늘에서 자신의 소리를 증명하고자 부단히 애쓰는 어느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이들에게 부모 혹은 형제가 이룬 업적과 명성은 기준이 되어 평생을 따라다닌다. 극장가의 단골 메뉴 같은 ‘실사 영화’를 닮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들과 비슷한 운명, 아니 어쩌면 더 잔혹한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을까. 실사 영화는 원작과 끊임없이 비교되며 간혹 더 냉혹한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런 숙명을 짊어지고 등장한 <드래곤 길들이기(2025)>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훌리건 바이킹족과 드래곤의 싸움이 끊이지 않는 버크 섬. 그곳에는 건장하고 용맹한 바이킹족들과는 조금 거리가 먼 ‘히컵’이 살고 있다. 족장인 그의 아버지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 나약한 아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히컵은 밧줄에 묶여있는 드래곤 ‘투슬리스’를 발견한다. 그는 순간 드래곤을 죽여 아버지에게 인정받을 기회라 여겼지만 이내 칼을 내려놓는다. 이후, 히컵은 한쪽 꼬리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는 투슬리스에게 인공 꼬리날개를 만들어준다. 둘은 친구이자 환상의 비행 짝꿍이 된다. 이 특별한 우정을 시작으로 바이킹족과 드래곤 사이의 오해와 편견이 걷히고, 세상을 바꾸는 변화가 싹튼다.
이번 실사 영화의 감독은 원작 애니메이션 3부작의 감독인 ‘딘 데블로이스’로 큰 각색 없이 대부분 원작의 스토리를 따랐고, 캐릭터와 버크 섬 등 드래곤 길들이기의 세계관을 실사로 표현하는 데에 무게를 실었다. 메인 캐릭터인 히컵은 겉보기엔 약하지만 세상을 바꿀 따뜻한 내면을 지닌 인물로, 이를 연기한 ‘메이슨 템즈’의 연기는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 투슬리스는 보다 커진 몸집과 피부 질감 등 디테일이 있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원작에 이어 실사 영화에도 히컵의 아버지 역을 맡은 ‘제라드 버틀러’는 족장이자 히컵의 아버지 그 자체였다. 히컵과 아버지, 두 부자의 관계는 전개에 긴장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원작과 실사에서 명장면으로 손꼽힐 히컵과 투슬리스가 처음으로 교감하는 장면은 원작의 팬들이 만족할 만큼 실사로 잘 표현하였고,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투슬리스의 사랑스러움과 둘 사이의 따뜻한 감정선이 스크린 너머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실사화 구현 역대급, 실사 영화의 정석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원작의 모든 것을 실제로 존재하는 듯이 생생하게 구현해 원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다음 이야기에서는 단순히 원작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실사 영화만의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숙명을 뛰어넘는 실사 영화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