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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ravel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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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남편 김광석 Sep 02. 2016

『Travel B』, 여행을 브랜드에 담다

2016년 3월 우연히 시작된 사진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2016년 3월


2016년 3월

광고쟁이를 목표로 하던 나는 광고를 배우다 만난 사람들과 광고회사 설립을 꿈꾸고 있었다. 브랜드의 가치를 살려줄 광고 아이디어를 내는 일에도 자신이 있었고, 멋진 카피를 써내는 일도 자신이 있었다.


2016년 3월

사진을 취미로 하던 나는 내 사진에는 없으나, 사진을 잘 찍는 이들에게는 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내 사진에는 흔히 말하는 '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해결할 방안을 알지 못했다.


2016년 3월

언젠가 세계 일주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나는 여전히 모국 땅 벗어나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사이 마음속에선 '여행은 가까이에 있다'라는 그러니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합리화를 마쳐버렸다.

<골목빛> 김광석 2016

우연히


나의 창업 도전은 우연히 시작됐다. 우연히 뽑힌 광고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스승님과 우연히 만난 동기가 나의 동료가 됐다. 실력이 쟁쟁한 그들 사이에서 나는 희망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찾아온 동아줄도 강한 손아귀를 갖고 있어야 잡을 수 있단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1푼의 돈도 받지 못하고 마음에 상처만 남긴 채 홀로 걷게 되었다.


동기와 스승과 꿈을 저버렸던 날, 나는 우연히 종로에 서 있었다. 그들을 놓지 않았더라면 내가 서 있을 곳은 종로가 아니라 충무로였으나 모든 것은 '종로3가'에서 환승하던 순간에 결정됐기 때문에 나의 길은 그곳에서 멈췄다.


머릿속이 복잡하면 생각을 밀어두고 잠을 자거나, 생각을 끌어당기고 정처 없이 걷는다. 이날은 집으로부터 1시간 30분 거리에서 생각에 휩쓸렸기 때문에 후자를 선택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나는 북촌의 어느 골목길에 서 있었다.


북촌은 오래전부터 와보고 싶던 곳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이곳에서 한옥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2년 전에는 북촌을 찾기 위해 북촌까지 왔다가, 길을 잃어버려 인사동으로 흘러들어 갔었는데 이날은 우연히도 북촌에 도달했다. 그리고 내 가방엔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복잡한 생각은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에 가려졌고, 조리개를 조이고 풀면서 점차 흐릿해져 갔다. 오후 두 시에 시작된 셔터음은 여섯시가 되어서야 멈췄고, 나는 갈증과 허기를 달래기 위해 어느 카페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이 사진을 찍었다.


<여행은 가까이에 있다> 김광석 2016


아아, '우연이 계속되면 필연'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꿈으로 가는 계단의 한 단이 부서졌던 날, 나는 내가 가고 싶던 여행지에 닿았고, 그곳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고민 두 개를 한 번에 해결했다. 큰 꿈 하나를 내려놓고 작은 꿈 두 개를 얻은 셈이었다. 이날 나는 사진 속에 여행에 대한 나의 생각을 넣음으로써 나만의 사진에 한 걸음 다가갔다.


<빛을 품다> 김광석 2016




시작됐다


우연히 담았던 <여행은 가까이에 있다>를 SNS에 올렸다. 브랜드가 박혀 있는 컵을 사용했으니, 해당 브랜드를 태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사진을 올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해당 브랜드의 SNS 관리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사진을 사용하고 싶은데 괜찮겠냐는 것이었다. 그런 연락을 받은 것도 처음이고, 해당 브랜드가 가진 정신인 '본질 우선주의'와 '품질은 밭에서부터'라는 슬로건을 좋아했기에 사용을 허락했다.


이 경험을 계기로 나는 재미있는 계획을 세웠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여행과 사진과 글을 섞어서 나의 광고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내가 알리고 싶은 것은 나의 글과 사진이었고, 아이디어는 여행과 브랜드였다. 그렇게 기획한 것이 여행하며 느낀 감정을 브랜드에 담아 찍는 사진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Travel B』다.


나의 첫 번째 사진 프로젝트이자 나의 자기소개서이면서 나만의 놀이인 『Travel B』는


2016년의 3월 우연히 시작됐다.

<여명의 종> 김광석 2016


2편 : 『Travel B』의 연습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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