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생각보다 오랫동안 글을 안 쓴 것 같습니다. 글쓰기는 참 좋습니다.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지만, 글을 쓰다 보면 엉켜있는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그렇습니다. 생각도 정리하고 뒤이어 창업을 하는 분들께 작은 도움을 드리고자 가끔 글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창업가입니다. 이제 5년이 다 되어가는 창업기업 '와디즈'를 하고 있습니다.(처음 들어보는 분들은 이곳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묻습니다. "사람이 전부죠. 좋은 사람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행운이 따라 주었습니다.
일을 하는 방법보다 왜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저는 그 행운을 얻을 수 있는 작은 단서로 기업가정신을 꼽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기업가 정신을 배울 기회는 별로 없습니다. 물론 취업을 해서 회사에 입사해도 그렇습니다.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기업이 국내에 별로 없다 보니 이렇다 할 롤모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기업가정신을 창업가 정신이라고 바꾸어 표현해도 좋겠습니다. Lean Startup이라던지 Design Thinking이라던지 창업가는 어떠해야 한다고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창업 관련 서적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일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방법론 이상으로 창업가가 어떤 생각으로 일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하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동시에 이윤을 창출하고요.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 존재 이유로서 사회적 역할이 점차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비즈니스 모델에서 나온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그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만든다는 것일까요? 결국 그것은 사람 곧 창업자(여기서 창업자는 창업 멤버까지 포괄합니다)에게 달려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사용됩니다. 사실입니다. 저는 일을 할 때 "목적"을 꼭 쓰고 시작하라고 후배들에게 강조하곤 합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적어 보는 것, 그리고 그 목적을 생각하면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드는 바탕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사람의 생각은 중요합니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는가에 따라 그 기업이 만드는 결과물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죠.
비즈니스맨의 말은 모두 믿으면 안 됩니다. 비즈니스맨, 곧 사업가들은 부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물며 창업가들은 어떻겠습니까? 사업계획서 몇 장으로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니 허풍이 웬만큼 세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주 작은 일을 엄청나게 크게 말하는 것이 장기인 사람이 바로 창업자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허풍이 적어도 창업자 당사자에게는 사실일 확률이 높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믿으니까... 이 일을 이렇게 미친 듯이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지난 5년간 창업기업을 성장시켜 오면서 제 자신을 계속 들여다보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오늘도 제 자신을 들여다보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들여다볼수록 주변에 할 수 있는 말이 적어집니다. 잘하고 있는 것보다는 부족한 모습들이 더 많이 보이기 때문이지요.
창업자는 자신을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 자신을 점검하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저도 배워서 세운 기준입니다)
첫째는 진실성입니다. Integrity라는 영어 표현이 더 적합할 듯합니다. 진실성은 항상성을 내포합니다. 많은 창업자들은 진실됩니다. 고객 앞 그리고 투자자 앞에서 그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면 안 됩니다. 내가 말하는 것이 그리고 내 생각이 직원들 앞에서도 그러해야 합니다. 가족들 앞에서도 그래야 하고 투자자들 앞에서도 그러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실성의 기반입니다. 내 모습이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동일한가? 혹시 내가 누군가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와디즈의 미션은 "올바른 생각이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세상을 만든다"입니다. 이 표현은 우리에게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와디즈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가 되지요. 저는 이 말을 고객들을 만날 때 자주 씁니다. 그리고 언론 인터뷰를 할 때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이 직원들하고 있을 때도 그러한지 항상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돈이 되는 것이 보일 때, 돈만 되면 그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신뢰 같은 거 필요 없고 그냥 대충 돈이 되게끔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회사 내에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내고 매출 성장을 위해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내가 이상하게 비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때 다른 사람에게 나 자신을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사업가가 가져야 하는 본질입니다. (돈을 버는 거 말이죠) 다만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니? 너는 여전히 벽에 쓰여 있는 미션이 너에게 진실로 느껴지니?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 마련입니다.
둘째는 탁월함(Excellence)입니다. 탁월함은 기업가정신에서 진실성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아이디어는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지 않습니다. 결국은 실행력이죠.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실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창업가는 처음에 삽질을 잘해야 합니다. 전략 담당이라고 장표만 만들고 있으면 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전략을 세웠으면 실행하는 것도 초기 창업자의 역할입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창업자가 해야 하는 일은 계속 달라집니다. 그때마다 창업자는 탁월함에 대한 생각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빠르게 변화시켜야 하고 끊임없이 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탁월함도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와디즈를 운영하면서 조직이 커져가고 좋은 사람들이 합류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여전히 실무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을 때 고통스러웠지요. 아무튼 탁월함은 창업가가 꼭 갖춰야 할 기업가 정신의 두 번째 항목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선한 관리자 정신(Stewardship)입니다. 기업에 대한 생각이 정말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존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2차 베이비부머 세대(70년대 초반생까지)와 70년대 후반 서태지 세대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까지는 기업에 대한 생각이 앞 세대와 많이 다릅니다.
앞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이었습니다. 성장의 결과물을 기업가(오너)도 직원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불합리한 요소들은 그냥 참아줄 만한 요소였습니다. 그러나 IMF 이후에 취업을 한 세대는 성장만으로는 해결이 잘 안 됩니다. 기업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같이 이루어지지 않는 세대를 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기업의 구성원)에게 기업을 하고 있는 기업가, 창업가가 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재벌 세습에 대해 과거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대의 창업가가 꼭 가져야 할 덕목은 선한 관리자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선한 관리자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객관적이 됩니다. 관리자와 소유자는 다릅니다. 관리자는 소유권을 위탁받는 사람이지요. 오너(Owner)라는 표현보다는 대표(CEO)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가정이 아버지의 소유물이 아닌 것처럼, 기업도 주주, 직원, 고객 등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소유하는 목적물이 됩니다. 대표는 이 많은 사람들을 대표해서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가야 하는 책임을 맡은 사람입니다.
본전 생각이 나는 것이 사람의 본성입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얼마나 고생해서 일군 기업인데... 내 거가 아니면 누구 거란 말인가" 이 마음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중요한 덕목이 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 시대는 이런 기업가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오너를 위해 일하는 것이 싫어 나온 사람들인데 지금의 대표가 대기업 오너보다 더 탐욕스러운 인간이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짧게 정리해 보았지만, 하나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결코 이것들을 다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 생각을 하면서 사업을 발전시켜 간다면 그것이 주주 이익에도 종업원 이익에도 고객 이익에도 극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와디즈'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중요시 여기는 기업가를 찾고 그들이 와디즈를 통해 많은 기회를 얻어 새롭게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함께 발전시켜 나갈 동료도 끊임없이 찾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혹시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반응이 좋으면 다음번에는 창업기업 운영과 관련한 또 새로운 글을 써 보겠습니다.
와디즈 채용공고 살짝 끼워 넣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봐 주세요 (채용공고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