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코어 UCN1
작년 이맘 땐 그랬다. 퇴근하고 출사, 출근길도 출사, 주말에도 출사. 여행은 가까이에 있고, 카메라만 있으면 모든 길이 여행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담았다. 올해는 그렇다. 여행보다 재미있고 사진보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일이 즐겁고 사진이 지루해졌다. 요즘은 그렇다. 사진에게 조금 미안하다. 10여년 동안 이어져온 관심이 조금 떨어진 것 같아서.
요즘엔 느린 사진을 담는다. 찍을 시간이 많이 없으니까 한 장을 담아도 신중하게 담기 위해서. 필름과 필름카메라를 들고 나선다. 느린 사진은 빠른 사진과 다른 매력이 있다. 조금 더 깊고 진한 맛이랄까? 하지만 첫 사진을 디지털로 배워서일까? 반드시 빨라야만 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이건 도저히 필름으로 담을 수 없겠다 싶은 경우가 있다. 그 날은 그랬다. 웬지 그런 사진이 많은 날일 것 같았다. 그래서 DSLR을 챙겨 나갔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역시 예상이 적중했다. 필름보단 DSLR이 필요한 상황. DSLR을 꺼내 빠르게 몇 장 담았다. 그런데... 고작 몇 장 담았을 뿐인데 배터리가 없다. 급하게 몇 번의 셔터를 더 눌렀지만 힘없이 움직이던 셔터는 슬며시 닫히더니 열리지 않았다.
낭패였다. 꽤 오랫동안 DSLR을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 필름카메라에 익숙해진 나머지 배터리 충전을 소홀히 해버린 것이다.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지 30분 만에 DSLR을 집어넣고 그 빈자리를 스마트폰으로 채워야 했다. 그 날 생각했다.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는 있는데, 카메라 보조배터리는 왜 없는거냐고.
카메라의 역사는 길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적어도 100년은 넘었다. 그런데 카메라의 역할을 보조하는 보조도구들은 100년 전과 지금이 별로 다를 바 없다. 렌즈, 필터, 플래쉬, 조명, 삼각대, 릴리즈, 리포콘 정도? 왜일까? 더 나은 사진을 위해 더 많은 도구를 개발할 수 있을텐데 왜 이토록 정체되어 있는 것일까? 나온지 10년이 채 되지도 않은 스마트폰을 보조하는 도구가 벌써 수 십 가지가 되는 것을 생각하면 카메라의 보조도구는 너무나도 구형이다.
그 일이 있고 몇일 뒤, 페이스북을 돌아다니다가 영상을 한 편 봤다. 무수히 많은 카메라 유저들이 덧글을 남겨놨길래 관심이 생겨서 본 것이었다. 영상에선 DSRL 보조배터리를 만들겠다며 이것저것을 조립해 만들고 있는 외국인이 보였다. 노력이 가상해서 끝까지 지켜봤지만 저렇게까지 필요한 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상을 중간에 껐는데, 덧글을 보니 그 외국인은 결국 캐논 5D 마크 3의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성공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필요하진 않았다. 하지만 조만간 누군가 제품으로 만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나의 예상이 적중했다. 야외에서든 실내에서든 언제 어디서든 보조배터리만 있으면 충전이 가능한 제품이 나왔다. <나이트코어 UCN1>라는 제품이었다. 출사지에서 배터리의 방전을 막지 못해 우울했던 날이 떠오르며 바로 구매 방법을 알아봤다. 국내에선 저렴한 가격으로 팔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DCM 페이지에서 이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평소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나 편리한 도구들을 빨리 전파해주던 매거진이었기에 관심이 생겨 들여다 보았다. 국내 판매를 기념하여 제품이 꼭 필요한 사람을 선정해 선물해준다고 했다.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홍보 활동이었지만 너무나 반가웠다. 굳이 써보지 않아도 반드시 필요한 보조도구였기에 그 가치가 뛰어남을 알고 있었다. 야외 촬영시 또는 오랜 기간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야 할 경우에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지원했다. 그리고 며칠 전 그 물건을 받았다.
사용방법은 간단했다. 카메라 배터리를 연결하고 그것을 보조배터리나 컴퓨터, 노트북 등 USB에 연결하면 충전이 시작됐다. 충전량과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창도 있어서 완충이 급하게 사용해야 할 때 용이했다. 또한 스마트폰 배터리보다 발열에 민감한 카메라 배터리 특성상 온도가 표시되는 기능은 굉장히 반가웠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이녀석을 들고 출사를 나간다. 배터리 한 개와 예비 배터리 한 개를 모두 완충하고 이녀석을 가방에 넣었다. 에너지 무한팩 치트키를 친것처럼 든든하다.
야외에 출사를 나갈 일이 있어서 들고 나가봤다. 검정색 색깔과 밝은 화면이 뙤양볕에서도 눈에 띄고 잘 보이는 디자인이다. 한마디로 기능 외에 디자인도 맘에 든다.
한 번에 두 대의 폰을 충전 가능하게 만들어진 보조배터리면 폰 충전과 함께 카메라 배터리도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의 종류에 따라 양면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내건 캐논 보급기용 배터리여서 본 제품의 뒤편에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다.
해외 유튜버의 리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TNxrVCOQpDI
- 본 후기는 디지털카메라매거진(DCM)을 통해 제품을 제공받아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