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어린 시절 징크스
발로 추억을 다시 찬 날
5월 축제 준비로 한창 바쁘게 일하고 퇴근한 어느 날,
온몸이 녹초가 되어 소파에 기대고 싶은 찰나,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가 반짝이는 금빛 제기를 들고 TV를 보면서 제기를 찬다. 곧 땅에 떨어진 제기를 들고 천진난만한 눈으로 말한다.
"엄마, 체육 시간에 제기를 세 번 차면 만점을 받을 수 있대. 나 제기 차는 법 알려줘"
제기를 내 얼굴로 가져다준다. 얼떨결에 제기를 받아 든 나는 금빛 제기를 던지니 두 개를 찬다.
그렇다 나는 어릴 때부터 제기를 세 번 이상 차 본 적이 없다.
하나, 둘, 툭. 세 번째에서 어김없이 떨어진 제기를 보며 딸은 실망한 눈치다.
“아빠 오면 같이 해보자.”
나는 얼른 말을 돌렸다. 사실 나는 학교에서 공기놀이, 땅따먹기, 사방치기 뭐든 놀이에서 굼뜬 사람이었다.
아이들은 그런 나를 보고 "공부만 잘하지 놀이는 젬병"이라고 했다. 막상 딸에게 같은 모습을 보이니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밤 8시. 남편이 현관문을 열며 들어오자 딸은 아빠에게 뛰어가 제기를 가르쳐달라고 매달린다.
남편은 어릴 적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제기를 찬다.
다행히 다섯 개. 딸은 만족하지만 본인은 "30개도 못 찼네." 하며 제기가 이상하다고 핀잔을 준다. 그러면서 제기 차는 자세를 딸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딸은 나의 어릴 적 판박이다. 두 개까지는 차지만 세 번째에서 자꾸 떨어뜨린다. 결국 속상했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보니, 어릴 적 내가 겹쳐 보였다.
게임에 지면 판을 뒤집고 울던 나. 승부욕이 강하지만 몸이 따르지 않아 속상해하던 나. 딸도 그렇게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나는 딸에게 “오늘은 꼭 될 거야”라고 두 손을 높이 들고 응원을 했다. 아이는 엄마의 응원에 조금 힘이 나는 듯했다.
출근 후. 나는 하루 종일 바쁜 회사 일정으로 까맣게 잊고 지냈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야 불현듯 딸 생각이 났다.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제기 세 개 다 찼어! 만점 받았어!”
밝은 목소리. 기쁨이 가득한 말투.
그 순간, 딸이 엄마의 징크스를 깬 거 같아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잘했어. 잘했어" 한다.
마치 1호선이 청량리에서 회기역을 지날 때 빛이 환화게 비추듯, 4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