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로 살게 하소서

by 선향

일을 하다 보면 온갖 생각과 감정이 들끓는다.


'정말 지겹다. 이 일은 정말 하기 싫어. 이 사람은 왜 내게 이런걸 시키지?'

'이 일은 정말 버거워.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제대로 못해내면 내 자격이 의심받을거야.'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하지? 정말 마음에 안들어.'


이런 마음 속 생각과 판단 속에서 내 감정은 요동치고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나는 조건반사처럼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찾곤 한다. 이직해서 다른 일을 하면 상황이 더 좋아지려나 생각이 이어지고, 일을 그만 두면 이런 스트레스는 아예 받지 않고 살 수 있겠지 꿈 꿔 본다.


내게는 일로 왔으나 각자 자기만의 부담 버튼, 발작 버튼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내 자아의 눈으로 좋다, 나쁘다, 싫다, 밉다라고 즉각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어둠속에서 빛을 보라고 한다. 빛을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어둠, 행복을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슬픔, 풍요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결핍과 허기를 받아들이고 안아주고 그에 감사하라고 한다.


어둠이 있어야 빛을 경험할 수 있고, 슬픔이 있어야 행복을 경험할 수 있고, 두려움이 있어야 사랑을 선택할 수 있고, 결핍이 있어야 풍요를 경험할 수 있는 이원성의 세상에서 우리가 창조자이기 때문이다. 화와 짜증, 부담감과 슬픔, 결핍과 무기력감이 솟아나는 그 순간들이 정확하게 그 반대의 것으로 향하게 만들어주는 시작점이자 출구라고 한다. 균형을 잡으라는 말은 이 이원성의 양극단이 가진 성질들을 똑바로 보라는 말일 것이다.


'너 자신을 믿어라'라는 말을 듣고 시작한 지난 몇 달의 여정을 돌아보니 처음 시작했을 때에 비해 나의 인식이 많이 달라져 있다는 걸 느낀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만져지지 않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이끌어온 이 길을 믿어보자고 다짐한다.


자신을 믿는 선택을 하면서 내게 다가온 메시지들 또한 신뢰하게 되었다. 두려움을 주는 메시지 대신 스스로를 확장하게 하고 사랑과 평온을 느끼게 만드는 메시지들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은 것을 믿고 이 세상을 바라본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이 삶에 대한 믿음, 이 세상에 대한 믿음으로 확장된다.


매일 듣는 메시지처럼 내가 이 세상에 온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스스로 깨워내고 키워내는 것이다. 쉴 새없이 몰아치는 파도 속에서 중심을 잡고 가는 배처럼 항해하여 닿아야 할 곳으로 간다. 모든 가능성과 동시성이 열려있는 세상에서 내가 해야할 역할을 하고 싶다. 가슴에 불을 켜고 빛과 온기를 깨워 오늘을 항해한다.


물길


제가 가는 걸음걸음

꽃이 피어나게 하소서


달맞이꽃은 제 속울음대로

밤에 환히 피어나게 하시고


보슬보슬 흰머리 토끼풀은

새 이슬에 아침마다 머리 털게 하소서


제 타고난 모양과 향기대로

저희를 한껏 빛내게 하시고


제게 약속된 그 길 따라

흐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