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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성 Jun 12. 2017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사람들

수익률과 리스크가 전부가 아닌 사람들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좋아하는 영화에 투자하고, 공연에 투자하고, 자주 가는 단골 음식점에 투자하고, 직접 사용하는 서비스에 투자하고... 와디즈를 운영하며 상상하던 일들이 하나하나 진행되는 것을 보면 짜릿하다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다. 경제학원론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개념 중 하나가 총소득의 구성 요소이다. 사람들이 돈을 벌면 어떻게 쓰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Y = C + I 로 표현되는 총소득 Y는 현재 소비 C와 미래 소비, 즉 투자  I로 나뉜다. 참 심플하다. 우리가 버는 것은 지금 쓰건 미래에 쓰건. 언젠간 쓸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Y 총소득 = C 현재소비 + I 미래소비(투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투자는 "지금 쓰고 싶은 것"을 미래에 쓰기 위해 "아껴두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두 가지가 도출된다. 리스크(위험)와 기대수익률이 그것이다. High Risk High Return 이란 말은 누구나 아닌 말 아닌가? 미래에 쓰기 위해 지금 쓰고 싶은 것을 참고 남겨두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하게 많이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출처 : investopedia

요즘 Facebook Timeline에 많은 투자상품들이 도배되고 있다. 오피스텔도 있고 상가도 있고 별의별 상품들이 나온다. 2~3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시대가 많이 달라지고 있긴 하구나 싶다.


그런데 대부분 강조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높은 수익률과 확실한 담보가치이다. 많은 회사들이 서로 높은 수익률에 더 좋은 담보를 확보했다는 내용으로 홍보를 한다. 매력적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혹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내 식상해지는 게 나뿐만일까?


왜 그럴까? 우리는 본질에 집중하기보다는 정해진 룰 안에서 행동하는 성향이 강하다. "투자라면 당연히 수익률과 리스크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니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만 치열해질 뿐이고 결국 리스크 관리를 잘 못한 회사는 치명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우리는 와디즈를 운영하며 사람들의 생각에 더 집중해 왔다. 투자 이전에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탐구한다. 또 한편으로는 투자라는 거창한 말이 형성하고 있는 고정관념을 벗겨버리고 싶은 욕망도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요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 감히 다른 질문을 던져 본다.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세요"가 바로 그것이다.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라고? 좋아하는 걸 사 먹고 즐길 수는 있어도 투자하라고?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들이 많다. 투자의 "투"자도 모르는 아마추어가 하는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릴 때도 있다.


그런데 다시 서두에 이야기한 현재 소비와 미래 소비로 돌아가 보자. 둘 다 소비이다. 지금 소비할 것인지 나중에 소비할 것인지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 소비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나중에 소비할 것은 그냥 전문가에게 맡기라고?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려면, 그게 많이 나와야 할 텐데?


요즘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키워드가 열풍이다.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라는 의미로 해석하며 여기저기서 욜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진짜 욜로족들이 그런 상품에 관심이 있을까? 그건 그들을 너무 무시하는 발언이다. 욜로족들은 오늘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결코 아니다. 아니 적어도 내가 경험한 와디즈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에 자신의 에너지와 돈을 쏟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과감히 기다려 줄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수제맥주 세븐브로이의 주주총회 현장_대표이사가 고기 구워주는 주주총회


와디즈는 그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그러면서 발견하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과감히 투자하는 사람들이었다. 최근 네이버 비즈니스에서 경험 마케팅에 대한 아티클을 읽었다. (이제는 경험을 파는 경험마케팅)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었다. 그들은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경험 마케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들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로켓배송을 기대하지 않는다. 아니 어찌 보면 기다리는 대상이 다르다. 내가 투자한 대상을 경험할 그 날을 기다린다. 영화, 공연에 투자하고 맛집에 투자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또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물건에 투자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가치 있게 여겨지는 그 일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 자신이 그곳에 있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길 원한다.


수제맥주 회사 세븐브로이에 투자한 주주들과 함께 하는 이색 주주총회


그렇다면 수익률과 위험은 어디 있냐고? 당연한 것 아닌가? 자기가 좋아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가장 잘 아는 분야가 아닐까? 가끔 연예인을 사랑하는 것과 같은 열렬한 팬덤이 작동하기도 하지만,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초기 사용자들은 그것이 주는 편익을 기대하고 앞으로 해결해 줄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지 결코 무작정 덮어두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전문가스럽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도 가까워지는 것 아닌가? (우리는 그동안 적극적인 투자에 매우 인색했다. 투표도 투자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니, 투자에 대한 이해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이 방향은 지금 세대에게는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투자 방식이 될 것이고 이미 되고 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26분만에 2억원의 투자 모집이 완료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영화를 보고, 알리고, 투자수익도 가져간다.


수익률과 리스크만 가지고 투자를 결정하는 촌스러운 시대는 머지않아 막을 내릴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건 필자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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