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작업일지
3회차 글을 쓸 당시에는 인풋이 굉장히 많은 상황이었다. 친구가 기획한 전시에 다녀오고, 2박 3일 강릉으로 이 와중에 꽤 긴 여름 휴가를 다녀오고, 재미있는 강연도 들었다. 근데 오히려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나는 원래 글을 어떻게 썼더라. 주제를 어떻게 잡았더라. 평소에는 쓰고 싶은 감각을 떠올리고 몸에서 계속 굴려 내가 소화할 수 있는 크기로 만들었던 것 같은데, 그걸 그 감각을 만나게 한 일상의 사건과 엮어 텍스트로 풀어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씩 섞었던 거 같은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오히려 몸이 지치다보니 자연스럽게 되던 글쓰기가 막막해졌다. 이전에 써 두었던 글을 뒤져 보기도 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느 정도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글쓰기 훈련을 해야겠다는 필요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다소 서투른 글이 나온 것 같다.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글에 독자들의 반응은 냉혹했다. (물론 앞선 글이 모두 개인적으로 흡족했다는 것은 아니다. 늘 초고를 보내는 마음은 똑같이 참담한 기분이다) 그래도 마음이 따뜻한 독자분들께서 정성스레 후기를 남겨주어 고마웠다.
발송한 글을 다시 읽으며 글 속에 타인이 많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 대한 묘사를 하고 외부 사건에 대해 쓰긴 하지만, 타인이 여유를 갖고 머무를 공간이 없다는 생각. 그래서 후기 질문에 글을 읽는 당신에 대한 질문을 많이 넣었다.
사실 <신벼룩의 둠둠다>를 시작한 이유는 글을 읽는 독자들이 당신의 삶 속에서 더 많은 자신을 감각했으면 하는 데 있다. 일상을 담은 글에 흘러 넘치는 신벼룩을 보며 자신의 삶 속에 스스로가 흘러넘쳤으면 좋겠다. 혹자는 너무 예민하게 스스로를 감각하는 나를 보고 ‘부러지기 직전’처럼 느껴진다고도 했지만, 사실상 나는 부러지는 경험이 주어진다면 그것까지 해보고 싶다. 생각과 다르게 탄력있을지도 모르지. 계속 지켜봐주길 바란다.
삶이 얼마나 다채로운 감각과 경험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걸 느끼고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이전과 삶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다. 실제로 변화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내가 실재하는 차원과 층위가 달라진다. 항상 좋기만한 상태는 아닐 수 있다. 좋은 경험과 ‘쾌’만 감각하는 것은 아니기에. 다만 강렬한 삶이다. 잊히지 않고 몸에 새겨지는 ‘당신’의 삶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삶과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신이 깃든 벼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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