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사라질 추억에 대한 기록

in 만수동 나이키

by 서툰남편 김광석

예전부터 몇몇 글에서 언급해왔지만, 나는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들의 정신과 그들의 목소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특별히 그들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제품의 품질'이다. 라고 그동안 생각해왔는데... 알고 보니 내가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처음 인지하고 십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이 작은 매장에서의 경험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이곳이 사라진다고 하니 기분이 울적해 이곳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이 글을 쓴다.


브랜드에 대한 욕심도 개념도 없던 학창 시절의 나에게 운동화는 그냥 동네 아줌마네 신발 가게에서 사다 신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브랜드 신발을 신지 않은 건 아니었기에 가끔 브랜드가 있는 제품을 샀는데 그럴 때도 역시 나이키보다는 가장 저렴하고 세일을 자주 하는 프로스펙스를 선호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를 따라갔던 나이키 매장에서 프로스펙스보다 저렴하게 팔고 있는 운동화를 충동구매한 것이 지금의 나이키 사랑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날. 내가 첫 번째 나이키를 구매했던 그 날의 그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한 장 느린 필름 사진집인 관계로 사진이 한 달 동안 보이지 않아 '이곳'이 도대체 어디인지 궁금하겠지만 이곳은 사실 우리 동네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나이키 매장이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거대 브랜드의 매장이기도 하고, 주황색 로고와 섹시한 인테리어가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내고 있으니 이곳을 모르는 사람은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닌 셈이다. 그래서일까? 초등학생부터 40대 아저씨들까지 우리 동네 사람들은 "0시에 나이키 앞에서!" 혹은 "0시에 나이키 건너편에서!"라는 식으로 약속을 잡는다. 심지어 고등학교 땐 반에서 소풍을 가기 위해 선생님이 배포한 공지사항에 [집합장소 : 나이키]라고 되어 있던 적도 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를 처음으로 경험한 장소이자, 내가 살아오면서 만들었던 무수히 많은 약속과 관계의 중심지였던 이곳이 더 이상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계산 하에 점포를 철수한다고 한다. 지역에 아무리 좋은 백화점이 생겨도, 신발 전문 대형매장이 생겨도 위세를 굽히지 않았던 이곳도 오프라인에서 디자인과 사이즈를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O2O 형식의 소비패턴을 감당하긴 어려웠던 것 같다. 당장 나부터도 이곳에 대한 좋은 추억과 애착을 갖고 있음에도 구매를 끊은지는 수년이 흘렀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곳이 이제 '나이키'가 아닌 장소가 된다는 것은 마음이 아쉽다.


2018. 03. 15

in 만수동 나이키

아그파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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